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젠티즘(presenteeism), 아파도 출근한다.

【외부인의 컨설팅, 내부인의 비판】

by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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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눈치 보여 쉴 수가 없다.

"아니, 그 몸으로 출근하려고?"

"네. 요즘 일이 많아서요"


어머니는 장염으로 밤새 고생한 아들을 안타까이 쳐다본다. 웬만하면 병가 내고 하루 쉴 것을 권한다. 일이 많아서 출근해야 한다는 아들의 말에 어머니의 마음은 무척 아리다. 며칠 전 신문에 보도된 내용이라 읽는 나도 마음이 짠했다.


부실한 몸을 이끌고 회사에 출근한다.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머리는 멍하다.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나왔지만,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억지로 회사에 출근했지만, 육체적・정신적 컨디션 난조로 업무 성과가 떨어지는 프리젠티즘(presenteesim) 현상이 발생한다. 아플 때는 하루 이틀 푹 쉬고 나면 오히려 업무 능력이 오른다.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게 많은 직장인의 고민이다.


최근 직장인들은 피로에 절었다. 피곤이 누적돼 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몸이 아프다고 하면 자칫 꾀병이라 오해받을까 봐 신경 쓰인다. 팀 인원이 부족하고, 한창 바쁠 시기에는 눈치가 보인다. 상사의 눈앞에서 쓰러지지 않는 이상 꾀병으로 비칠 것 같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4월 11일의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직장인의 50.5%가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만큼 몸이 아픈데도 출근한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 개인의 건강도 안 좋아지고, 출근해도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 차라리 마음 편히 하루나 이틀 푹 쉬는 것이 본인에게 좋다. 회사 입장에도 출근해도 아파 골골할 바에는 쉬는 게 낫다.


아무리 출퇴근이 힘들어도

기왕 출근하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선다. 회사까지 갈 길이 태산이다. 직장인 10명 중 2명 이상은 출·퇴근하는 데 두 시간 이상 걸린다. 한 시간 이상은 기본이라 말할 것도 없다. 통근 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 만족도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직장을 옮기거나 퇴사하려는 근로자가 크게 늘었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 힘들어지는 게 당연하다. 교통비도 만만치 않다. 돈은 돈대로 들고, 체력은 체력대로 바닥난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 시달리고 나면, 정작 출근해서 일할 의욕이 사라진다.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한 날에는 그야말로 컨디션이 최악이다.


차를 가지고 출퇴근하면 좀 낫긴 하다. 그래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니다. 교통 체증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자동차 사는 돈도 만만치 않고 보험료에다 기름값을 합치면 들어가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니다.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고, 돈은 돈대로 들어가니 자가운전도 고역이다. 이래저래 직장 생활하기 참 힘든 현실이다.


회사 가까이 살면 되지 않느냐고? 팔자 좋은 소리 한다고 핀잔 듣기 딱 좋다. 누군 그걸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회사가 시내 중심가에 있으니 집세가 비싸다. 울며 겨자 먹기로 지하철 노선을 따라 이사한다. 그래도 지하철이 다니면 형편이 나을 거로 착각한다.


지하철이 들어서면 그 동네 교통이 좋아진다. 집주인에게는 참 반가운 소식이지만 세입자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진다. 역 주변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덩달아 집세도 올라간다. 전세나 월세가 올라도 너무 오른다. 봉급 생활자인 직장인이 감당할 지경이다. 눈물을 머금고 집세가 싼 외곽으로 이사한다. 옛날에는 버스로 30~40분이면 충분한 출퇴근 거리가 짐짝 같은 지하철로도 두 시간 가까이 늘어난다.


이래저래 직장인들의 하루하루는 고달프다. 그렇지만, 그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디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한 것은 그들의 성실한 노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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