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없습니다. 육아 철학 따윈.
'의지'보다 더 큰 에너지는 없다.
스스로 잘하고 싶어 하고 스스로 이기도 싶어 하는 사람에게
채찍 따위는 필요 없다.
부모는 아이가스스로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극을 주어야 한다.
물론 그 전에 무엇이 아이에게 의욕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는 것은 필수다.
- [아이의 재능에 꿈의 날개를 달아라 박미희 저] 중에서 -
세계적인 선수, 김연아 선수는 어떻게 자랐을지, 아니 엄마가 어떻게 아이를 키웠을지 궁금해서 읽어 본 책이다. 책 내용은 김연아 선수를 피겨선수로 키우게 된 계기부터 간단한 에피소드와 함께 엄마의 생각들이 적혀 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여건상 피겨라는 건 일단 ‘돈이 많이 들 것 같다.’는 느낌이 있어서 김연아 선수의 아버지는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사업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김연아 선수의 재능을 보고 선수로 키우고 싶다는 코치의 진지한 눈빛에 뒷바라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물론 피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는 미술이나 다른 학원들은 그만두었다고 했다. 김연아 선수는 천성적으로 끈기와 오기가 있고 굉장한 노력파인것 같다.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남들보다 더 많은 연습량으로 다른 선수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점프와 정확성을완성했다. 물론 이렇게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까지 김연아 선수 뒤엔 언제나 엄마가 있었다. 유난스럽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아이를 위해 아이보다 더 많은 피겨공부를 했고, 김연아 선수가 연습을 할 때 보통의 다른 엄마들과는 달리 아이를 관찰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자세가 나올지, 어떻게 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고 한다. 집안살림은 당연히 소홀하게 될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를 위해 사는 삶이 성공을 이끌었던 것 같다.
나라면 어떨까?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했을 때 아이를 위해 완벽히 헌신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아이가 원하는 뭔가가 있다면 반대하진 않겠지만, 내 삶을 온전히 아이에게 맞출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아이가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재밌어 하고, 계속하고 싶어 한다면 든든한 지원을 해주고 싶다. 나는 운동을 잘했다. 초등학교 4학년쯤부터는 두각을 보일 정도로 잘 하기 시작했는데 그 후 학창시절 내내 릴레이 선수를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체력장을 하게 되면 항상 ‘1급’ 아니면 ‘특급’이었고, (초중고 12년 동안 체육은 늘 '수'였다) 체육에 관련된 상장은 뭐든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장을 받고 신이 나서 엄마에게 자랑을 하면 “쓸데없이 운동할 생각하지 말고 공부나 해. 여자가 운동하면 힘들어. 굳이 잘해서 뭐 하냐.” 라 말했다. 친정 엄마는 학창시절 때 교내 운동선수를 했었고 그래서 운동하는 딸을 키우고 싶지 않았었다고. 글쎄, 그래도 난 내 아이가 운동이든 뭐든 잘한 것이 있다면 굉장히 칭찬해줄 것 같은데. 지금도 가끔 엄마가 내 재능을 좀 더 인정해주고 도움을 주었으면 내 인생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피아노 학원 대신 태권도 학원을 다니고 싶다 선택했을 때 두말없이 보내주었다. '태권도보단 피아노를 배우자.' 같은 말 따윈 하지 않았다. 그냥 내 아이가 좋아하는 것, 내 아이가 선택하는 것을 존중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가끔 ‘피겨를 하고 싶어 하면 어쩌지?’ 혼자 생각 할 때가 있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는 피겨는 커녕 스케이트 화를 신고 타볼 곳도 없다(그래서 엄마들은 아이를 위해 기회가 많은 큰 도시로 가는가 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이의 재능을 잘 발견하는 일이아닐까? 그것은 어찌 보면 상당히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있어 재능이라는 것은 특출 나게 삐죽 솟아있기 보다 ‘나 여기에 있어요-’ 발표는 하고 싶지만 부끄러워서 손을 반쯤 든 아이를 찾는 것 마냥 잘 봐야 알 수 있는 것. 그러니 평소 내 아이를 잘 관찰 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자.
지금 내 아이는 그림을 잘 그린다, 말을 잘 한다, 달리기를 잘한다, 엄마를 놀래키는 걸 좋아한다, 킥보드를 잘 탄다, 아...나는 아직 관찰이 부족한가보다. 아이가 잘 하는 것이 뭔지앞 다투어 입에서 튀어나오지 못하는 걸 보니.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159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