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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홉 Dec 30. 2020

포기의 다른 말은 용기

업보단 특기가 좋겠어요


-광고인이 되려다가 학교에 뒤통수를 맞고 영상을 만들게 된 사람의 이야기




입시 자소서에 분명 '광고 기획자를 꿈꾸며, 광고인이 되기 위해 이러이러한 준비를 했습니다'라고 썼다. 그걸 보며 교수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  낚았네.. 분명했을거다.)


학교에서 배우는 , 아니 던져주는 과제들이 영상 제작뿐이었으니, 나는  성실하게 따랐다.  가지 당황스러웠던 것은, 달갑지 않은 대학에는 달갑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1 사이에 많은 애들이 자퇴를 하고, 휴학을 하고, 이유도 모르게 사라졌다. 사실 나도 정말 그러고 싶었다. 근데 딱히 원하는 학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때까지도 광고인이 되고 싶었음) 반수나 자퇴   싫어서 성실히 다니기로 결심했다.


나는 애초에 딴짓을 좋아하던 사람, 대학생이 됐다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로운 대학교가 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단순한 이유로 딴짓을 시작했다. 멀리 있는 학교 탓에 친구들은 모두 기숙사나 자취를 했다. 다들 돈이 궁했다는 이야기이다. 대학교 1학년, 친구 몇몇을 모아서 공모전을 털기 시작했다.  준다는 프로젝트는  나갔다.


교내에서 열린 봉사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가장  이유는 등록금 털기 위해서. 7명이 모여서 기획했던 프로그램은  재미있었다. 그리고 기업 홍보 영상 공모전에 나갔다. 상금을 목표로 열심히 만들었다. 사실 새내기였기 때문에 카메라에 카도 몰랐다. 편집도 몰랐다. 그래서 조교님과 친해져서 편집을 배웠다. 아쉽게도 수상을 하진 못했지만 입상까지는 했다. 상금은 없지만 만족감을 얻었다.


자신감이 붙어 친구들을 모아 한국 홍보영상 공모전에 나가기도 했다. 전통적인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촬영지에 찾아가 홍보 영상을 만들었다. 꽤 괜찮은 결과물이 나왔다. 결과는 장려상. 사실 이 공모전은 문제가 있었다. 처음 공고했던 상은 3팀이었고, 각각 최우수~장려까지 다양했는데 결과를 보니 두 팀만 뽑혔고 모두 장려상으로 끝났다. 말도 많았지만, 어쨌든 뿌듯했다.


밖으로 나도는 동안, 전공 수업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 갔다. 분명 필요한  배우는 건데도 당장 써먹을 곳이 없으니 배웠던  훌훌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동기  명과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팀 이름을 만들었다. 사실 뭐든 돈이 문제였다. 다행히 교내에 창업지원을 해주는 공모가 있었다. 지원서를 쓰고, 면접까지 붙으니 지원금이 나왔다. 몇 푼이었지만 그 당시엔 꽤 큰 액수로 보였다. 처음 지원금이 나왔을 땐 다들 행복했다. 필요한 조명, 삼각대, 스크린, 소품 같은 것들을 사고, 유료 폰트를 사고, 가구도 샀다. 매일 스튜디오를 예약해야 했지만 그런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전의 꿈은 크고 달콤했다. 하고 싶은 영상과 찍을  있는 영상에 괴리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시작이 좋았다. 매일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만들고, 수업을 듣고, 밤을 새고, 과제를 하고, 시험을 보고. 이런 흐름은 2 동안 계속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부푼 꿈이라던가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힘들어도 버틸  있었다.문제는 콘텐츠가 재미가 없다거나, 유튜브 채널이 반응이 없다거나, 밤샘 일이 힘든  아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의심과 방황 같은 것들이 슬슬 피어나기 시작했다.


영상 일을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말로 꺼내기도 전에, 몸이 먼저 알아차렸다. 지쳐가는 동안 같은 멤버는 나와 반대로 영상을 점점  사랑했다. 그래서 더더욱 멈추고 싶었지만, 포기할 용기가 없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좀만  하면   같은데, 무서워서 포기하는  아닐까.지금까지 포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가는 방향은 정답이었고, 나머지는 회피로 덮어버렸으니깐. 그러는 동안에 원년 멤버였던 다른 친구가 그곳을 나가고,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서 초심의 팀워크라던가, 목적 같은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단단한 열정은 흩어졌고, 꾸역꾸역 버티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무렵, 아주  좋게도 단기 중국어학연수에 덜컥 붙어버리고 만다.그렇게 나는 지겨운 영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도피를 떠나려고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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