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비가 자주 와서 텃밭에 자주 안 갔더니
나보다 더 텃밭을 자주 들락거린 이가 있었다.
바로 고라니!
비가 잦아 먹을 게 귀해졌는지
산밑으로 내려와 텃밭의 고구마순을
열심히 따먹은 흔적이 텃밭 곳곳에 보였다.
터닦기부터 시작해
20년 전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이곳이
낮에도 컴컴할 정도로 울창한 숲이었고
일제시대 사냥꾼을 동원하여 유해동물 소탕작전이
전국적으로 휘몰아치기 전에는
커다란 호랑이가 어슬렁대던 깊은 산이었다.
그래서 도심이 되어버린 지금도
텃밭을 빙 둘러 산이 있다 보니
텃밭 오가는 길에 심심찮게
고라니를 발견하는 일들이 잦았다.
올해는 아무래도 밭에 덜 가서 직접 마주친 적은 없었지만
봄에는 이르게 난 상추를 뜯어먹는 일로 농부들의 눈총을 받기도 하고, 여름 이무렵엔 늘 텃밭의 고구마순을 뜯어먹고 흔적을 남긴다.
고구마순이야 한창 자랄 때는
일부러 따주기도 해야 하니까
그닥 신경쓰일 일은 아니고,
오히려 고라니가 왔다 갔구나~ 하며
빙그레 미소를 띠게 된다.
향이 강한 들깻잎은 싫어하는지
깻잎은 아무리 무성해도 따먹은 흔적을 본 적이 없다.
고라니의 식성을 짐작해보는 부분이다.
태풍 힌남노가 우려와 달리
내가 사는 지역엔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쓰윽 지나갔다.
새벽까지 장하게 내리던 비도 그치고
이제 먹장 구름 사이로 햇님이 빵긋 웃는다.
하루 이틀 땅이 마르길 기다려
텃밭에 나가보면
또 고라니가 다녀간 흔적이 보이겠지?
고라니가 먹을 게 있어 참 다행이다.^^
8월 19일 고라니 흔적
8월 25일 고라니 흔적
8월 27일 고라니 흔적
9월 3일 고라니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