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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정원사 안나 Sep 21. 2020

당신의 말이 먹히지 않는 이유  

몸으로 보내는 신호는 언어보다 강력하다


사회생활은 설득의 연속이다. 

직장생활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누군가를 설득시키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매 순간 우리가 하는 일은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이다. 준비한 제안서로 상사를 설득시켜야 하고, 각자 맡은 일에 대해 배분하면서 팀원들을 설득시켜야 하고, 부문 간 미팅에서 우리 부서의 입장을 설득시켜야 하고, 영업사원이라면 물건을 팔기 위해 고객을 설득시켜야 한다. 설득이란 나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키는 것이고 그것의 바탕은 신뢰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말하고 또 말한다. 근데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이야기해도 상대방을 설득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인간은 동물에 가깝다.  

우리가 하는 큰 착각 중 하나가 인간과 동물이 굉장히 많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동물과 인간의 유전자의 차이는 1~2% 밖에 되지 않는다. 침팬지가 인간과 유전자가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유전자 지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쥐와 인간의 유전자가 99%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고, 개와 돼지도 인간과 DNA가 거의 일치한다는 기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기사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혹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으신 분들의 피드백 부탁드려요) 아니, 우리가 개나 돼지와 같다니 이게 무슨 X 같은 소리인가? 오랜 역사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동물과 달리 축복받은 특별한 존재라 여겨왔었던 인간인지라 이런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꽤나 자존심 상하는 소식이다. 근데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과 동물이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사실들은 더욱 많이 밝혀지고 있다. 

동물들도 인간과 유사하게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서로 상호교류를 하며, 사회생활을 한다. 


실제로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들을 잘 보면 동물들도 무리 지어서 서로 돕고 살고, 자식을 살뜰히 챙기는 등 인간과 유사하게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에게도 무리의 리더가 있고, 따르는 조직원들이 있으며, 조직 내에는 일인자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하고, 경쟁 뒤에는 깔끔하게 승복하고 무리를 떠나기도 한다. 그 모습이 인간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시야를 거두어들여서 나의 주변 가까운 곳을 살펴보면 주변에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우리 집 개(고양이)는 사실 사람이 아닌가 싶어요."




뭔 말인고 하니 애완동물을 길러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개도 사람과 애정을 주고받고 기본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인을 배려하는 법을 알며, 질서와 규칙이 있다는 것을 배울 줄 안다. 다만 개들과 하는 의사소통은 사람과 달리 언어가 제외된다. 물론 우리는 언어로 강아지를 부르고, 앉아, 기다려 등의 의사를 전달한다고 생각 하지만 사실 동물이 받아들이는 것은 단어 자체가 아니라 그 단어를 전달할 때의 음의 높낮이 주인의 기분 상태, 손짓으로 하는 바디랭귀지 등이다. 달리 말하자면 동물과 소통할 때 단어의 의미는 크게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근데 그것을 모르는 주인들은 바디랭귀지가 주는 메시지는 모른 채 개에게 언어로만 의사를 전달하려다가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개는 훌륭하다는 프로그램을 보면 주인을 무는 강아지에게 물지 말라고 다그치며 말하지만 정작 그 주인의 손짓은 개를 더욱 자극시켜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다.


주인의 말과 바디랭귀지가 정반대의 메시지를 보내면 발생하는 상황


그렇다면 사람 간의 소통에 있어서는 어떠할까? 우리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서 그러는지 몰라도 의사소통에 있어서 '언어'에 굉장히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계속 말하고 또 말한다. 전달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더 길게 설명하고 확인하기 위해서 다시 또 말한다. 그리고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수록 더 많이 말한다. 우리는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수없이 '말을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웬만큼 사회생활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렇게 말을 많이 할수록 상대방과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말이다.




인간이라고 다를 줄 아는가. 착각이다. 사람들은 당신이 하는 말을 듣지 않는다. 

사람 간에 일어나는 의사소통에서도 언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7%, 목소리의 톤이나 빠르기, 크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38%, 바디랭귀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55%라고 한다. (by 메러비안의 법칙) 결국, 93%는 언어가 아닌 몸짓이나 뉘앙스로  전달되는 것이다. 만약 사람에게 언어와 바디랭귀지가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도 동물처럼 바디랭귀지의 메시지를 더 우선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있다. 


메시지의 93%는 비언어적인 요소로 전달된다. 

우리는 매 순간 나의 자세와 얼굴 표정, 그리고 작은 몸짓들로 끊임없이 상대방에게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눈동자의 흔들림, 몸이 향하는 방향, 목소리에 들어가는 힘, 긴장되거나 이완된 자세 등으로 말이다. 문제는 이것은 의도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의도하지 않은 상태로 노출되면서 나에 대한 정보들을 빠져나가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바디랭귀지를 통해 전달되는 시그널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언어로 전달하는 메시지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내가 의도한 메시지를 도와주는 시그널을 보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문제는 때때로 내가 의도한 것과 다른 메시지를 전하여 나의 말에 신뢰도를 갂아 먹는 방해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나도 오랫동안 내가 비언어적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을 모른 채 회사생활을 했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논리적이지 않다. 인간은 꽤나 동물적인 존재 때문이다.

만약 내가 몸으로 보내는 메시지가 (구부정한 자세, 자신 없는 목소리, 불안한 표정, 지나치게 빠른 말투)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신호를 전한다면,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자료를 준비하고, 논리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호감도 앞에서 팩트나 논리 등이 무력해지는 경우들을 심심치 않게 보지 않는가? 그것이 외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외모가 아니라 외적 제스처이다. 불안정한 톤의 목소리에, 듣는 사람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화면만 바라보면서 웅얼웅얼거려서 잘 전달되지 않는 발음으로 발표를 한 사람이 한 프레젠테이션 제안을 얼굴만 잘생겼다고 채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나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바디랭귀지로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한 번이라도 나의 모습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아서 바라보았다면 내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먹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한 번에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설득력이 없었던 이유를 이제야 파악하게 되었지만 여러분은 잘 먹히는 방법을 더 빨리 찾고 회사생활이 덜 억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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