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관리 매뉴얼'부터 '데이터분석'까지
살이 쪄서 소아과 주치의에게 경고를 받은 이안과 습관이 되어버린 반주로 인해 부쩍 배가 나오기 시작한 민주가 살을 빼겠다고 밤마실을 나갔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돌다가 새로 생긴 BAR를 발견했다. 목이나 축일까? 하고 들어섰는데 이럴 수가. 여기가 생맥주 전문일세. 세상에나. 여기가 나초 맛집이네. 민주는 살을 뱃살을 고려해서 나초 없이 술만 주문하고 이안은 살이 찌니까 음료 없이 나초만 주문했다. 그렇게 둘이 앉아 물과 술을 한잔 하며 대화의 장이 펼쳐졌다. 대화의 시작은 이탈리에 사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갑자기 이안 군이 이탈리아 부심으로 이야기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이번 여름 민주와 아이들은 2달 반 동안 한국에서 머물렀다. 민주가 이탈리아에서 산 18년 동안 가장 장시간 한국에 머문 여름이었다. 한국은 더 발전했고 로마는 더 지저분해졌다. 한국은 더 빨라졌고 로마도 빨라졌다지만 한국에 비하면 코웃음이 나는 수준이다. 이번 여름에 이안은 한국 초등학교 체험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실제 한국 초등학교 4학년을 2주 동안 다녔다. 그야말로 깊고 진하게 경험한 이안에게 한국은 어땠을까? 그리고 이 경험 후에 이탈리아를 바라보는 기분은 어떨까? 달려졌을까? 다시 로마에 돌아온 다음 날, 여느 때처럼 개똥과 낙서와 쓰레기가 널브러진 거리를 마주하는 순간 말했다.
"엄마, 난 한국에서 사는 거 싫어. 한국에는 유럽 냄새가 없어. 아시아 냄새밖에 안 나."
"유럽냄새? 그게 뭐야?"
"쓰레기 냄새, 똥 냄새 (에어컨 없는)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공기"
"그럼, 아시아 냄새는 뭔데?”
"깨끗한 냄새, 자동차 닦는 냄새."
이탈리아에 발을 딛고 일상을 살아가며 이탈리아 학교에서 교육을 받지만 한국말을 하고 한식을 먹고 한국 콘텐츠를 즐기고 매년 한국에 머문다. 하지만 삶의 비중이 어디에 기울어 있느냐에 따라 아이의 일상의 가치의 각도가 나와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아이가 말을 시작하고 말속에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진 각도가 묻어 나올 때면, 한국에서 습득된 삶의 모습 가족에 의해서 민주도 모르게 굳어진 가치관 내가 타고난 천성에 의해 형성된 사고방식 나 스스로는 절대로 깨고 나오지 못할 딱딱하게 굳어 있던 모난 부분들이 살짝 금이 가기도 하고 말랑하게 유연해졌다.
민주 자신이 그 말 속에서 받은 영향이 좋은 방향으로 향해 있었기 때문에 잊지 않기 위해 기록을 시작했다. 이후 민주처럼 해외에서 육아를 하는 한국 엄마들에게 응원이 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기록을 이어갔다. 그다음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도 다른 관점의 사고를 소개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플랫폼을 확장해 나가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코로나를 전후로 민주의 기록들이 출판사를 통한 에세이로 그리고 자가 출판의 방식으로 제작되어 책이라는 물성을 가지 매체로 세상에 나왔다. 팬데믹을 겪으며 로마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되었고 생계를 위해 남편이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를 계기로 로마가족을 모르지만 이탈리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닿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편의 투어를 받았던 사람들에게 유튜브 알고리즘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유튜브 이전까지 민주의 글과 남편, 가신(가이드의 신, 이하 가신)의 투어를 받은 고객층은 분리되어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유튜브 라이브를 통한 랜선투어가 ‘아무튼 출근'이라는 방송으로 소개되면서 로마가족이 대중적으로 노출되는 기회를 맞이했다. 이 방송을 계기로 아울북 출판사와 연결되어 '로마가족의 유럽살이'라는 이탈리아 문화와 일상을 만날 수 있는 학습만화책이 제작까지 이어졌다. 이는 해외에서의 육아를 경험하지 않은 한국의 가족들과 어린이들에게 접점이 생겼다는 것을 뜻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로마가족이라는 포맷이 마니아 적인 특색이 강해서일까? 범대중적인 고객층에 노출되는 것은 어려웠는지 로마가족 만화가 폭발적인 판매량으로 이어지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또한 팬데믹 이후 가신이 가이드업으로 복귀하면서 유튜브 라이브는 불가능해졌고 이것은 유튜브 성장의 정체를 가져왔다. 이 시점 즘에 민주는 본격적인 사업으로 올리브 유 판매를 시작했다.
