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ìa 29 Es difícil despedirse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by 여행하는 루나씨



2025년 7월 30일 수요일, 알리칸테 29일차



1. 필라테스 코치님의 작별 선물(!)


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필라테스 수업 너무 피곤했다ㅠ 마지막 수업이었다. 어제부터 너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어!라고 선물 예고제(!)를 보여 준 발렌틴은 예쁜 돌에 운동하는 내 모습을 그려주었다! 세상에나! 한 달 동안 주 3회 얼굴 보기는 했지만 그저 돈 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지니스 관계라고 생각했던 루나씨에게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 발렌틴은 눈물까지 글썽거린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분명하다! 마지막에 인사하면서 코리안 하트도 날려주고 한 달인데 엄청 정들었구나... 나는 특별히 줄 게 없어서 그의 여자친구를 위해 K-뷰티 아이템 2-3개를 남겨주었다. 마지막주 수업은 3일 연속이라 하체, 복근, 상체로 나눠서 하루씩 야무지게 털어준 발렌틴 코치에게 매우 감사하며, 더 건강하고 강한 사람이 되었다><




2. 햇살, 가벼운 점심, 여름

선글라스를 잊어버리고 나왔더니 늘 보던 간판들이 더욱더 아름답다. 강렬한 해상도. 뭐든지 떠나기 전에는 조금 더 아련해지고 소중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제야 정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떠날 수 있으니까 남은 애정을 쏟는 거지.


가볍고 건강한 점심을 먹고 싶어서 포케를 골랐다. 음료에 커피까지 주는 굿딜이 있는 곳이었다. 싼 이유는 곧 밝혀지는데 연어 비주얼이 좋지 않다. 먹는 데 지장은 없었지만 추천하기는 좀 그렇더라. 뉴욕 포케라는 이름의 메뉴를 주문했는데 알고 보니 망고 드레싱이 들어 있어서 나는야 망고에 밥 비벼서 젓가락으로 먹는 괴랄한 아시안이 되었다@.@ 그런데 또 맛있어 왜지? 망고 라이스 되게 싫어하는데 드레싱이 밥에 어울리게 만들어졌나 봐. 흥미로운 경험이었네.


매우 더운 7월이었다. 이 xx 같은 날씨를 겪고도 "난 사계절 중 여름이 가장 좋아."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저요! 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놀이 못 잃어><ㅋ

SNS에서 질문을 만나는 걸 즐긴다. 오늘의 질문은 인생에서 가장 좋았을 때는 언제인가? “남들이 보면 가장 좋았다고 기억할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일하지 않아도 되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오늘에 더욱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질문이고 답이다. 다음 질문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마지막 사랑과 헤어졌을 때.” 그 사랑 이후 오랫동안 새로운 사랑을 만나지 못했다. 소중하고 특별했던 사랑,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만큼 아프고 괴로운 시간이었다.


오늘도 뭐 먹고살아야 하나 고민이 시작되었지만 아프리카 갔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몇 달 뒤 삶을 뭐 하러 걱정하냐! 외치고 현재에 충실한 여행 모드로 돌아왔다. 가끔은 이런 마음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아니 왜? 죽는 게 뭐 어때서. 빈털터리 되는 게 뭐 어때서. 그러면 좀 더 가벼워지더라. 너무 무겁게 사는 게 문제일 때.


3. 쇼핑데이


떠나기 전 기념품 등을 사기 위해 쇼핑데이로 계획했는데 시에스타는 계산에 넣지 않은 사람;;; 한 달이나 살았는데 참 정신없다ㅎ 현재 시각 오후 3시쯤인데 오후 5시 30분부터 쇼핑할 수 있다. 그동안 시에스타 시간에는 거의 도서관에 있어서 매장이 닫는다는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다. 이걸 이제야 깨닫는다고?


다행히 많은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시간이다. 세상을 가득 채운 강렬한 햇살. 한 달 동안 해야 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조금은 답답했던 것 같다. 이제부터 한동안 꼭 해야 하는 건 거의 없는 편안하고 가벼운 일상으로 돌아간다. 자유롭고 홀가분하다.

오늘은 꼭 츄러스를 먹어보려고 했는데 츄러스 전문점은 모두 오전 7시에 열어서 13시 전에 문을 닫는다;; 어제는 몰랐는데 오늘도 문 닫아서 확인해 보니 오후 영업은 안 함ㅠ 맘소사, 스페인 와서 츄러스도 못 먹고 가는 전설을 쓰나요ㅋㅋ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드디어 가게 오픈 시간이 다가왔다.



스페인에서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브랜드라고 하길래 올리브오일 2개, 핸드크림, 오일 작은 거 1개, 페이스 미스트, 릴렉싱 미스트, 세럼, 후추 2개 등 독일에 사는 친구 선물과 나를 위한 기념품을 구입했다. 44유로, 나쁘지 않은 쇼핑이었다.



4. 마음을 정돈하는 시간이 필요해


휴대폰 베터리가 없었고 곧 집에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꼭 한 번 앉아보고 싶었던 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항상 지나쳤지만 바쁜 걸음으로 인해 머무를 수 없었던 곳이었다. 나의 여행 스타일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날이었다. 휘적휘적 돌아다니다가 맘에 드는 풍경 앞에 기약 없이 앉아있는 걸 좋아하는데, 알리칸테에서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욕심이 지나쳐서, 조금 무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빈 시간에는 SNS와 인터넷 서핑에 빠져있었다. 조금 더 쉬어도 좋았을 텐데. 조금 더 사색해도 좋았을 텐데. 무언가를 마무리하는 시간에는 후회와 욕심과 미련으로 마음이 번잡해진다.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 여행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동행이 있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알리칸테에서는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했던 것 같다. 홀로 이뤄내고 감당해야 할 것들이 있었던 걸까. 여기저기로 흐르는 생각의 흐름에 시간을 맡기고 서서히 낯설어지는 저녁 시간의 공기를 바라보았다. 심장이 어색하게 뛴다. 무언가 해야 할 것만 같은 불안함이다. 숨을 천천히 내쉰다.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야 했어. 해가 너무 늦게 지는 나라라서 노을을 안 본 지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평선에 걸려 있는 태양을 바라보며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던 시간이 그리웠다. 마음을 비울 기회가 좀처럼 없었던 한 달이었다. 꾸준히 가벼워질 수 있기를. 밤톨 정도만큼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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