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그미 Nov 26. 2021

첫눈을 기다리며

위도가 좀 높은 지역에선

벌써 첫눈 소식이 있었다.


내가 사는 곳도 지역별로

잠시 눈이 내리다 그쳤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하지만 아직

'공식적인 첫눈'이라고 할만한

눈은 내리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곽재구 시인의 시를

마음 속으로 읊조리며 첫눈을 기다려본다.



* 올해 첫눈이라며 지인들이 올려주신 사진들


by 김성한

< 겨울의 춤 >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춤을 익혀야겠다

바람에 들판의 갈대들이 서걱이듯

새들의 목소리가 숲속에 흩날리듯

낙엽 아래 작은 시냇물이 노래하듯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

한 칸 구들의 온기와 희망으로

식구들의 긴 겨울잠을 덥힐 수 있는 것

그러므로 채찍처럼 달려드는

겨울의 추억은 소중한 것

쓰리고 아프고 멍들고 얼얼한

겨울의 기다림은 아름다운 것

첫눈이 내리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열어젖혀야겠다

죽은 새소리 뒹구는 들판에서

새봄을 기다리는

초록빛 춤을 추어야겠다

- 곽재구


요기까지 by 홍종기
by 김성한
매거진의 이전글 내 마음 속 다락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