[로마가족 채널에서 진행한_ 자체 홈쇼핑 방송]
팬데믹 기간 동안 가신은 자신의 업인 가이드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유튜브 라이브라는 새로운 활로를 뚫었다. 하지만 유튜브 수익만으로는 네 가족이 해외에서 삶을 꾸리기엔 쉽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로 민주의 가족이 매년 방문하는 이탈리아 올리브 농장과 한국의 로마가족 유튜브 구독자와 연결하게 되었다. 공동구매의 개념으로 한시적으로 생각했던 이 일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전환되어 2020년 로마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를 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햇올리브를 수확하면 농자에서 바로 한국의 고객에게 보내주는 "이탈리아 산지 직송 올리브유" 사업을 시작했다. 민주가 서류상 로마가족의 대표가 된 것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작은 규모의 사업이지만 배울 것도 알아야 할 것도 해결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3년 동안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쩌다 시작된 사업이었지만 어려움과 별개로 그 안에서 큰 희열을 느끼는 민주를 발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로마의 삶의 반경 내에 여행업 외의 사업을 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고 사업 시작 단계에서의 조언이나 고민을 공유할 사람이 없었다. 그때 앤드엔 클럽이라는 사업 3-7년 차 사람들이 연결되고 함께 성장하는 네트워크를 알게 되어 반년동안 매일 2시간씩 함께 공부했다.
[앤드앤 클럽_공부를 시작한 이유의 기록]
첫 2달의 공부주제가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민주는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에 올리브 유 사업을 두었다. 그림이 그려지지가 않았다. 다음엔 '로마가족의 유럽살이' 책 판매를 두었다. 전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민주가 생각한 사업이란 대체 어떤 모습이었지? 당시 나는 무기력을 겪고 있었는데 처음엔 3년 동안 너무나 애를 쓴 나머지 지쳐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이것은 무기력이 아니라 어디로 나아갈지 몰라 주저앉아 버린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올리브 유 판매, 책 판매, 민주가 생각하는 사업의 최종 목표는 판매인가? 그렇다면 성장이 의미한다는 것은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것일까? 몇 번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고치고 고치고 고쳤지만 결국 그림은 완성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오타니 쇼헤이의 만다라트를 알게 되었다. 비즈니스 모델을 그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만다라트를 그려보기로 했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만화책 판매, 올리브, 유 판매, 또다시 그려지지 않았다.
같은 설정값으로는 같은 결과만이 도출된다.
바꿔야 한다.
최초 설정값을.
만다라트 중심에 로마가족을 두었다.
로마가족이라는 콘텐츠를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
•글 - 브런치, 블로그, 출간된 책, 투고한 원고들
•영상- 인스타그램, 유튜브, 출연했던 방송
•간접적인 경험 제공 - 스토리가 담긴 올리브 유
•직접적인 경험 제공 - 가신의 투어
지난 시간들의 레이어가 하나로 모아지는 순간이었다. 다시 비즈니스 모델로 돌아가 로마가족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려나갔다. 왼쪽에 학습만화책 출간 (출판사) 오른쪽에 올리브 유 (농장) 판매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앤드엔 멤버들과 서로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서울 가드님 클럽’의 대표가 민주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고 중요한 하나의 축으로 '커뮤니티'를 넣어보는 것을 제안했다.
