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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29. 2023

일상의 논어 <양화陽貨16>-삼질三疾

子曰 古者民有三疾 今也或是之亡也 古之狂也肆 今之狂也蕩 古之矜也廉 今之矜也忿戾 古之愚也直 今之愚也詐而已矣

자왈 고자민유삼질 금야혹시지망야 고지광야사 금지광야탕 고지긍야렴 금지긍야분려 고지우야직 금지우야사이이의


-공자가 말했다. "옛날 백성들에게는 세 가지의 고질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것이 변질된 것 같다. 옛날 뜻이 컸던 사람은 방자했으나 오늘날 뜻이 큰 사람은 방탕하다. 옛날 자긍심이 높았던 사람은 모나게 굴었으나 오늘날 자긍심이 높은 사람은 화를 내며 사납게 군다. 옛날 어리석었던 사람은 고지식했으나 오늘날 어리석은 사람은 속일 따름이다."



질(疾)은 고질(痼疾)입니다. '오래되어 바로잡기 어려운 나쁜 버릇'이지요.


망(亡)은 문맥상 '변질되다'의 뜻으로 풀이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광(狂)의 의미는 <공야장> 편 21장을 참고하면 됩니다.


https://brunch.co.kr/@luckhumanwork/936


공자가 백성들의 고질을 비교, 진단한 근거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시대적 환경의 영향 하에서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상 시대마다 사람들에게서 전반적으로 발견되는 고질적 병폐를 공자가 어떤 기준을 갖고 파악했는지 참고할 수 있을 뿐입니다. 시대와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 없이는 애초에 가능한 일이 아니니, 우리는 외부를 향해 있던 공자의 열린 시선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사(肆)는 방자하다는 것이니, 뜻이 컸던 옛사람들은 자신의 뜻을 이루겠다고 자못 건방지게 느껴질 정도의 당당한 태도를 보였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혼탁해져 뜻을 펴기 어려워지니 방탕한 생활에 빠져 버린다는 것이 탕(蕩)이지요. 마치 식민 조국의 현실에 절망하며 술에 탐닉한 일제 강점기 하의 룸펜 인텔리겐치아가 연상됩니다.


염()은 원래 청렴하다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모나다, 모나게 굴다의 의미입니다. 달리 말하면 까칠하게 구는 것입니다. 자긍심이 높으면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타협하며 살기를 거부하지요. 인생에서 결국 성취할 수 있다는 확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푼돈에 영혼을 팔거나 그릇이 작은 자들 아래로 들어가는 일은 없습니다. 이도 저도 다 막힌 세상이라면 자기 자신 및 세상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쌓이는 법이지요. 이것이 분려(忿戾)입니다. 고생고생하며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 졸업했는데 몇 년 째 취업 시장에서 퇴짜만 받는 청년을 생각해 본다면 그의 분려하는 심정과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옛사람들이 우직(愚直)하게 자기 길을 걸었다면 지금은 이익만을 탐하며 근시안적으로 살아가니 사기치기 바쁘다는 것입니다.


https://brunch.co.kr/@luckhumanwork/840


이 시대의 뜻이 큰 사람, 자긍심이 높은 사람, 어리석은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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