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나오시마&제주본테미술관
심리적‧정서적인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으신가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과 인생을 만나면 아픔을 조금은 덜어내고 건강한 힘이 생길 수도 있어요.
한 번 보면 그 강렬함으로 머릿속에 각인되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시리즈~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단순한 미술계의 관심을 넘어서 이제는 대중문화를 이끌고 있고 그녀의 호박 패턴은 상업적 성공까지 거두었다.
점, 호박, 무한 거울방 등 반복적인 패턴과 노랑, 빨강의 강렬한 색상은 SNS에 사진 찍어 올리기 좋은 배경이 된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이 공유되고 있는 아트 작품이 되었다.
지난가을 제주 본태 박물관에 갔을 때 3관에서 그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상설 전시이며 노란 호박과 무한 거울방이 있었다. 영종도에 파라다이스 호텔에 가도 로비에서 그녀의 노란 호박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여행으로 다녀온 나오시마 항구 근처에 빨간 호박과 노란 호박이 하나씩 전시되어 있었다. 나오시마는 섬은 작지만 미술관도 여러 개 있고 빈집 프로젝트라는 스토리를 만들어 방치된 빈집에 미술품(돌, 자유의 여신상 등) 하나씩을 얹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마을을 살리는 아이디어가 신선했다. 쿠사마의 작품까지 있으니 '예술의 섬'이라 할만했다.
항구 근처에 있는 점박이 빨간 호박과 노란 호박은 여행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공포와 환각을 이겨낸 그녀의 크고 작은 고통들이 검은 점으로 찍혀져 도드라져 보였다.
폭풍우나 태풍이 올 때는 호박이 상처받을 수 있어 작품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다. 쿠사마 야요이 전용 미술관은 도쿄에 있다고 하는데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고령의 나이, 정신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미술시장에서 엄청난 파워를 가진 쿠사마 야요이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진다.
쿠사마는 1929년 나가노현에서 부유한 종자상 집안 막내딸로 태어났다. 올해 96세. 현직 작가로는 놀라운 나이다. 아직도 작품을 만들고 있다니 존경스럽다. 그녀의 모습은 작품처럼 개성이 넘치고 화려하다.
그녀는 1977년부터 도쿄의 정신 요양 시설에 자발적으로 입원하여 살고 있으며, 그 바로 맞은편에 있는 작업실에서 매일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왜 정신병원에서 살게 되었을까?
그녀의 어머니는 쿠사마 야요이가 그림 그리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아버지는 상습적인 외도로 가정은 불안정했다. 엄격하고 억압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쿠사마 야요이는 공포스러운 환각을 경험하게 된다. 어린 시절 화훼농장에 일손을 돕기 위해 들어갔다가 작업자들이 다 사라지고 홀로 남겨졌을 때 주변에 있는 사물들이 자신을 엄습해서 놓아주지 않는 그런 환상을 경험하였다.
또 어느 날은 집에 홀로 남겨져 있을 때 식탁 위에 깔려 있는 예쁜 테이블보에 있는 무늬들이 본인을 덮쳐서 놓아주지 않는 공포스러운 체험을 겪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소리쳤고 이런 이상 행동을 할 때마다 어머니는 병원에 데려가기보다는 체벌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스트레스가 딸에게 전해진 것일까? 의학적 상식이 부족해서였을까? 부모님 사랑이 부족했던 쿠사마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런 정신 장애를 가진 그녀가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이렇게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되었을 때 우연히 미국 여성 작가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을 접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 후 쿠사마는 그녀를 동경하게 되었다. 어렵게 미국 주소를 알아내 자신의 수채화와 함께 편지를 썼는데 운명처럼, 기적처럼 격려의 답장을 받게 된다. 자신감을 얻은 쿠사마 야요이는 그녀를 만나러 요코하마에 가서 배를 타고 용기 있게 미국으로 건너갔다. 조지아 오키프를 만나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화가의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강박증과 환각으로 정신적인 고통이 컸던 쿠사마는 미국에서 경제적 빈곤, 이방인으로 겪는 외로움, 언어 등으로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내면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여 점차 현대 미술의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당시 팝아트가 유행할 때라 앤디워홀 등과 함께 교류하며 작업을 했다.
나이 차가 나는 남자와 사랑을 했지만 얼마 안 가 남자가 세상을 뜨자 미국에서의 활동을 접고 다시 일본으로 오게 되었다.
'그녀의 작품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만 10세 무렵부터 꽃, 점, 망 같은 환각을 경험하며, 특히 보라색 꽃이 말을 걸어왔다고 한다.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스케치하여 두려움을 완화하려 했고, 그 무렵 어머니 초상화 위에 점으로 덮는 실험적 작업을 시도했다. 이때부터 검은 점이 쿠사마 야요이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점은 작가 자신을 괴롭히는 공포의 자아를 상징한다.
호박은 일본에서도 '못생김'의 상징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학대와 미움의 감정을 호박에 담아냈다. 첫 호박의 경험은 초등학생 때 화훼 농장을 방문했을 때 남자 머리만 한 호박이 말을 걸었다고 했다. 화훼농장과 집에서 느꼈던 공포의 대상을 작품 소재로 사용했고 그림과 환각 사이를 오가며 위안을 받기도 하고 탈출하기도 했다.
뉴욕에서 어느 날 캔버스 전체를 아무런 구성없이 무한한 망과 점으로 그리고 있었는데 내 붓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캔버스를 넘어 식탁, 바닥, 방 전체를 망과 점으로 뒤덮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내 손을 봤을 때, 빨간 점이 손을 뒤덮기 시작했고 내 손에서부터 점이 번지기 시작해서 나는 그 점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 점들은 계속 번져가면서 나의 손, 몸 등 모든 것을 무섭게 뒤덮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소리를 질렀고 응급차가 와서 병원에 실려갔다. 의사가 진단하기를 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고 정신이상과 심장수축 증상에 대한 진단이 나왔다. 이러한 사건 이후에 나는 조각과 퍼포먼스의 길을 택하게 되었다. 내 작업의 방향 변화는 언제나 내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불가피한 결과다. -쿠사마 야요이 출처 · 나무위기
'그녀의 작품은 가격은 얼마 정도할까?'
'Untitled (Nets)’는 2022년 뉴욕 경매에서 1,049만 6,000 USD에 낙찰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2024년 서울옥션에서 ‘호박’ 그림 하나가 64억 2,000만 원에 판매되었으며, 낙찰가 포함 총거래액은 약 277억 원이었다.
명품 루이비통과도 협업을 해서 도트 패턴의 가방, 옷, 액세서리가 출시되었고,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쿠사마 야요이는 환각, 강박장애, 이인화 경험등 여러 상태가 얽혀 있는 정신 질환을 10살 이후부터 평생 앓았다. 그리고 신체적 병으로는 갑상선 이상이 있다. 쿠사마는 이렇게 말했다.
“제 예술은 환각에서 비롯된 정신병적ㆍ집착적 이미지의 표현입니다. 저는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병을 치료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쿠사마처럼 나의 약점이 때론 강점이 될 수도 있어요. 심리적‧정서적인 고통은 예술로 얼마든지 승화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