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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장마철의 생존일기-17

세상의 끝이라 믿었던 날 문득 ‘시작’이라는 이름이 계약서에 적혔다.

by 장마철

※ 이 콘텐츠는 창작된 픽션이며 법률·부동산 정보는 참고용입니다.

작품에 포함된 내용은 실제와 다를 수 있으며 정확한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특정 인물, 단체, 기관과는 무관하며, 법적 효력은 없는 창작 서사임을 명확히 밝힙니다.





세상의 끝이라 믿었던 날 문득 ‘시작’이라는 이름이 계약서에 적혔다.


추첨제


하지만 곧 마음은 복잡해졌다.

원하던 동호수가 아니었다.

낮은 층과 강이 보이는 뷰를 원했지만.

뷰는 앞 아파트 뷰

배정된 곳은 20층 후반대 고층.


'집이 생긴다고 삶이 나아질까?'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기쁨은 찰나였고 의심은 끈질겼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야? 사기아냐?'


이제는 너무도 자연스러워진 질문

청약 당첨 사실보다

어떻게든 나를 속이려 드는 세상에 익숙해진 마철은

본인이 더 낯설었다.


하지만 몇번이고 홈페이지를 새로고침해봐도


장마철의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철은 이제 당첨될 아파트를 포기할 이유들을 생각해냈다.

'너무 높아. 내가 언제 고층에 살아봤다고. 심지어 고층이 몇천만원 더 비싸네? 차라리 1층이면 싸고 좋았을 텐데'

계약금으로 모은 돈 다 넣으면 돈도 없었다.


부동산 카페를 들어가봤다.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다.

얼마 전 지역 택지아파트들을 분양했는데

분양가가 타 단지에 비해 몇천만원 비싸다는 것이다.


마철이 분양받은 아파트는

욕세권 아파트였다.


고분양가 논란, 욕세권이라는 말

마철은 다시 주저앉았다.


'그럼 내가 그렇지 뭐 괜히 지원해서 청약통장 하나 날렸네.'

마철은 지난 날들이 생각났다.


뭘 해도 성공하지 않은 자신.

어떤 선택에도 손해만 났던 지난날

마철이 선택한 것들은 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계약을 포기하려던 순간

우산이 마철에게 말을 했다.


'마철아 너 지금 뭐하는거야 이게 너한테 어떤 기회인지 알아?'

우산은 단호하게 말했다.


'청약은 무주택자가 지금 가진 돈 만으로 미래의 집을 살 수 있는 좋은 기회야.

분양까지는 2~3년 그 사이 돈을 모으고 과거 시세로 내 집을 살 수 있다고.

너 이 지역 공급량이 어떤지 알아? 오히려 아래쪽 택지보다 이 집이 더 좋을지도 몰라.'


마철은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보이는 우산이 보낸 부동산 관련 자료들


'나는 어쩌면 또 도망치려 했는지도 몰라.'


전세사기 이후 '소유'라는 단어가 무서웠다.

내 집이 생겨도

다시 빼앗기지 않을까 두려웠다

또 내가 무너질까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정해진 가격 정해진 조건

그리고 계약서까지 거짓은 없었다.


'그래 부동산 거래가 무서우면 안전한 거래부터 차근차근 해보는게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일거야. 평생 부동산거래를 피해 다닐 순 없잖아.'


마철은 생각했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던, 오르던

일단 계약을 하기로 결심했다.

부동산거래 라는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


마철은 계약을 결심했다.

그리고 부모님께 알리지 않기로 했다.

또 실망시킬까 두려웠다.


전세계약에 실패한 마철

부모님에게 집을 산다는 걱정을 하나 더 얹어주고 싶지 않았다.

인생의 큰 결정이라 부모님과 상의할까 싶었지만

모든 상황이 정리된 후 얘기하기로 생각했다.


사실 두려웠다.


또 본인의 선택이 잘못돼 부모님께 큰 걱정으로 오지 않을까.





마철이 계약을 결심한 후


지역 부동산 카페에 들어가봤다.

