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건빵과 별사탕, 일제 군대의 유산이다
[20가지 기묘한 고급 상식 열전]
군대 짬밥과 함께 잊을 수 없는 전투식량이 건빵이다. 군대를 가기 전이라면 건빵에 손도 뻗지 않을 테지만 군대 가서 먹는 건빵은 별사탕과 함께 별미다.
건빵과 별사탕은 결로부터 말하자면,
국군의 음식이 아니라 일본 관동군의 제국주의 유산이다.
1951년 한국전쟁 때 국군의 비상 전투식량은 물론이고 산악전이 많아 보급이 힘든 우리나라 지형에서 장기간 식량원이 될 음식이 필요했다. 그때 만주군 군 장교 때의 기억을 되살려 백선엽 장군이 민수 조달로 건빵과 별사탕을 마구잡이로 생산시켰다. 그래서 우리는 건빵과 별사탕이 우리 군의 음식인 줄 착각하고 있다.
일본 육군은 건빵과 별사탕을 왜 전투식량으로 만들게 되었을까? 건빵은 미군과 영국군이 먹던 Hardtack 크래커를 일본식으로 한 번에 구워 만들었다. 즉 제조를 쉽고 빠르게 건빵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뚱딴지같이 별사탕이 뭔가? 하드택에는 별사탕 비슷한 것도 없는데?
17세기 포르투갈에서 설탕과자가 일본에 들어온 후, 메이지유신 시절 천황이 귀족들에게 친히 별사탕 모양의 설탕과자를 선물하는 친교활동을 했다.
즉 별사탕은 천황이 귀족 같은 고귀한 일본 백성들에게 내리는 하사품이다.
그래서 일본 제국군에 입대하면 쌀밥도 무한정 먹게 해 주지만, 천황이 내리는 별사탕을 받을 수 있는 가문의 영광도 누린다. 그래서 건빵에 별사탕이 하나의 조합이 된 것이다.
게다가 물 없이 먹기 뻑뻑한 건빵에 별사탕을 혀에 굴려 먹으면 침샘을 자극해 건빵을 목메지 않고 먹을 수 있다. 그래서 건빵에게 별사탕은 없어서는 안 될 수분 자극제의 역할을 한다.
"별사탕은 왜 하필 천연색으로 알록달록해졌을까?"
비극적이게도 만주사변 때까지 하얀색이던 별사탕을 먹다가 바닥에 떨어뜨리면 그놈의 흰 눈 때문에 별사탕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별사탕에 빨강, 파랑과 같은 색을 입혀 눈밭에서도 별사탕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추억의 건빵과 별사탕에는, 일본 군국주의가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거치는 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완성된 전투식량이다. 그리고 우리는 친일 일본군 출신 대한민국 장군에 의해 일본군 근무 시절의 기억에 따라 건빵과 별사탕을 그대로 만들어 써오고 있다.
가슴 아프고 비참하고 반역사적인 제국주의 산물을 청산하지 않고서 우리의 추억으로 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