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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매거진 브릭스 Apr 11. 2017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독일 맥주

"네 시 전엔 맥주를 마시지 않는다."

여행 매거진 BRICKS City - 본, 내추럴하게 #3


 아시다시피 독일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두 가지는 자동차 그리고 맥주입니다. 오늘은 맥주 이야기인데요, 맥주에 대해 말하자면 정말 방대한 설명이 필요하나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독일 맥주는 라거 맥주와 밀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라거 맥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맑은 노란 색의 맥주로 보시면 되고요, 밀주는 헤페Hefe로 불리는 곡물 효모가 들어간 맥주인데 우리나라 막걸리 정도로 보시면 무난합니다. 흔히들 독일 전통 맥주라 일컬음 받으시는 바로 분들이 이분들이십니다.

좌 : 파울라너Paulaner 라거 비어, 우: 불칸Vulkan 헤페바이쩬


 대표적인 상표로 에르딩어Erdinger, 파울라너쯤 되겠네요. 개인적으로 독일대표 밀주 에르딩어는 ‘너무’라기보다…, 그냥 달아요. 저는 음식이건 술이건 단 건 무조건 싫어합니다. 그나마 파울라너는 조금 봐 줄 만하지만요. 언젠가 한국에 잠시 머무를 때 이마트에서 독일 명품 맥주라고 써 놓고 외팅거Oettlnger를 팔던데, 이건 정말 아닌 거라 생각이. 명품은 고사하고 이 외팅거는 그냥 싼 맛에 마시는 맥주인데, 독일 여행을 하실 기회가 있으시면 기차역에서 집 없이 어슬렁대는 독일 형님들을 유심히 보세요. 이분들이 특히 많이 드십니다. 생각나시면 꼭 살펴보시길.

 각설하고 특히 라인하이트게보트Reinheitsgebot(맥주 순수령)라 불리는 맥주 양조법에 따라 딱 물, 호프, 말쯔 헤페malz hefe 이외엔 쓰지 말도록 법적 조치를 해놓았는데요, 요즘 독일 젊은 층들은 요즘 이 제도에 대해 호불호가 좀 많은 편입니다. ‘불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한마디로 아로마를 허용하여 맥주의 맛을 다양화시킨다는 취지인 듯합니다만, 전 자연주의를 선호하는 인간이므로 물론 ‘호’입니다.

시중 유통되는 밀주 중 에르딩어나 파울라너를 능가한다고 생각되는 프란치스카너Franziskaner의 아름다운 자태!


 주변 벨기에, 네덜란드만 보더라도 아로마를 많이 써서 나름의 특색 있는 맛을 내고 있습니다. 대신 알코올 도수가 7도에서 8도를 넘는 것들도 있는데, 진정한 독일 맥주 주당을 자부하시는 분들 사이에선 “맥주의 알코올 도수가 6도 이상이면 이미 그건 맥주가 아니다.”라고 하시며 아랫것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이상은 자칭 전문가라 칭하는 독일 및 유럽연합 술꾼들의 의견이며 저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자들임을 알려드립니다.)

 네덜란드에서 오신 휼펜gulpener 라거와 벨기에 분이신 헤르톡 얀Hertog Jan도 나름 이분들 고장에선 나름 방귀 좀 뀌고 사셨을 양반들입니다만, 맥주의 고장에 살고 있으면서 이들마저 양반으로, 아니 맥주로 대할 수 없다는 대쪽 같은 아내의 추상같은 명령으로 ‘소맥’으로 강등하여 흡입해 봅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맥주를 맥주라 부르지 못한 아이들


 일단 오늘은 순전히 글감을 위해 원치 않는 알코올 순례를 하게 되네요. 금욕 금주를 통한 구도의 길을 일상생활에서 이뤄보겠다는 신념을 안고 사는 저인데 말이죠.

 어느 토요일 오후 쉬는 날. (제 기준에서) 맛으로 세계 2위의 밀주를 파는 곳으로 옵니다. 왜 1위로 안가냐고요? 전 술이 고프고 1위 집보다 2위 집이 한 정거장 가깝거든요!! 그리고 사실 1위 2위의 차이를 비교하자면, 마치 당구 다마가 400이 넘어가면 어차피 ‘가야시’(당구 전문 용어 : 공을 모아 치는 기술, 국어를 사랑합시다!)의 차이일 뿐이듯, 맥주도 그런 겁니다. 그런데…, 아뿔싸! 내부 수리 중이라고. 사장이 바뀌었대요. 이곳은 호텔과 겸업을 하던 곳인데, 최근 호텔 영업만 이곳에서 하고 레스토랑은 이전하였답니다.

2위 집


 뭐, 개의치 않고 1위 집으로 걸어갑니다! 전화위복인 거죠. 

 그리하여 도착한 달마시안Dalmatien.
 네, 그러네요. 개 이름이네요. 그러고 보니 그래서 제가 여기에서 달린 날은 늘 개가 돼서 나온 거였네요.
 
 농담이고요. 사실 이 집은 사장님을 비롯해 크로아티아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곳인데, 모두가 가족이라고 합니다. 가게 이름은 달마티아라는 유명한 크로아티아 해안 도시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요. 저는 이 집 사장 조카와 인연이 있어 알게 되었는데, 보석 같은 술집입니다. 아니 레스토랑이죠.

달마시안


 전 맥주는 라거 말고 밀주를 즐겨 마십니다. 이곳에서 파는 툭허Tucher 밀주 생맥은 정말! 지금 글로 쓰기만 했는데도 목이 간질간질하며 혈관에서 알코올 달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그러고 보니 위에서 구도니 절제니 했던 헛소리가 무색합니다만.

툭허 밀주


 최근 한국에서도 독일 맥주를 비롯한 많은 내로라하는(?) 세계 맥주가 점점 보급되어 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순전히 맥주만 마시러 독일이나 유럽 전역으로 테마 여행을 나오시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독일에 오신다면 유명 상표 맥주보다 꼭 그 지역의 터주맥주(?)를 드셔 보시길 권합니다!

 독일 속담 중 이런 말이 있어요.

 “하루에 맥주 한 잔을 마시면 좋다. 두 잔을 마시면 한 잔보다 좋다. 석 잔을 마시면 한 잔 마신 것만 못하다.” (필자 미상)

 또는,

 "네 시 전엔 맥주를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글/사진 프리드리히 융

2003년 독일유학 중 우연히 독일 회사에 취직하여 현재까지 구 서독의 수도(현재 독일의 행정수도)인 본에 거주중인 해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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