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부부
"어!
갑자기 앞 차가 보이더니 스르르 쿵!"
"당신, 오늘 어땠어?
응, 날씨도 흐렸는데 화창한 날이었고, 당신이 낚시를 하는 동안 나는 섬을 돌아다녀서 새로운 느낌이었어!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고기도 낚아서 기분이 좋은데!"
가파도 섬에서
이런 말에 남편이 감동받았나? 우리 차는 앞차와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다행히 가벼운 접촉사고로 앞차는 뒤 번퍼거 내려앉았지만 우리 차는 앞 번호판 옆에 스크래치로 그쳤다. 그렇게 보험처리하고 서로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며 헤어졌다.
남편이 보험회사에 전화하면서 주말이라 AI 통화로 매끄럽지 않아 살짝 화를 낼 때 나는 움찔했지만 상대편 차 주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도 사고로 예민해서 그럴 수 있다고 슬쩍 넘어갔다.
자주 화를 내는 남편은 오늘 세 번 정도 화를 냈지만 중년이 되니 많이 내지 않은 편이었다. 점심 먹으러 가면서 내가 길을 잘못 말해서, 기대에 못 미치는 해물 짬뽕에, 보험회사에 전화하면서 말이다.
가파도에 오면 소라 뿔이 있는 해물짬뽕을 먹어야 하는데
그러고 보면 오늘 나도 남편에게 화를 냈다. 우리는 아파트 대출을 하면서 카드를 만들어야 했고 남편이 그 카드를 어느 한도까지 써야 대출이자를 조금이라도 감액 받을 수 있다. 나는 고기 손질로 바쁜 남편의 문자를 확인하다 카드 사용내역을 보지도 않고 내 카드만 쓰게 했다며 화를 냈다.
이렇게 나는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남편에게 미안했다. 요즘은 남편이 짜증을 덜 내고, 나는 예전보다 더 화를 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갱년기라는 핑계로 이제는 역전이 되었다. 이래저래 오늘은 남편이 정말 사랑스럽다.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 회를 좋아하는 나
자연을 좋아하는 남편과 나는 낚시는 덤으로 회는 보너스를 받은 하루였다. 주말 하루 동안 즐겁기도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이런 하루가 중년의 부부를 만들었다.
오십견으로 어깨가 뭉치고, 더웠다 추웠다 하고 짜증 나는 갱년기이지만 나는 역전한 사람처럼 피식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