순간, 새로운 문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단순히 이안의 말을 기록하는 것으로 시작된 일이 점점 이탈리아에서 살아가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느끼고 배운 부분들을 전달하는 콘텐츠로 발전되었고 이 이야기가 다양한 방식과 해석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로마가족의 일은 이탈리아에서의 일상과 경험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하는 것이다.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이 글이고 영상이고 올리브 유 (상품)이고 투어였다.
가신이 몸담은 투어 회사, 학습만화를 제작하는 출판사, 올리브 유 관련 통관업체, 농장, 출간 출판사 등의 파트너는 오른쪽에 두었다. (상품 및 서비스 판매를 통한 급여, 인세, 판매수익 등의 매출 창출) 로마가족 콘텐츠를 중심에 두었다. 콘텐츠는 인스타그램, 네이버, 유튜브, 브런치 스토리 등의 플랫폼을 통해 제공된다. (로마가족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제공하며 광고 수익을 받는다.) 왼쪽에는 글을 통해 만 독자와 영상 구독자 투어 손님 등의 커뮤니티가 자리한다. 로마가족 콘텐츠가 지속되고 발전하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이들이 로마가족의 어떤 모습을 사랑하고 어떤 모습에 매력을 느껴 구독하고 팔로우하고 응원하는지 인지하는 것이 로마가족의 색깔을 지키는 뿌리가 된다. 이후 북토크, 가족 캠프 등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이벤트 제공을 구상 중이다.
이 안에 로마가족의 대표이자 기획과 홍보, 콘텐츠 제작 맟 편집을 담당하는 대표 김민주가 있고
주요 콘텐츠의 핵심이 되는 이안도 남매, 오프라인 현장에서 가장 깊고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핵심 인재 가신이 있다.
가신은 로마가족의 최고 인재로 로마가족 콘텐츠의 핵이다. 이탈리아 가이드 경력 20년 차의 가이드 장인이다. 민주는 회사에 대표로서 회사에 최고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가신이 이 최대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를 최상의 컨디션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기획한다.
가이드 업무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뻗어서 종일 휴대폰에 눈이 가 있어도 절대 쉬는 것을 눈치 보게 만들지 말 것. 애플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최상의 투어를 위해 제품 지원 및 패션을 위한 쇼핑 장려. 깨끗하게 청소해 둔 주방에서 닭을 튀기거나 삼겹살을 구워도 체력 보강을 위해지지(내가 튀기고 굽는 거 아니고 이 참에 먹으면 참 맛있음) 등등 최고의 인재관리를 위한 매뉴얼을 짰다.
이안도 남매는 주 콘텐츠 제공자로 핵심 인재다. 민주는 대표로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새로운 사고를 끌어낼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를 제공한다. 경험 중에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가장 큰 영감을 주기 때문에 전 세계 가족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집에 놀러 오라고 하면 지구 어디라도 날아가며 로마가족의 집에도 초대한다. (여기에 로마가족의 유럽살이 만화책이 아이들 사이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경험들을 글과 영상으로 재생산한다. 또한 로마가족 콘텐츠가 진짜 매력적으로 보이는 본질은 이탈리아에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한글과 한국어 사용에 능하기 때문임을 인지시킨다. 또한 자신들의 연령에 맞는 한국어 구사를 구사하고 이탈리아어와 동등한 한글 읽고 쓰기 능력을 배양하도록 스스로 노력하게끔 동기부여한다. 그 무엇보다 모든 중심에 '명랑 유쾌'가 존재할 수 있도록 신나는 환경으로 다양하게 노출시킨다. 이 모든 경험이 가능한 것의 중심엔 로마가족의 핵심 인재 가신이 계시기 때문임을 이안도 남매에게 수시로 주지 시킨다
로마가족 사업은 장기간 빚어나가는 일로
속도의 영역이 아닌,
지속의 영역이다.
