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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축하해! 미역국

미역국엔 마늘을 넣지 않기로.

by 이루나

오고야 말았다. 남편의 생일~!

결혼한 지 1년이 아직 되지 않았다 보니 모든 행사가 처음이라 더 특별한 것 같다.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선물도 선물이지만, 생일상을 꼭 차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생일상에는 미역국이 주인공이지!

미역국에 들어가는 재료로는 내게 익숙한 소고기로 정했다. 밖에서 사 먹는 미역국은 가자미나 바지락 등 다양한데, 우리 엄마가 해 주신 미역국은 대부분 소고기 아니면 황태였다. 나는 국에 빠진 황태는 잘 먹지 않아서 미역국 종류는 자연스레 소고기가 되었다. 국거리 대신 부드러운 불고기용으로 정했다.


사용한 재료

소고기(불고기용) 200g

미역 2주먹반

물 500ml+500ml

국간장(조선간장) 2스푼

어간장 2스푼

맛술 1스푼

소금 1꼬집

다진마늘 1스푼


미역국은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미역을 불려야 한다. 대략 두 주먹 반 정도로 집어 물에 30분 이상 담가 불려놓았다. 미역이 불으면 양이 엄청나게 많아지기 때문에 주의할 것! 그리고 불린 미역은 조물조물 세척해 주었다.

미역이 거의 다 불었을 즈음 다른 재료를 준비한다. 소고기는 키친타월을 사용해 핏물을 제거해 준다. 그리고 소고기 볶기 시작. 고기에도 간이 잘 배도록 조선간장, 어간장, 소금을 넣어준다. 나는 혹시 몰라 고기에 맛술도 조금 추가해 주었다.

그리고 미역과 함께 물을 부어준다. 물은 처음에 500ml로 시작해 끓여가면서 추가해 주었다. 그리고 물을 추가해 싱거워졌을 수 있어 중간중간 간을 봐주면서 간장을 추가하기도 했다. 오래 끓일수록 미역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

정말이지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었다. 남편도 최근에 횟집에서 먹었던 미역국보다 맛있다고 극찬을 하며 엄지를 들어 올려주었다. 미역국을 만든 날은 생일보다는 조금 거리가 있어 일부러 양을 많이 준비해서 미역국을 남겨둔 후 다른 날 제대로 생일상을 차려주었다. 예전에 시도했었던 불고기도 함께! 확실히 한 번 만들어보기도 하고, 그동안 다른 요리도 만들었더니 처음 불고기를 만들었을 때보다 손도 빨라진 듯 느껴졌다. 내가 준비해 준 생일상이지만 잡채는 장모님의 마음으로 같이 올렸다.

남편을 자리에 앉힌 후 '이런 아내가 어딨어~.'라며 으스대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사실 본인도 피곤하고 힘들 텐데 항상 나를 우선으로 두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열심히 담았다. 다음 생일까지 1년 또 잘 부탁합니다:)


+덧.

남편 생일 며칠 뒤가 바로 우리 엄마의 생신이었다. 내가 독립하기 전까지 몇십 년을 거의 매일 밥상을 차려준 사람은 엄마인데 그 딸은 결혼 후 갑자기 요리한다더니 그 음식은 다 남편이 먹는 것이 아닌가. 왜인지 스스로가 괘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재료를 다시 주문했다. 미역국과 불고기를 새로이 만들어 포장해 남편과 함께 친정집으로 향했다. 서프라이즈로 꺼내놓은 요리를 보시고는 부모님이 모두 놀라셨고, 기특해하시면서도 좋아하시는 것 같아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입맛이 무던한 남편과 달리 아부지는 까다로운 편이신데, 칭찬하시면서도 뭔가 엄마의 미역국과는 다른 것 같다 하시니 레시피를 같이 복기해 봤다. 차이는 바로 마늘이었다! 나는 다진 마늘을 넣어주었는데 듣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미역국에는 마늘 넣는 거 아니야."라는 단호한 답변. 분명 레시피에서 봤다며 한식에 마늘이 들어가면 안 되는 음식이 어디 있느냐고 이야기하는 내게 다시 한번 미역국에 마늘하고 파는 넣지 않는다고 하신다. 바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미역국에 마늘은 지역에 따라 다른 것인지 모르겠으나 넣는 레시피가 있고 넣지 말라는 레시피가 있었다. 마늘이 들어가면 미역 본연의 맛을 약하게 하고, 파는 영양소를 파괴하기 때문에 더더욱 넣지 말라고 한다. 서로에게 찰떡궁합 재료는 아닌 것 같다. 결국 마늘 논쟁으로 번졌던 대화였지만 결론은 엄마와 나의 요리 경력과 마늘의 유무 차이였던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다음 미역국에는 마늘은 제외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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