서로 당첨을 축하해주는 글.

과연 이게 축하 받을 일인가? 마철은 생각했다.


현실성이 없었다.


아파트 단톡방이 있다고 해서 단톡방에 들어갔다.

자신의 아파트가 얼마나 오를지 입지가 얼마나 좋을지에 대한 얘기를 하거나

저는 계약 포기합니다 라며 나가는 사람들.


마철도 포기하고 단톡방에서 나가고 싶었다.

아파트계약? 또 집을 잃을 것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6년 뒤 행복주택에서 멀어진 후의 상황

부동산에 돌아다니며 전 월세를 구하는 자신


부동산 거래가 두려워져 공포감이 생긴 마철

이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부동산거래를 해보는게 좋을 것 같았다.


바로 부동산에 가는 것 보다는

그래도 보증된 회사와 계약하는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된다.


당첨자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은

마철에게 또 하나의 시험이었다.


당첨자 서류를 챙겼다.

당첨 1주일 전 까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 이후로 적격 부적격을 가려내 계약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당첨자 자격확인 서류

등본, 초본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출입국 사실증명을 떼러 가야했다.


마철은 행정복지센터로 향했다.

행복주택이 있는 근처 행정복지센터

인감도장을 주문하고 인감증명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인감증명서를 뽑았다.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용도를 물어봤다.

부동산 매수용이라고 얘기하니

알아서 잘 체크해 주셨다.


불현듯 떠오른 기억

전입세대 열람원을 뗴려다 거절당하던 그 날


'이젠 내가 집을 사기 위해 서류를 준비하다니'


그리고 본 출입국에 관련 사실증명


그 곳엔

마철의 과거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한달사이 두 번이나 떠났던 해외여행



욜로, 젊을 때 놀자 라며

SNS에 친구들이 떠난 해외여행지를 보며

나도 뒤쳐지기 싫은 마음에

무지성으로 떠난 해외여행.


남들이 하는건 다 하고 싶던 마철


분명 좋은 기억이었고 행복한 경험이었지만

인생의 큰 도움이 됐을까?

라기엔

SNS 한 페이지를 위한 여행

나도 잘 살고 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친구들이 골프연습장에 등록하자며

골프를 배워 필드에 나가자는 말에

거절할 수 있었던 자신이 기특했다.



시원한 행정복지센터에서

무더위가 기승인 밖으로 나왔다.

매미가 울고 있었다.


정당계약안내

코로나 확산 방지로 인해 입장인원은 당첨자 1인으로 제한되었다.


마철은 모델하우스도 보지 않고 도전했던 청약이었다.



마철은 모델하우스조차 안가고 청약에 도전했다.

집구조만 알고 어떤 옵션이 있는지 몰랐다.


모델하우스 계약 장소로 갔다.


여름의 초입


35도가 넘는 온도

줄은 길었고 햇살은 뜨거웠지만

사람들의 얼굴엔 더위로 인한 짜증보단

설렘이 가득했다.

젊은 부부, 중년의 부부,

아이들과 손잡고 온 가족들


마철은 그 장면을 보며

얼마 전 배당을 받을 때 줄이 떠올랐다.

배당을 받으려 긴 마라톤 줄을 선

노인의 , 젊은 사람, 기러기아빠

걱정 근심 피로가 가득했던 그 얼굴들


하지만 계약을 위해 줄 서 있는 이들의 얼굴은 달랐다.

땡볕에 서 있던 사람들

짜증 하나 없는 얼굴

기대와 희망 그리고 새로운 시작의 긴장감.


한명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손을 잡고 온 부모와 아이들은

줄만 서고 헤어짐에도

입구에서

잘 계약하고 와!

라는 말을 나누는 부부.


마철은 그 장면을 보며

다양하고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차례가 되어 마철은 모델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돌고 돌아 아파트 조형물을 보며 생각했다.

'이 곳이 내가 살 집이구나.'

부셔지는 모래성처럼

내 집도 무너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마철은 하게되었다.


옵션계약을 해야 했다.


