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Chive Dec 31. 2023

집 나간 금쪽이들에게

부디 독립이 고독이 되지 않도록

   이전 글들을 통해 나름대로 디지털을 끊는 방법론적인 부분에 대해서 내가 해봤던 대부분의 것들을 공유했다. 한마디로 외적인 변화들과 변화시키는 방법은 다 얘기했다는 소리다. 오늘부터는 애초에 왜 내가 디지털 기기에 이토록 병적으로 집착을 하게 되었나부터 시작하여 여기서 나오기까지 내 정신적인 면을 수다처럼 짧게짧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종의 고해성사라고 봐도 좋겠다.


안타깝지만, 내 디지털 중독의 시작은 '독립'이었다.


   독립을 하고, 그러니까 입사를 하고 1년차쯤에 들은 어떤 선배의 푸념이 생각난다. 독립의 장점이자 단점은 '엄마가 없다'는 것이라고. 그때는 저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싶었다. 심지어 첫 독립 장소는 통영, 지방이긴 해도 집에서 가장 먼 곳(국내 기준)이니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확신이 드는 공간이었고, 한적한 동네와 바로 옆에 바다가 있는 풍경에 푹 빠져있던 시기였다. 넓은 바다만큼이나 거칠 것이 없었다.


  이 얘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 나의 2020~2023년에 걸친 대략 3년간의 시간이었다. 엄마가 없다가 장점이자 단점. 결국 내가 누리는 자유도 늘어났지만, 그만큼 내 모든 생활에 대한 책임도 나에게 있다는 말.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 저 말을 했던 선배는 가끔 우리 동기들과 잔을 기울이며 결혼 얘기를 할 때 이런 말도 많이 했다.


   "일단 만나야 할 남자는 사람들마다 취향이나 기준이 다르니까 말은 못해도, 가장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은 있는거 같아. 뭐 폭력적인 사람이나 9시 뉴스에 나올 것 같은 사람은 당연히 알아서 잘 거를테니까 그런 기본적인 것들 말고, 난 30살 이전에 독립해서 혼자 살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 그런 남자는 좀 힘들다고 생각해. 이게 아, 뭐라 말을 해야하지... 단순히 혼자 사는 걸 얘기하는 거가 아니고, 뭐랄까... 삶의 무게를 오롯이 혼자 짊어져본 경험이 없는 사람? 그런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선배의 독립에 대한 생각이 묻어났던 그 말 하나하나가 다 일맥상통하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혼자 산다'와 '독립한다'는 엄연히 다르고 이 독립 경험의 유무는 지금 생각해보면 사는데 굉장한 차이를 만든 것 같다. 독립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겉으로 보이는 것들부터 얘기해보자. 생계부터 집안일, 청소, 정리, 관리비, 공과금 그 모든 것을 나 혼자 해결 해야한다. '나 혼자 산다'같은 예능에 나오는 싱글 라이프의 이면은 이렇게 자잘하고 귀찮은 것들이다. 심지어 이런 것들은 모든 엄마들이 말하듯 엄청 열심히 매일 해도 티는 안 나지만 하루라도 빼먹으면 바로 티가 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번 연재를 통해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독립할 때 어려운 점 중에 정신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더더욱 얘기가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저번 연재 '너는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다'의 부제가 '혼자 있는 방법을 모르는 자, 유죄'라고 한 것도 이유가 있다. 내가 그 죄인이었기 때문이다. 독립을 한다는 것은 사실 독립이 가져오는 외로움과 고독을 오롯이 자기가 감당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감당하는 가장 안 좋지만 가장 편한 방법은 디지털 세계에 나를 내다 버리는 것이다. 공과금 내는 법, 청소 잘 하는 법 그런거는 책이나 인터넷에 보면 다 나온다지만, 외로움을 다루는 법은 그렇지 않았다. 평생의 숙제 같은 것이었고, 나는 그 숙제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나를 한 3년 정도 버려뒀다. 숙제를 하지 않았던 벌 치고는 꽤나 가혹했다.

   

   우리나라에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그 말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고독과 외로움의 총량도 같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소리리라. 걱정이다. 우리는 잠시 누군가를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는 동거도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혼자'다. 그걸 가르쳐준 것이 독립이고, 독립이 주는 숙제를 잘못 풀어 먼 길을 나는 걸었다. 세상은 혼자 사는게 낫다고들 하지만, 선배는 엄마라고 표현했던 '가족'같은 기본적인 공동체가 없으면 결국 '금쪽이'행을 면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내 5년 독립생활의 답인 것 같다. 아, 물론 결혼을 해야 한다거나,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그게 찾을 수 있는 답 중에 가장 보편적인 답이라는 것에는 어느정도 동의한다.) 이걸 잘 해소하면서 얻는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솔로가 답이 되는 시기가 온다는 솔로예찬론은 더더욱 아니다. 사람은 절대 혼자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을 느낀게 내 독립생활이니까.


    다만 외로움이라는 독립하는 사람들의 평생 숙제에 대한 답이 '디지털로의 도피'가 되면 안된다는 말이다. 차라리 그러느니 외로움을 겪어버리는 것이 낫고, 어지간하면 그 과정을 슬기롭게 사람을 만나면서 풀든, 다른 일을 하면서 풀든, 하다못해 밖에 나가서 단순히 뜀박질이라도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집나간 금쪽이들, 화이팅이다.  


이전 06화 비워진 자리를 좋은 것으로 채우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