업을 정의 내리자 몇 년간 민주를 감싸던 불안과 조바심이 옅어졌다. 여기까지 정의한 후 한국 휴가를 맞이했다. 보통 한국 휴가 전에는 한국에서 뭐라도 해보려고 일을 만들었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새로운 시도를 할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기도 했지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었다. 멈춤의 원동력은 마흔이 준 여유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시사IN에 실린 이슬아 작가에 대한 기사에 이런 말이 있었다. 쉬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딱 문장으로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았는데. 정확하게 이 문장과 맞닿았다.
민주는 좋은 의미로 지쳐있었다.
'이슬아도 나이가 들었구나.'였다. "지난 수필집, 특히 첫 번째 수필집을 도면 너무 데뷔를 잘하고 싶어서 도발적이려고 애를 많이 썼다. 전체적으로 차분해지고, 좋은 의미로 지쳤다.
_시사IN [출판계의 강박적인 작업자 네 명이 모이면?] 기사 중에서_ 조남진 기자
그런데 신기하 일이 벌어졌다.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은 한국행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일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민주의 원고를 담아주었던 [포포포 매거진] 정유님 대표가 대구에서의 글쓰기 강연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강연을 마치고 자가 출판한 모자문답집 북토크과 함께 이안과 함께하는 질의응답시간이 이어졌고, 날짜를 일부러 이안의 생일날로 맞춰주셔서 깜짝 생일 파티도 열렸다. 그리고 서울에선 온라인 글쓰기 강연을 만들어준 창고살롱 래퍼런스 찬이 님과 수제 그래놀라 [고마워서 그래] 대표 두란님이 서울에서 북토크 자리를 만들었다. 장소 섭외, 홍보, 민주가 자가출판한 모자문답집 판매까지 모두 그들이 판을 짰고 민주는 마이크만 들었다. 두 행사가 민주에게 준 의미를 엄청났다. 첫 번째는 이안, 이도 두 아이가 함께 행사를 할 수 있는 동료가 되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우리 가족뿐 아니라 함께 한 이들 모두 아이들을 동반함으로 가족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만든 것에 대한 기쁨과 흥분이었다. 무엇보다 오프라인의 만남이 주는 에너지가 있었는데 여기서 눈이 번쩍 뜨이는 깨달음이 있었다.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인스타 그램, 한번 가속이 붙으면 엄청난 확장이 되는 유튜브, 이에 비해 글이라는 것은 너무나 늦었다. 그런 게 글 하나를 발행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는 어처구니없을 만큼 높았다. 글을 시작하고 마무리까지 생각의 집중력을 끌어당겨 붙잡고 있는 에너지를 모으기까지 그걸 붙들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고 그에 비해 구독자는 너무 뎌디게 늘었고 피드백은 너무 적었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하고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민주가 더 에너지에 쏟은 것은 어떻게 하면 더 노출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였다. 글쓰기에 에너지를 쏟는 시간에 섬네일을 한번 더 바꾸는 것이 훨씬 더 효율이 높이 보였다. 그러나 팔로워는 늘어난 속도에 정확히 정비례해서 이탈했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만난 전국에서 우리를 만나기 위해 온 사람들, 로마가족에게 이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멋진 기획을 해준 사람들 모두 글로 만난 인연이었다. 드러나지도 적극적인 피드백을 하지 않았지만 글을 통해 어떤 삶의 순간 돌파할 힘을 얻고 나아간 사람들이 오래오래 그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가 쌓은 크기만큼 민주에게 채워주었다.
민주는 한국에 머무는 내내 다짐했다. 절대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은 글이다.
느리게 닿는 만큼 깊고 오래 닿을 것이다.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의 시놉시스는 글로 쓰여야 하고 영상과 사진으로 변주되는 것임을 잊지 말자. 로마가족의 대표로서 가장 큰 역할은 우리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것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정립될 때 아주 오래전 적었던 글이 다시 역주행을 하는 일이 일어났다.
