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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07. 2022

가을걷이 끝! 고구마 캐던 날

11월 텃밭일기 1

상강이 지나고도 안 캐고 두었던 고구마를

11월 3일에 캤답니다. 드디어!!!


사실은 이번 주에 캐려고 했는데, 금요일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춥다고 하니 땅 속 고구마가 얼어서 기껏 키운 거 다 상할까봐 목요일에 부랴부랴 서둘렀답니다.


어머님은 녹내장 정기검사겸 안약을 받으셔야 하고, 저도 건강검진에서 양눈의 시력이 1이나 차이가 나서 안과 정밀검진을 받으라는 조언을 받았기에 단골 안과에 다녀온 뒤에야 밭으로 갔답니다.(어머님은 큰 이상 없으시고, 저도 정밀검사 결과 시력이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건 아니고 나이에 맞게 눈이 제 자리 찾아들어가는 거라는데 아무래도 책을 보거나 할 땐 돋보기안경이 있어야 편할 거라고 하더군요)


병원 가기 전부터 미리 밭에 갈 준비를 해서 고구마 캐면 담을 박스를 챙겨갔고, 중간에 점심시간이 끼어서 뭘로 점심을 먹을까 하던 차에 딸이 좋아하는 떡반집에서 샌드위치와 떡볶이를 사와 그걸로 텃밭 주차장에서 점심을 먹은 뒤 고구마 캐기 돌입!


먼저 고구마순을 걷어내야 하는데, 순이 꽤 자라 억셔서 맨손으로는 걷어내기 힘들어 가위를 이용해 순을 잘라낸 뒤에 한곳에 모았다가 나중에 밭주변의 빈둑에다 내어놓았답니다. 잎이 아직 생생하고, 줄기가 튼실한 것들은 따로 두었다가, 어머님께서 고구마순을 따시고 저는 호미 들고 고구마를 캤어요.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이 바짝 마른 상태이면 캐기가 힘들기 때문에 수요일 낮에 와서 미리 고구마밭에 물을 준 덕분에 비교적 호미질은 잘 됐어요. 하지만 올해 부지런한 다른 이웃들도 고구마농사에서 재미를 별로 못 봤다고 하셔서 큰 기대없이 고구마를 캤지요. 어머님과 1시 무렵부터 2시 반까지 고구마를 캔 뒤, 어머님께서 힘들어하시고 저도 좀 쉬었다 해야겠다 싶어서 캔 고구마를 종이박스에 넣어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1차로 캔 고구마들. 나중에 이 박스에 2/3 가량 담겼어요

오후 4시 넘어 아들이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다시 가서 마저 캐야지 하고, 아들을 기다리며 쉬었다가 4시 40분쯤 다시 밭에 가서 아들과 세 두룩 남은 고구마밭에서 고구마 캐기 돌입! 한 시간만인 5시 40분에 사위가 어둑어둑해질 무렵 다 캐서 박스에 담아가지고 집으로 왔어요. 아들이 맡았던 두룩이 캐도 캐도 고구마가 잘 안 나와서 힘은 힘대로 들이고 재미도 없고 모기에 물려 가렵다고 해서 제가 두 번째로 캐려던 두룩과 바꿔서 캤답니다. 그래서 이번 고구마는 저 혼자 네 두룩 캐고, 아들은 한 두룩 캔 걸로~


고구마밭에 두더지 구멍이 여러 개 보이고, 두더지가 먹은 흔적이 역력한 고구마들도 다수 나왔답니다. 나와 함께 이 땅에서 더부살이하는 두더지가 이젠 뭘 먹고 살려나~ 싶네요. 먹던 고구마라도 마저 먹으라고 두더지 구멍 근처에 두었는데 먹었으려나요?^^  

감자 심었던 두둑에 고구마를 심다보니, 감자도 두 알 득템! 두더지가 감자는 별로 안 좋아하는지 감자는 멀쩡하더군요.


작년에 비해 수확량이 적고, 손가락처럼 가느다란 굵기의 고구마가 상당수였지만 그래도 고구마를 많이 심다보니 수확량 자체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것 같더라구요. 아들이 고구마박스들을 영차영차 다 옮겨줘서 저는 편하게 운전만 하고 왔네요.

2차는 작은 박스로 두 박스 나왔어요~

집에 와서 고구마박스 내려놓으니, 어머님께서 막 캔 고구마는 며칠 햇빛에 말려야 흙도 잘 털리고 단맛도 더 생긴다고 하시며 베란다에 신문지 깔고 넓게 펼치셨어요. 이렇게 며칠 말리고 나면 부피도 줄고, 더욱 단단해질 겁니다.

1차, 2차 캔 건 모아서 신문지에 펼쳐놓으니 이만큼.


이렇게 해서 올해도 고구마농사를 무사히 마쳤어요. 이제 밭에 남은 건 상추와 시금치, 방울토마토예요. 요 녀석들 보러 매일 텃밭산책을 갈 수 있어 좋네요. 이어질 텃밭일기도 기대해주세요~^^


1차 완료
2차 시작!
2차 완료!
어두워진 텃밭 주변
텃밭에서 옮겨운 방토 모종이 화분에서 쑥쑥 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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