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점 사이의 거리, 원 위의 사랑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자리, 위치가 달라진 원의 방정식

by 무 한소


4월의 봄볕은 교실의 분위기가 나른하다고 직접적으로 표출했다. 교실 안은 춘곤증 때문인지 그들이 느끼는 재미없는 수업 탓이었는지 고요하기만 하다. 고요한 가운데 선생님의 목소리만 교실 밖으로 퍼져나간다. 그 가운데서 가장 큰 여운으로 남아 있는 건 말소리가 중간중간 끊어지며, 때론 선생님의 소리와 함께 들려왔던 칠판에 힘을 주고 쓰셨던 분필 소리였다. 어찌나 소리가 컸던지 지금도 가슴에 울림이 크게 남아있다. 분필 소리로 시작된 기억, 지금은 망각해 버린 기억 가운데 중학교 시절 어느 날의 수학 수업 시간이 떠오른다.


고요한 교실 전체를 선생님이 뱉어내는 말소리와 분필 소리가 조화롭지 않은 울림으로 가득 메우고 있을 때, 외부로부터 움직이는 물체가 들어왔다. 강렬한 봄햇살로 교실 안은 조금 답답했으며 봄기운은 여기저기 문을 열게 했다. 그 생명체를 자세히 보니 아주 작은 나비가 아닌가? 내 눈에 먼저 들어온 그것은 졸고 있었던 p의 시선도 피하지 못했다. 잠시 깬 눈으로 주변을 살피던 그의 시선과 마주치고 말았다. 그는 선생님께서 우리 앞에 계신 것도 잊었는지 "나비가 움직이며 그리는 나선형의 그림 봤어?"라고 다소 과장되게 소리친다. 그리고 나비의 움직임에 대해 반복해서 얘기했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던 나비가 각각의 자리에서 나선형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고. 수선한 틈에 교실 안에서 잠시 잊힌 선생님께서 조용히 하라며 소리치셨다. 순간 나는 p의 말을 확인하려는 듯 나비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나선형의 움직임. 움직임이 그려내는 나비의 세상, 그것들이 날갯짓하며 그려내는 아름다움. 나비의 움직임에 곡선으로 그려지는 도형들은 선분으로 되어있는 세상을 좀 더 부드럽고 편안하고 한층 아름답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 교실에서 나비가 만들어 낸 나선형은 원이 아니었을까 하고 시간이 흐른 뒤 생각을 해봤다. 원은 중심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는 점들의 자취이다. 점들이 남기고 간 일종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거리의 점들을 쫓아왔다. 그것들이 남기고 간 자취를 천천히 쫓는다. 쫓다 여기까지 왔다. 일정한 거리는 사랑으로 마음으로 관계로 돌아봐도 될 거 같다. 그리고 나비가 옮겨 다니는 그것은 다른 사랑을 찾아서 헤매는 것은 아니다. 환경과 위치기 변하며 사랑이나 그 크기가 달라지는 게 아니라 대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시간에 따라 찾아오는 꼭 경험해야만 하는 사랑.


원의 방정식의 기본식은 피타고라스 정리로 유추해 낼 수 있다.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끼고 있는 두 변의 길이의 제곱의 합은 대각선 길이의 제곱과 같다. 그것은 두 점 사이의 거리 구하기에서도 성립한다. 여기서 원의 방정식의 기본식을 유추해 본다. 중심이 원점(0, 0)이고 반지름의 길이가 r인 원의 방정식은 먼저 원 위에 있는 특정 점을 (x, y)라고 정한다. 다음으로 원점(0, 0)과 원 위의 점(x, y) 사이의 거리를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해서 구한다. 직각을 끼고 있는 두 변의 길이는 x와 y이다.


원의 방정식: x²+y²=r²


나선형을 그려내던 나비는 크고 작게 움직임을 반복한다. 평행이동을 하며 움직이는 원이 나비의 움직임을 대신했다. 원의 중심은 이동하나 반지름의 길이는 변하지 않았다. 그것의 모습은 아주 잠시 마치 크고 작게 우리들의 사랑의 모습과 마음을 다양한 경우의 실례를 보이는 듯 움직임이 더 격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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