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를 살아내는 중

출산 후 한 달, 다시 일자리로

by 루미아


둘째를 낳고,
딱 한 달 만에 어린이집에 맡겼다.

몸은 여전히 회복 중이었고
밤중수유의 여운도 채 가시지 않았지만,
나는 출근 준비를 했다.
아이를 맡기고 돌아오는 길,
쓸쓸했지만 이상하게
심장이 조금씩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살아있다.
움직이고 있다.
세상과 다시 연결되고 있다.

아이들만 돌보다 보면
내 이름은 사라지고
“누구 엄마”로만 불리는 시간이 쌓인다.
하지만,
나는 그 이름 말고
내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이 필요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나를 다시 살아내기 시작했다.

다행히
두 손녀가 너무도 예뻤던 걸까.
친정부모님도
천천히 마음을 풀어주셨다.
엄마는 큰아이를 안고 웃으셨고,
아빠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셨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진짜 ‘가족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와 상처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시간은 마음을 덮고,
손녀는 마음을 녹였다.

이젠
“버티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이 시작된 것 같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요르단 출장길에 올랐던 날.

비행기 창밖으로
붉은 사막이 펼쳐지고,
그 위로 해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때,
내 안에서 조용히 들려왔다.

이제는, 나로 살아도 괜찮아.”






누군가의 엄마로만 살아도 괜찮지만,
나는 나로도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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