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딸은 아직도 철부지 아내
'엄마를 사랑했을까?
엄마가 나에게 밥을 챙겨주고
돌봐 줘서 좋았던 것은 아닐까?'
엄마가 나이가 드니 해주는 반찬이 늘 같은 거라서
나는 싫증이 났었다.
시집간 큰 언니에게
엄마가 늘 해주는 반찬만 준다고 불평을 했었다.
그랬더니 큰 언니는 이제는 네가 컸으니
직접 해서 먹어야 하는 때라고 했다.
나는 커도 밥 하는 일은 엄마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철부지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는 부엌으로 가고
나는 빗자루를 들었다.
엄마는 밭 일로, 부엌 일로 정신이 없기에
나는 정리되지 않은 집을
청소하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가 소홀하게 밥을 챙겨주니 나는 문득 못마땅했다.
나는 엄마가 그냥 있는 존재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밥을 챙겨줘서,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줘서
좋아하고 사랑한 것은 아닐까'하고 말이다.
'내가 엄마를 사랑하고 있는 건가?'
'엄마가 나를 사랑 안 해서 늘 하는 밥만 해주었을까?'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것을
나이가 들어보니 이제 알겠다.
내가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의 입장이 이해되었다.
'엄마, 나는 엄마가 밥을 안 해줘도
엄마라서 그저 좋아요.
사랑합니다.'
그렇게 부모에게 받았던 사랑을
이제는 남편에게 찾으려 했다.
부모와 같은 사랑을 부부가 주고받으려니 힘이 들었다.
남편은 부모를 나보다 더 생각하는 것을 보며
나는 늘 상처를 받았다.
아직도 부모와 분리가 안된 사람처럼
부모 다음이 나였다.
옛말에 강에 시어머니와 아내가 빠지면 누구를 구할까?
라는 말이 있다.
노약자를 먼저 구해야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나 보다.
나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숨이 가쁘고 마음이 요동친다.
철부지 딸은 아직도 철부지 아내로 살고 있다.
'이것이 사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