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축하가 함께한 날, 가족이 만들어 준 가장 큰 선물
올해부터 생일을 양력으로 바꾸다 보니, 어머니 기일과 하루 차이가 났다. 공휴일과 겹쳐 제사를 하루 늦추면서, 이번에는 내 생일과 어머니 기일을 함께하게 되었다. 그 순간, 기쁨과 그리움이 한자리에 머무는 듯 가슴이 먹먹해졌다.
자식들에게는 아버지의 생일과 할머니의 기일이 겹친 날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주어졌다. 모처럼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우리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제사의 형식만큼이나, 어머니의 삶과 기억을 되새길 수 있다는 것이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마다, 어머니의 손길이 다시 살아 돌아온 듯한 따뜻함이 배어 있었다.
집집마다 생일을 보내는 방식은 다르다. 우리 집은 식당보다는 집에서 보내는 편이다. 집에서 생일상을 차리면 아내의 수고로움이 뒤따르지만, 온 가족이 함께 손을 거들어 하루 한 끼를 준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모처럼 생일인데 외식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식구들은 집에서 편안히 식사하는 걸 더 좋아한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른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 평범한 한 끼가, 세상 어느 잔치보다 따뜻하고 값진 축복처럼 느껴졌다.
생일이 다가오면 아들과 며느리는 늘 원하는 선물을 묻곤 한다. 어쩌면 자식들에게는 선물을 고르고 챙기는 일이 더 큰 숙제일지도 모른다. 돈으로 주면 간단하지만, 작은 선물이라도 상대를 생각하며 고르는 그 과정이야말로 가족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내게는 그 고민하는 마음 자체가 이미 선물이고, 사랑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생일에는 한국에 사는 큰아들이 참석해 준 것만으로도 부모인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되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큰며느리가 일 때문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다. 대신 영상 통화로 축하 인사를 건네며 마음을 전해왔다. 화면 너머로 들려온 작은 목소리에도 따뜻한 진심이 묻어 있었고, 그 온기가 마음을 채워주었다.
작은아들 내외는 캐나다 유명 브랜드의 옷을 선물했고, 큰아들은 원하는 것을 직접 고르라며 선물을 미뤘다. 생일 전날에는 스포츠센터 1년 회원권을 제안했지만, 여전히 값비싼 선물을 받는 건 부모로서 부담스럽다. 문득, 나의 부모님도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생일을 기념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개성의 시대답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생일과 기일이 겹친 날의 기억은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물 것이다. 가족과의 식탁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가족을 잇는 사랑의 다리이자 삶에 새겨진 깊은 울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