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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Oct 27. 2022

빌 게이츠의 초등학교 어머니회가 가난했다면

학교 어머니회에서 컴퓨터를 기증하지 않았다면...                

빌 게이츠는 열심히 노력해 마이크로소프트를 키워냈다. 마이클 조던은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 농구 실력을 연마했다. 비록 재능은 노력 없이 우연히 타고났지만, 자라면서 보인 노력과 성실성의 대가는 받을 자격이 있지 않은가? 마이클 샌델은 『정의론 무엇인가』(2010.6)에서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해 샌델은 존 롤스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답을 한다. “노력하고 도전해서 소위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려는 의지조차도 행복한 가정과 사회적 환경의 영향이다.” 성공의 다른 요소들처럼 노력 역시 스스로에 공을 돌릴 수 없는 우연의 영향을 받는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룬 성과는 전적으로 개인의 독점적 과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온 나로서는 꽤 충격적인 말이다. 


빌 게이츠는 시애틀에서 손꼽히는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은행창업자였고 아버지는 유명한 변호사였다. 어머니는 은행 책임자로 일했다. 


빌 게이츠는 11살이 되던 해 하버드 대학교보다 등록금이 몇 배나 더 비싼 시애틀의 명문 사립학교 레이크사이드(Lakeside)에 입학했다. 학교 어머니회에서 바자회 수익금 3천 달러로 컴퓨터를 학교에 기증했다. 시애틀에 있는 중학교 최초로 컴퓨터가 설치됐다. 빌 게이츠는 컴퓨터 옆에 살았다. 자신이 내린 명령을 척척 수행하는 기계에 푹 빠졌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을 위한 컴퓨터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렇게 시작됐다.

                                         

빌 게이츠가 레이크사이드 학교에 진학할 형편이 안 됐다면어떻게 됐을까? 어머니회에서 수익금 3천 달러로 컴퓨터를 사지 않았다면? 빌 게이츠의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그가 이룬 성공에는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빌 게이츠가 노력해서 성공한 삶의 일정 부분은 좋은 환경이라는 우연적 요소에도 크게 의존한다. 그가 똑똑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운을 빼고 그의 성공을 말하기도 힘들다. 빌 게이츠는 또래 아이들과 비교할 때 처음부터 출발선이 앞에 있었다. 이런 상황을 우리가 온전하게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점이 존 롤스가 제기한 문제이고, 샌델 교수가 하버드 학생들에게 던진 화두가 된다.                   

                      

샌델이 롤스의 주장을 하버드 학생에게 소개했을 때, 상당수 학생이 크게 반발했다. 학생들은 하버드대학 입학을 비롯해 자신이 성취한 일은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도덕적으로 임의의 요소들 덕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소위 타고난 재능을 가진 그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대가마저도 도덕적 자격을 주장할 수 없다고 말하는 롤스의 정의론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할아버지의 재력, 어머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        

한때 ‘할아버지의 재력, 어머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이 아이의 능력을 만든다,’는 말이 유행했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운도 실력이고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것도 실력이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왔다. 부자 할아버지를 둔 덕분에 사교육비 아깝지 않고 공부한 것도 자신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과연 운도 실력인가? 할아버지의 재력이 내 실력인가? 그걸 통해 쌓은 실력이 능력이 되는 거야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그것이 온전히 자신만의 힘으로 쌓은 실력이 아니다. 운이 좋아 좋은 집안에 태어나 쌓은 실력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발휘하는 능력을 온전히 노력의 결과로 볼 수는 없다.  


부모를 잘 만났고, 또 때를 잘 만나 성공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고, 머리가 좋은 것은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운좋게 물려 받은 것이다. 이들의 출발선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보다 앞에 있다. 이것은 현실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능력 있는 사람이 성공의 과실을 독점하는 것은 정당하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자기 능력을 발휘해서 얻은 성공은 당연히 그 사람의 것이다. 이것이 사람들의 생각이다. 

                      

존 롤스는 여기에 대해 두 가지의 의문을 제기한다. 첫째,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해도, 그 재능이 전적으로 자기 노력의 결과인가? 둘째, 특정한 시기에 사회가 높이 평가하는 자질 역시 자기 노력의 결과인가? 이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면, 공정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어진다. 자기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우연히 얻은 것이라면 성공의 과실을 독점하는 것이 공정한가? 


운 좋게 재능과 기회를 만나 엄청난 혜택을 누리는 것을 도덕적 임의성이라 한다. 그런 운이 작용했다 하더라도 개인이 기울인 노력은 인정해야 한다. 같은 행운을 갖고 태어나도 노력하지 않은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 빌 게이츠가 운이 좋다고 해도, 열심히 노력해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가 이룬 성공을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다만, 그렇다고 천문학적 과실을 모두 개인이 독점하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공정의 범위를 넓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견해다.           

                               

존 롤스(John Rawls)는 그의 저서 『정의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게 분배된 타고난 재능을 지금처럼 당연하게 내 몫이라고 말할 자격은 없다. 성실한 성격도 당연히 내 몫이알고 말할 수 없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성격도 부모에게 물려받았거나 가정 교육의 영향이 크다. 말하자면, 내가 노력한 결과로 얻은 것이 아니다. 좋은 머리, 집중력, 성실성 등 성공의 조건들을 갖춘 것에는 운이 많이 따른다. 


또 한 가지 때를 잘 만나는 행운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시대를 잘 만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빌 게이츠가 컴퓨터가 급속히 발전하는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자신의 전공인 수학을 살려 일자리를 잡았겠지만, 지금같은 눈부신 성공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빌 게이츠가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될 수 있었던 정보화 시대를 만난 행운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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