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미학

7월 텃밭일기 2

by 말그미

일주일 전 고구마순 심고, 비 오기 전까지 이틀 동안 물을 주러 다니다 비가 내리면서 닷새 동안 텃밭을 가보지 못했다.


그간 고구마순은 잘 자라고 있는지, 토마토랑 가지랑 깻잎이랑 상추는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여 새벽 일찍 밭으로 향했다.

아직 달이 떠있는 새벽

텃밭 가는 길은 대체로 그만그만 한데, 큰 사거리 한쪽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던 대박 횟집이 일주일 사이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거기에 또 뭘 지으려고 다 뽀샀을까나~ 요새 텃밭 주변에 카페 생기는 게 대세라 카페를 지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텃밭에 도착했다. 텃밭 주변이 올들어 정말 많은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장마철에 무릎높이만큼이나 자라서 저 푸른 초원을 떠올리게 만들던 밭둑의 풀들이 깔끔하게 예초되어 있었다. 구청에서 한 번 다녀가신 모양이다. 지난 번에 밭에서 신는 장화가 풀에 묻혀 보이지 않을 지경이더니, 이제는 훤~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내 밭에 가보니 고구마순 두세 개는 말랐지만 나머지는 대체로 싱싱하게 뿌리를 내리는 중이었다. 선방했네. 이틀간 비가 안 왔고, 당분간 비 소식이 없으니 마르지 않게 듬뿍 물을 주었다.

텃밭의 다른 작물들 상태는 이랬다.

저 혼자 씨앗에서 자라난 옥수수가 내 키보다 크게 쑥쑥 자라서 아기옥수수들을 품고 있고, 상추는 거의 끝물이라 상태 좋은 것은 따고, 상태가 안 좋은 것은 뽑아냈다. 깻잎은 한창 무성하게 자라는 중이라 깻잎김치 해먹게 제법 많이 따고, 가지는 지난 주에 왕창 땄더니 이번 주엔 세 개만 수확. 방울토마토는 아주 밀림이 되서 엄청 많이 달려서 익었길래 톡톡톡 봉지 가득 따고, 일반토마토도 몇 개가 제법 실하게 익어 수확했다. 지난 번에 초록인 상태로 따갔던 토마토는 모두 후숙이 잘 되서, 하나도 안 버리고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한창 땀 흘리며 수확을 하고 있는데

옆밭 하시는 부부가 아침 일찍 나오셔서 인사를 나누었다. 작년에도 밭을 나란히 하면서 대파랑 고추를 많이 얻어먹었던 고마운 이웃이시다. 그분 밭을 가만 살펴보니, 깻잎과 토마토가 안 보이길래 제 밭에 깻잎이랑 토마토 많으니 따서 드시라고 하며 방금 전에 수확한 것들을 나눠드렸다.


그랬더니 대파랑 셀러리를 엄청 뽑아다 주시면서, 대파는 사먹지 마시고 자기밭에 있는 대파 뽑아다 드시라고 하신다. 앞으로 한동안 대파 안 사먹어도 되겠다.^^

텃밭에서는 사람이 만나면

이렇듯 주고 받고~ 나눔의 미학이

매번 생생하게 재현된다.

오늘은 내가 줄 수 있는 게 있어

더욱 행복했던 텃밭나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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