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일까, 아닐까: 매미가 운다
가슴이 답답하다.
출근길 차 안, 앞 유리에 새겨진 제조사 로고와 그 너머 표지판을 의미 없이 번갈아 보기만을 반복했다. 멍하니 있느니 시력 운동이라도 하자는 마음이었을까. 음악을 틀었다.
https://youtu.be/beFxQajxC60?si=DT_o37vfzE7X8J-9
차에서 내리니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온 세상을 메우던 습기가 사라지고 있다. 비로소 한걸음 한걸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그 빈 공간을 소리가 메운다. 낮은 바람소리, 매미소리.
동물은 인간과 다르게 죽음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글을 본 적 있다. 한결 건조해진 바람은 가을이 온다는 걸 알려주고 있는데 매미들은 그 걸 모르고 활기차게 울어 댄다.
어쩐지 처량하게 느껴졌다. 매미들은 자신이 이 계절과 함께 스러진다는 것도 모르는데 왜였을까. 어쩌면 그 소리가 안타까운 건 아마 내 마음이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브런치에 양질의 글을 날짜 맞춰 연재하는 분들을 보면 신기하다. 그만 한 소잿거리가 있다는 것도, 그것을 글로 풀어낼 능력이 있다는 것도, 그럴 에너지가 있다는 것도.
나도 에너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한없이 무거운 날이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진다. 대부분 나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와 달리 고단함을 이겨내고 한결같이 나아가는 사람이 발전도 있고, 결실도 맺을 수 있을 거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외면해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지금이 그 시기인 것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내 대학 시절 신드롬처럼 번지던 표어다. 그 표어가 며칠 전 기억났다. 생각해 보았다. 내가 지금 고뇌하는 것은 청춘이기 때문일까, 청춘이 지났는데 청춘이길 갈구하기 때문일까.
내 일과는 밤 10시경 시작된다. 냉장고 안의 재료들을 살펴 내일 아이의 아침 메뉴와 세 가족의 저녁 메뉴를 정하고, 부족한 재료는 로켓 프레시로 주문해 둔다. 그러고 잠이 들어 다음날 새벽 5시 반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어린이집 가방을 싸고, 저녁에 먹을 쌀을 불린다. 그리고 레몬즙을 탄 물을 한잔 마시며 잠깐의 여유를 즐긴다. 그러고 나면 출근 준비 시작이다. 아이가 일어나면 내 준비를 할 수 없으니 그전에 부지런히 해야 한다. 내 준비를 마치면 남편을 깨우고 아침 식사 준비를 한다. 아이가 일어나면 같이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저녁에 먹을 밥을 안치고, 나머지 준비를 한다.(물론 남편도 부지런히 움직인다)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을 할 시간이 되면 서둘러 집을 나선다. 등원 차에 태워 아이를 보내고 나면 출근을 한다.
출근을 하면, 특히 요새는 더, 바쁘게 일을 한다. 출근 전부터 이미 지친 상태이기에 피로는 해소되지 못한 채 계속 쌓여만 간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는 사이 퇴근 시간이 된다.
남편이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는 동안 저녁 준비를 한다. 준비 시간을 단축하려고 아침에 밥도 해 놓고 가능하면 반찬도 해 놓으려고 하지만, 저녁 준비 시간이 분주한 건 매한가지다.
그래도 아이가 잘 먹어주면 보람이라도 있을 텐데 투정을 하면, 마지막 치약처럼 짜낸 힘마저 흩어져 버리는 느낌이다.
저녁을 먹고 뒷정리를 한 후 아이를 씻기고 놀이를 끝내면 8시 경이다. 남편과 분담이 잘 되어 있어서 종종 쉴 틈도 있지만 에너지를 보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저 고갈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 아무튼 8시가 되면 남편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재우는 동안 나는 달리러 나간다. 점점 해도 짧아지고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해서 달리기에 참 좋다. 신기하게도 달리고 나면 더 피곤할 것 같은데 오히려 피로가 좀 풀리는 느낌이다.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그렇게 30분가량 뛰고 나서 씻고 나오면 어느덧 9시다.
남은 시간은 글을 쓰거나 스페인어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 그럴 힘이 없을 땐 유튜브로 가벼운 예능을 틀어 놓고 가만히 누워 있는다.
이것이 나의 일과다. 쓰면서도, 다시 읽어보면서도 숨이 찼다. 글이 지나치게 나열식으로 쓰여서인지도 모르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정직한 기술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의 일과는 어떨지도 궁금하다. 특히, 위에서 말했듯 브런치에서 좋은 글들을 규칙적으로 올리는 작가님들의 일과가. 힘들지 않으실까. 따뜻함, 빛, 잔잔함을 글을 통해 전하는 작가님들의 에너지가 참 신기하다. 나 또한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사람이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내가 너무 힘들게 부여잡고 있는 것인가, 청춘도 아니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서 욕심을 내고 있는 건가 생각을 하게 된다.
몇몇 분들은 내가 참 열심히 산다고, 대단하다고 하지만 별 거 없다. 그냥 꾸준히 놓지 않고 할 뿐 매사에 최선의 최선을 다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그런 열정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 게 그냥 내가 가진 꿈이 아닐까, 하지만 난 그럴 만큼의 에너지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기에 따라가기 벅찬 것 아닐까, 그걸 지금 깨달아 가는 중인 게 아닐까. 자조적이지만 요새는 이런 생각이 자꾸 든다.
"애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만 고생해, 그러면 애가 잔병치레도 적고 편해져."
육아 선배님들이 종종 건네주시는 위로의 말이다. 그렇다면 그때까지는 청춘이고 싶은 마음을 잠시 접고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둘 다 잘하고 싶은 욕심을 부리지만 결국 스스로 발전하는 느낌도 없고 아이한테는 짜증만 는다.
어렵다. 평소 글을 쓸 때 결론을 맺지 않으면 개운하지 않아 어설프게라도 느낀 바와 다짐을 쓰곤 했었다. 그런데 이건 정말 모르겠다. 푸른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울고 있는 매미가 마치 내 모습 같아 서글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