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기로는 세상에서 둘째 가라고 하면 서러워하실 정도로 깔끔 대마왕이셨던어머님께서는 2021년 5월 8일 아침, 기분 좋게 식사를 하시다 갑자기
"어째 좀 어지럽다. 먼저 일어날란다"
하시고는 어머님방으로 가시는 중에 복도에서 꽈당! 쓰러지시고 말았어요.
급성뇌경색이었습니다.
넘어지시면서 머리를 다치시는 바람에 뇌출혈까지 동시에 와버렸지요. 급히 119에 연락해 응급실을 가신 뒤부터 입원, 중환자실, 병실, 퇴원을 돌아가며세 차례 거치셨어요. 이렇게입퇴원을 반복하시다, 22년 2월부터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시고 계십니다.
처음엔 1주 간격, 좀 나아지면 2주 간격, 조금 더 좋아지면 한 달 간격으로 정기외래진료 주기도 조금씩 늘어나다가 현재는 6개월 간격으로 다니실 만큼좋아지셨어요. 어머님도 하루 평균 대여섯 시간의 꾸준한 운동을 하시며 각고의 노력을 하신 끝에 현재는 뇌경색으로쓰러지시기 전의 70~80% 정도를 회복하셨답니다.
일상생활 하시는 데엔 큰 지장이 없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어머님이 전에는 절대 하지 않으시던 실수를 곧잘 하시곤합니다. 그런 어머님의 모습이 처음엔 당혹스럽기도 하고, 한편 놀라기도 했는데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당신의 모습을 보는게어머님도 처음이시라 저와 마찬가지순서로 어머님 자신을 받아들이시더군요. 어떤 실수 앞에서 처음엔 당신이 그랬을 리 없다고, 절대 당신은 안 그랬다고 하시던 분이이젠 '그랬나부다~ 그러려니~' 하십니다.
아마 어머님과 따로 살면서 가끔 찾아뵙는 며느리였다면, 이런 변화를 얼른 눈치 채지도 못했을 테고, 변화를 쿨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함께 살면서 그런 모습을 매일 보다 보니, '우리 어머님이 왜 그러실까? 전에는 안 그러셨는데...' 하면서도 좀 더 빨리 마음으로 어머님의 변화를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시어머님 앞에서 제가 방구를 뿡~ 뀌고, 트림을 꺼억~ 해도 어머님께서 개의치 않는 것 또한 마찬가지 선상에서 어머님이 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시는 모습일 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