내부에서 소리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중년의 남성의 백발의 할머니와 함께 모델하우스에 앉아있었다.


"베란다 확장비가 몇천만원인데??? 이걸 확장 해야지 계약을 해준다고??"

'네 확장을 해야 계약이 가능합니다.'

"그런법이 어딨어요 그럼 오늘 계약 못하면 계약을 못하나요?"

'네 그럼 계약취소분으로 넘어갑니다... 예비자에게 기회가 넘어가죠'


남성은 씩씩거리며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돈을 빌리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 중 이었다.


노령의 어머니를 모시고온 중년의 남성.


남성의 사정은 딱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직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노령의 할머니는 멍하니 바닥을 보고 있었다.


마철은 한동안 그 장면이 뇌리에 꽃혀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집에 들어오고 싶었구나.


마철은 부모님의 얼굴이 생각났다.

마철이 지금 무엇을 계약하고 있는지

그의 부모님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마철은 아무준비 없이 왔다.

오늘 옵션계약이라 오늘 결정을 해야한다고한다.

마철은 정말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왔다.

베란다 확장만 하려고 온 상황.


옵션표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가 마철이 계약할 아파트를 봤다.

작은평수.

그 곳은 마철이 지금껏 살아본 적 없는

신축아파트의 인테리어가 잘 되어있는 집이 있었다.


그걸 보며

부모님과도 살아본 적이 없는 좋은 아파트

과연 내가 이 집을 사도 되는건지 의문을 가지며 천천히 둘러봤다.


옵션표에 체크한건 0

시스템에어컨2대


아파트 계약금, 확장비, 시스템에어컨비 계약금을 입금 했다.

손 끝이 바들바들 떨렸다.

마철의 통장에서 흘러가는 숫자들은

마철이 잃어버렸던 믿음과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

집 이라는 한 글자에 건 간절한 희망이었다.


계약을 진행했다.

입금증과 계약서를 받았다.


마철은 그동안 몇 번의 임대 계약서에 이름을 올렸고

전세사기 피해자 신세가 되었으며

끝내 타인의 집에 내 모든걸 의심조차 하지 않고 맡긴 대가로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잃었다.

그 이후로 내 이름에 새겨질 매수계약서는 꿈조차 꾸지 못했다.


계약자 '장마철'


가슴 한가운데 뜨겁게 무언가 솟구치는 걸 느꼈다.

당신의 삶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처음 받아보는 공식적인 초대장이었다.


집이 생긴다고 삶이 나아질까?


모든 계약을 마친 마철은

아파트 브랜드가 적힌 소정의 사은품을 받아 나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내 삶은

늘 예측할 수 없었다.


그 불확실성 안에서

마철은 다시 불씨를 피우고 있었다.


행복주택 근처의 단골 꽃집에 꽃을 예약했다.

우산에게 선물한 꽃을 자주 사던 곳

청약에 당첨되기 전

미리 돈을 달아놓고 꽃을 가져오던 곳이다.


마철은 이제 꽃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꽃집과 이별을 고했다.


마철은 집에 들러

브랜드아파트의 계약서와

기념품을 음료와 꽃다발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SNS에 올리긴 민망해서

혼자 가지고 있기로 한다.


전리품인 계약서를 들고


유일하게 계약사실을 알린

마철의 편


다른 도시에 있는 우산에게 향했다.


우산의 도시의 카페거리.

이제 정말 끊어야하는 카페

이제는 이전처럼 가지 못할거라 생각하는 카페에서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와 음료를 시켰다.


인증사진을 찍어 계약자 단톡방에 들어갔다.

정말 오랜만에 받아보는

누군가의 환영이 인사


그 날 마철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담았다.


우산과 마철의 행복한 표정

푸르는 잎사귀가 무성한 햇살이 비치던 카페

기억은 안나지만

모델하우스를 보고 나와 느낀것들을

우산에게 조잘조잘 얘기하던 기억

그날의 커피향

디저트


마철은 꽃집, 카페사장님과 이별했지만

단톡방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만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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