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손 탄다는 말보다 더 안아줄래요

08. 아빠와 스킨십이 중요한 이른둥이

by 임용

부끄럽게도 약 6년간 나는 조카에게 존댓말을 썼다. 신생아였던 조카를 키워보며 경험했던 어려움이 트라우마로 남았던 것 같다. 누나와 조카는 약 80일간 우리 집에서 동거를 했다. 분유랑 기저귀만 잘 갈아주면 되겠지 하며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신생아 케어는 매우 고됐다. 조카는 2시간에 한 번씩 깼고, 울었다. 더구나 손을 탄다는 말에 적당히 안아주고 달래주려고 하다 보니 더 어려웠다. 이러한 고된 시간은 조카를 어려운 존재라 인식하게 했다. 지금은 아내의 조언으로 존댓말 쓰는 것은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것임을 깨닫고, 바뀌었다. 하지만 신생아는 어렵고 힘들다는 인식이 내 머릿속 깊숙이 자리 잡았었다.


내 아기와는 친해져야만 한다

당연하겠지만 내 애기는 조카와는 달라야 했다. 내 아기가 어려운 존재로 남아서는 안 됐다. 마음가짐을 다시 했지만 아기를 직접 만나 보니 다시 막막했다. 아기는 이른둥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더 작았다. 마치 조카가 신생아일 때는 첫인상이 마치 도자기였는데, 내 아기는 아직 덜 구워진 도자기처럼 더 깨질 듯 작고 작았다. 아기를 품에 안자 혹여 아기가 다칠까 팔뚝 근육에 더 힘이 들어갔다. 그래서 다른 신생아 아빠보다 더 아기를 조심조심했다.

아빠로 아기와 친해지려면 조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주 더 안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아내도 잘 안아주는 모습을 좋아했고, 이른둥이에게 좋다는 캥거루 케어를 알려줬다. 아기는 기저귀만 차고, 부모는 맨살로 아기를 안는다는 것이 캥거루 케어였다. 이름부터 귀여웠던 캥거루 케어. 핵심은 맨살로 아이와 접촉을 높여가는 것이다.


캥거루 케어 대신 스킨십으로 아기의 성장을 돕다

아기와 몇 번 캥거루 케어를 했다. 내가 열이 많아 쉽지는 않았다. 물론 캥거루 케어를 해보니 부쩍 아기와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내 품에 왔을 때 잠깐 막막했던 고민은 눈 녹듯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렇게 좋은 캥거루 케어였지만 많이 하지 못했다. 상의를 벗고 안는 게 익숙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기도 오래 안기는 것을 어려워했다. 대신 아기와 스킨십을 늘려가는 것을 선택했다. 반팔티를 입고, 아기와 놀이, 잠재우기, 베이비 마사지 등을 했다. 아빠와의 교감을 쌓도록 접촉할 수 있을 때 쓰다듬고, 아기에게 좋은 말을 들려주었다. 아기는 아내뿐만 아니라 내 심장소리를 듣거나, 내 손을 붙잡고 잠에 들기도 했다.

그 결과 아기는 병원이나 조리원에 있을 때보다 폭풍 성장했다. 마음의 안정이 들자 체중, 키, 발달이 태어난 날 기준으로 성장하려는 듯했다. 큰 질병도 일어나지 않았고, 예방접종에도 큰 문제없이 지나갔다. 집에도 잘 적응했다. 그리고 나도 아기와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손 탄다는 말보다 스킨십을 택하겠습니다

어쩌면 캥거루 케어는 손이 탄다는 옛 말과는 반대의 행동이다. 아기가 해달라고 해주는 것을 다해주면 버릇된다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 같다. 그러나 진짜 아기에게 필요한 것은 아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손 탄다고 안아주며 안정감을 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된다. 오히려 적절한 아기의 성장을 위해서는 안아주고, 눈을 마주치며 상황을 이해하려는 것이 필요하다. 더구나 아기들은 자제력을 갖추기에는 너무 이르다. 손 탄다라고 표현이 가능한 시점은 아니다. 아기가 적절하게 자제능력을 키울 시점은 나중이라 생각한다. 아기일 때에는 부모와 스킨십을 높여 안정감을 주게 하고, 아빠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든든한 보호자 인식을 주려면 자주 안아야 한다. 아기의 감정을 어루만지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감을 주기에 적절하다. 그리고 이른둥이를 포함한 아기들은 따뜻한 부모의 체온을 기다린다.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아빠로 성장하는 스킨십

아기를 안아보자 나 아빠 맞구나라는 느낌이 물밀듯 밀려왔다. 아빠로 금전적이나 육체적으로 지원해 준 것은 있지만 감정적으로 무언가 해줄 수 있다 느낀 것은 캥거루 케어하면서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아기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기에게 감정적으로 아빠로 어떤 것을 줄 수 있는지 새로운 세계에 눈 떠버린 느낌이다. 엄마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빠도 감정적인 전달이 필요하겠다 생각했다.

세상이 바뀌었다. 아빠와 아기의 감정적인 교류도 중요한 시대다. 과거에는 아빠는 생계, 책임감만 강조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빠도 자녀와 감정적 교류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구나 자녀의 성장뿐만 아니라 아빠로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자녀와의 친밀감 형성을 통해 아빠로의 역할을 다시 한번 고민, 확립할 수 있는 시간이다. 자녀에게든 아빠에게든 스킨십은 성장의 기회다. 그래서 손탄다는 말을 나는 틀렸다고 생각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