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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퐁당 Oct 15. 2021

평생의 질문

[WITH]

할머니는 뜨개질을 하며 혼잣말을 하셨다.

-

‘이제 뭐 하고 살아야 되나

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데

재밌는 일 없나’

-

나는 회사에 앉아 혼자 생각한다.

-

‘이제 뭐 하고 살아야 되나

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데

재밌는 일 없나’

-

인생은 참 재밌는 것 같다.

-

똑같은 고민의 연속인데

누구 하나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



할머니와 함께 산지 벌써 15년. 할머니와 대화를 하거나, 할머니의 말을 듣다가 인생의 진리를 깨달을 때가 종종 있다. 이 날도 우연히 할머니 옆에서 할머니의 혼잣말을 들었는데, 내가 그날 회사에서 한 고민과 똑같다는 사실에 신기해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인생은 끝없는 고민의 연속”이라는 말, 누가 말한 말인지 인생의 진리를 뚫는 말인 듯하다.

이제 뭐 하고 살아야 되나 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데 재밌는 일 없나

가끔은 누군가의 삶이 한없이 부러워질 때가 있다. 그 부러움은 불안함으로 변질되어 평온했던 나의 삶을 흔들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가 생각해야 할 건 인생에서는 누구 하나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살기로 마음먹었는지, 내가 나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가 중요할 뿐. ‘내 인생의 답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 SNS를 통해 비추어진 누군가의 삶을 보고 부러워하며 불안해지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말이지만 이제는 흔해져 버려 소위 말하는 말발을 잃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그럼에도 이 말을 되새김질하며 사는 것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인생을 정해진 답 없이 내 생각을 정리해서 뭐라도 써야 하고, 다른 사람의 답을 커닝할 수도 없는 주관식 문항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주관식에서는 순간의 실수가 답안의 전체를 좌우하지 않는다. 실수를 하면 지우고 다시 쓰거나, 다른 글을 더해 답안을 완성해가면 되고 답안을 다 작성할 수 있도록 스스로 토닥이며 적어나가면 된다.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주관식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어떻게 삶을 살아갈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마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도, 우리 할머니처럼 나는 지금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는 건, 내 삶에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거니까. 그때의 내가 인생을 잘 살아왔음이 묻어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고민하고 답을 적어나가는 그 순간들이 행복했기를, 작성된 답안이 내 마음에 쏙 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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