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소박이
오이소박이는 어렸을 때 좋아하던 김치 중 하나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특별히 매번 찾는 건 아닌 김치 중 하나다.
그런데 엄마는 오이소박이만 보면 내 생각이 나시나 보다.
타지 생활이 길어지면서 얼굴을 맞대는 것보다 영상통화가 더 자연스러운 대화 방식이 된 이후,
오이소박이를 담근 날이면 꼭 내게 그 소식을 전하시곤 했다.
"이거 너한테 보내주고 싶은데" 혹은 "네가 얼마나 잘 먹었었다고." 등등.
사실 나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엄마가 그랬다고 하니까 그랬나 보다, 싶은 거랄까.
그런데 나도 오이를 보면 잠시 멈추게 되더라.
'오이소박이가 먹고 싶다'가 아니라, 그냥 이제 엄마가 생각난다.
엄마가 내 생각을 할 걸 알면서 나는 도로 엄마 생각을 하게 만드는 상징적인 채소가 된 거다.
커다란 오이가 두 개에 1.5유로였던가, 오이소박이를 만들려고 산 건 아닌데 일단은 사버렸다.
그리고 기약 없이 집에 있게 되면서 부추 대신 쪽파로 오이소를 만들어 칼집 하나하나에 속을 채웠다.
젓갈 하나 안 들어가니 맛은 좀 심심하고, 한국 오이와 달리 물도 많다.
그런 음식들이 점점 쌓인다.
오이소박이 말고,
또 무엇이 나를 떠올리게 할까 누군가의 저장 고속에는.
무엇으로 남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