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이곳 저곳에서, 이분 저분들이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인사가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회사 직무 중에서 인사업무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 이유를 쉽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조직은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들이 성과도 내고, 시스템도 만든다.
사람과 시스템이 회사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인사부서의 목적은 사람들이 최대의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으로 회사에 기여하는 것이다.
주어진 예산 범위 내 가장 적절한 사람을 선발하고, 개발하는 일이 인사업무이다.
회사의 목적은 이윤창출이다.
그러므로 이윤창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무가 바로 인사업무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 나라의 조직들(회사, 관공서, 정부 등등)을 보면, 인사업무가 중요한 업무로 인정되고 있을까?
다들 말로는 인사가 만사라는데, 과연 인사담당들이 그렇게 대접받고 있을까?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호황이자 가장 버블로 평가되었던 시기인 1994년 중반에 인사총무부서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는 소위 기름값(가솔린, 디젤 등)도 싸고, 달러도 우리 돈으로 얼마 안되던(1달러가 700원 전후) 시기이며, 아파트 구매 비용도 지금보다는 턱없이 저렴하였고, 웬만한 대학교를 졸업만 하게 되면 국내 대기업 몇 개를 깔아 놓고 입사가 가능하던, 지금으로서는 꿈 같은, 아마도 앞으로도 다시 못 올 (마치 2002년 월드컵처럼) 꽃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의 인사부서, 정확히는 인사총무부서의 일이래야 월급 주고, 승진 시키는 등의 약간의 인사업무들과 대부분의 총무 및 어드민 업무를 하던 시기였다.
특히 필자가 입사한 회사는 국내 대기업의 계열사 중 기술영업을 위주로 하던 회사였고, 기계공학도 출신의 대표이사님의 마인드상 인사총무부서는 아예 대놓고 인사부서원은 시간 남으면 영업사원 구두나 닦아주라고 말하시던, 그야말로 내가 속했던 부서는 허드렛일이나 하는 정도로 취급 받던 우울한 시기였다.
당시의 회사는 매출액을 3~4년 연속 더블로 키웠었는데, 물론 시작 당시의 매출액이 100억 정도로 그리 크지 않아서 가능했었을 것이다. 국내 중견 그룹사 (30위권에 들던, 그리고 최고의 호황기에는 20위까지 올랐던, 그러나 지금은 껍데기만 남아서 쇠락의 길을 걷는 기업군)에 속하다 보니 모든 시스템 등은 그룹사의 흉내를 내던 터라서 그래도 이런 저런 인사부서의 시스템들을 껍데기로나마 접하였었다.
인사부서에 더 심각하던 상황은,,,영업 이사님이셨는데, 이분은 대표이사님의 `시간 남으면 영업사원들 구두나 닦아주라던` 말씀을 정말로 실천하고 싶었던 분으로 기억된다. 공개 석상에서 대놓고 인사총무팀 직원들 불러 세워서 요즘 도대체 뭐하고 있냐, 할 일 없어서 심심하지? 할 줄 아는 게 도대체 뭐냐? 등등의 자존심 상하는 멘트들이 기본 옵션으로 장착되어 있던 분이었다. 심지어는 영업사원이 차사고가 났는데, 카센터에 같이 쫓아가서 수리비 등 네고하는데 그거라도 도와주라고 하시던 분이다. 결국 카센터에 실제 다녀왔고, 좋은 소리도 못 들었다. 이때의 자괴감이란 상상 이상이다.
마침 이 두분, 독한 대표이사님과 더 독한 영업 이사님은 같은 학교(같은 과로 기억한다)출신이었으며, 두 분의 강한 개성들이 충돌하여 끝내는 영업 이사님은 당시 가장 강하고 규모가 컸던 경쟁사로 이직하셨고, 이후 회사의 몇 안 되는 괜찮았던 영업사원들을 대놓고 빼내 가기 시작하셨으며, 이로 인해 회사의 매출액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회사라서 이런 저런 애증의 감정과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곧 IMF(1999년 전후)가 터지고, 대규모 구조조정(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대량 해고)을 3번 정도 진행한 이후 별다른 대책 없이 사직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문제의 본질은 `인사`다.
지나고 보니, 인사총무 부서에 소위 `집사` 혹은 `비서실장`이 아닌 진정한 인사통, 좀더 프로페셔널하고 인사분야에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인력이 있었다면, 문제는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든다.
대표이사가 영업 만능주의를 조금 자제하고 보다 균형된 인재관리를 했더라면,
좋은 인재들이 굳이 흑자가 괜찮았고 잘 나가던 국내 대기업 계열사를 떠나서 로컬의 중소기업으로 갈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일하기 좋은 회사를 지향하셨더라면,
적절한 평가제도를 통해 공정하고 건설적인 인재 육성 및 관리가 되었었더라면,
성과급은 도입하였는데, 일방적인 결정과정과, `실질적인 임금 삭감을 위한` 도입이 아니라 성과에 따르는 적절한 배분 방식의 성과급을 도입하였었더라면
무엇보다도 회사원 서로 다 같이 `존중`하는 회사로 이끄셨더라면,
30년 가까이 인사분야에 선진 제도를 운영중인 외국계 기업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당시를 돌이켜보면 이런 아쉬움이 많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인사업무가 중요하다고 말로만 하면서도,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전문 분야에서 성장하여 특별한 경영자 수업이 없이 대표이사가 된 경우 그 동안의 성공 기억과, 관리부서로부터의 피해의식, 어느 정도의 본인의 아집이 뭉쳐서 상당히 과격하고 편향된 조치들이 결정되고, 그리고 이 방향이 인사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이런 현상들이 쌓이게 되면 인사분야로 문제가 터지게 되고, 결국은 상당히 치명적인 수업료(소송이든, 노사 갈등이든, 집단 이직이든, 핵심인재 유출이든) 를 치른 후에야 `인사가 만사`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적절한 경영자 수업은 대단히 중요하다.
규모가 50명 정도의 외국계 기업도 후계자 양성플랜 (SUCCESSION PLAN) 이라는 것을 가동한다. 후계자로 지정되면 이에 부합되는 적절한 교육과 본사 출장 및 적절한 세션을 이수하게 된다. 인사분야 뿐 만이 아니라 재무, 고객과의 소통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기 때문에 경영자는 균형 잡힌 시각과 지식과 전문적인 견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후계자 양성플랜은 인사분야의 일부이다.
각 기업들의 경영자 분들은 과연 진정으로 인사가 만사라고 느끼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인사가 만사라면, 정말로 인사가 가장 중요하다면,,,
대학들은 인사 관련 과목을 중요시하게 다루고,
적어도 인사부서장들은 최고의 학벌과 스펙의 인재들이어야 하고,
연봉수준도 인사부서장이 비교적 높은 수준이어야 하며,
인사관련 이슈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현실은 거의 정 반대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일단 `돈`이 우선순위인 회사들이 훨씬 많고
중요성조차 모르는 회사들이 중요성을 아는 회사들보다 훨씬 더 많다.
돈이 우선순위라 함은, 인사업무상 필요하여 지출되는 돈들이 제한될 것이고, 위의 필자 사례처럼 영업 위주의 회사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돈이 먼저인가, 인사가 우선인가?
우리 회사는 인사에 개선할 점이 없을까?
영업과 재무 걱정에 바쁘시겠지만, 경영자 분들은 아침에 차 한잔 하시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인사(人事)는 확실하게 만사(萬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