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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길 따라가면

독일 본의 벚꽃

여행 매거진 BRICKS City - 본, 내추럴하게 #4


바야흐로 3월의 마지막 주가 되었습니다.
이게 매우 중요한 날인 게, 한국에선 아주 한참 전에 그 실효성의 문제로 폐지된 “서머타임”이 유럽연합인 이곳에서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 서머타임은 매년 3월 마지막 주 새벽 2시가 3시로 당겨지면서 시작되는데요, 아침형 인간인 제게는 이 한 시간의 강제 시차적응이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암튼 이놈의 아날로그적이며 야만적인 유럽 인간들의 제도 때문에 매년 이 고생을 해야 합니다.

그래도 이제 길고 어두웠던 독일의 겨울이 끝남을 알리는 공식적인 날이기에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한국과의 시차도 서머타임이 끝나는 10월까지 다시 7시간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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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시내 중심 시청사를 왼쪽에 두고 시작되는 '알트슈타트Altstadt(구시가)'의 벚꽃 길은 처음 만났던 11년 전에도 아름답다고 생각은 했었는데요. 몇 년 전부터 갑자기 국내 및 해외 블로거들의 극찬을 받으며 폭풍 사진질이 시작되더니, 이제 벚꽃 시즌만 되면 원근 각지에서 벚꽃놀이를 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미어터지는 본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어느 사이트에서는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 중 하나라며 오버 30000%의 글을 써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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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름답긴 합니다만, 죽기 전에 못 본다고 그렇게 크게 억울할 것까지는 없을 듯합니다.

암튼 말씀드렸듯 한국 여행 블로그에도 심심찮게 올라가는지 이곳에 가면 한국 분들도 많이 오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어가 자주 들려요. 문제는 이 벚꽃이 이렇게 활짝 피는 시기가 매우 짧을뿐더러 일조량과 비가 자주 오는 이곳 날씨로 언제 갑자기 확 피우고 지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저한테 미리 물어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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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아름다운 꽃과 어우러지는 주변 건물들, 봄의 정취, 마음의 안정, 무엇보다 나이 들며 꺼져만 가는, 삭막해지는 감수성의 회복, 매년 보지만 올해 또 보고 싶어지는 애잔한 항수.

이런 것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겁니다! 단지 이곳에 제 단골 이발소가 있어서 온 것뿐이라는 것이지요. 자, 길을 쭉 훑으며 올라오다 이런 이발소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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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십여 년을 다니는 이발소!
이름도 없어요. 그냥 '이발소'입니다.
우연히 이라크, 시리아 친구들을 알게 되고 같이 미국을 욕하다가 친해지고, 이 친구들이 운영한다는 이 이발소에 오게 된 것입니다. (물론 IS를 욕하고, 대한민국이 미국의 영원한 우방이라 말하며 친해진 미국 친구도 있습니다.)

제 마지막 한국의 봄은 2003년인데요, (이후로 봄에 한국 방문한 적이 한 번도 없네요.) 뉴스로 보면 미세먼지다 황사다 그래서 걱정도 많이 되지만, 한국의 봄도 세계 최고의 클래스라고 생각합니다. 오늘같이 봄기운이 느껴지는 날엔 아름다웠던 한국의 봄과 알록달록했던 산과 들이 많이 그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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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본 벚꽃 길 : 본 시청사 오른편으로 펼쳐진 약 3-400미터정도의 작은 길
본 중앙역에서 도보 15분. 트람 62번 66번 각각 5분 이내 Stadthaus 하차

길가에 몇몇 커피숍과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하나 있음
아랍식 구레나룻을 만들어주는 ‘이발소’가 있음.
이 벚꽃을 가장 아름답게 보려면 하늘이 그날을 허락해야 하지만, 필자는 알 수 있음. (그러나 관대하진 않음.)
죽기 전까지 꼭 볼 필요는 없으나 봐서 나쁠 것도 없음.




글/사진(2~6) 프리드리히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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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독일유학 중 우연히 독일 회사에 취직하여 현재까지 구 서독의 수도(현재 독일의 행정수도)인 본에 거주중인 해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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