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잘 살아야지만
행복할 수 있다면
봄밤 달빛 허공으로 흩어지는
달콤한 매화 향기가 가엾다
그렇게
바르게 하루하루를 쌓아가야만
비로소 웃을 수 있다면
이유도 없이 불쑥 찾아와 내 마음의 잔을 채우던
네 여름 저녁도 덧없을 뿐이다
어쩌다
이 깊은 외로움이 네게도 있다면
가을 아침 햇살에 기러기 날아가고
삭풍에 나뒹구는 마른 잎새에도
부끄러운 눈물을 감출 필요는 없다
그저
얼어붙은 저 겨울 강물 아래
내 삶이 흐르듯
우리의 사랑에는
아무런 조건도 따라붙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