앤드엔 클럽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탈리아의 여름방학 숙제 이야기를 했다. '이탈리아 고등학교의 여름방학 숙제' 관한 글을 쓴 것은 2017년이다. 그 이야기가 앤드엔 클럽에서 함께 공부하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는지 그날 공부가 끝나고 멤버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유되었다. 그렇게 2017년의 글이 다시 읽히기 시작했고 그 계기로 함께 공부하던 주말랭이 대표 엄지님이 뉴스레터 주말랭이에 글을 소개했다.
신기했다.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민주가 생각했던 주 독자층은 육아를 하는 엄마들이었다. 그런데 여름방학 숙제글에 에 환호한 것이 20대와 30대였다는 것이다. 민주와 아들 이안의 대화를 담은 모자문답집을 만들었을 때, 민주는 비단 엄마뿐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각자의 해석으로 닿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 믿음이 진짜 실현되는 시기가 왔음을 느꼈다. 강형욱의 유튜브가 금쪽이가 비단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나 육아를 하는 부모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20,30대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탈리아에 돌아가면 다시 부지런히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 글을 지난 10년동안 써온 글을 정리해 보는 작업이 될 것이다.
글쓰기에 앞 서 시작했던 것은 집 정리 정돈이었다. 한국에 다녀오면 짊어지고 온 짐들까지 올해 내내 마음속에 집이 좁다는 생각이 자리 잡아있었다. 집에 좁아서 어질러져 있어도 수납할 공간이 부족하고 애들이 커가며 살림살이는 몇 배로 불어나니 좀처럼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다. 그때 떠올랐다. 앤드엔의 두 번째 공부, 기획자의 글쓰기. 노출 잘되는 글을 가르쳐주겠지라고 생각했던 수업에서 첫 한 달은 책상 정리 서랍 정리를 시켰다. 이게 뭐야. 처음엔 당황했는데. 어떠한 성장에 심플하게 나아가기 위해선 서 가장 먼저 정리정돈이 되어야 한다. 분명 배웠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생각은 이미 정리되었지만 그것을 정돈하여 글로 옮기기 전에 몸으로 정리 정돈을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급하지 않게 음미하며 천천히 완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하루에 서랍 하나 방 한 면씩 정리해 나갔다. 그리고 정리하는 동안 지난 생각들이 더욱 또렷하게 그려짐을 느꼈다.
머털도사에서 처음엔 밥 짓고 청소하기만 주야장천 시키지 않는가. (네네 저는 머틀도사 보면서 자랐어요…) 누더기 도사에게 이유를 물어도 답은 알려주지 않고 호통을 친다. 결국 스스로 실천하고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공부와 발현의 시간대는 다르게 흐른다. 정리 정돈을 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써나가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글을 여전히 이안도의 말이 중심이 되겠지만 좀 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어 광범위한 세대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글을 써나가야겠다. 그렇게 구상한 것이 이탈리안 레시피였다. 일상의 긍정적인 사고를 만들어 준 이탈리아 단어 레시피. 아이들의 한국말속에 담긴 이탈리아 말의 정서. 이것이야말로 한국과 이탈리아의 사고의 조화가 멋지게 구현된 결과물로 누구에게나 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렇게 매주 아이들 말속에 담긴 특별함을 기록하기로 했다.
2017년 처음 브런치에 글을 썼을 때처럼 매주 글을 썼다. 그리고 3편의 글을 섰을 때 브런치 팀에서 연락이 왔다. 아직은 상용화되지 않은 브런치 글을 통한 수익화 시스템인 ‘응원하기’ 배타서비스로 요일별 연재를 하고 메인에 노출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중 하루 연재를 제안받은 것이다. 2013년 첫 째를 임신하고 가이드 경력이 단절되며 시작된 글쓰기 오로지 출판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마감을 부여하고 시작한 2017년 [로마에서 남매키누기] 브런치 연재 그리고 2023년 로마에서의 일상에서 뻗어 나온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만 10년 만에 브런치 팀에서 공식 연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연재 첫날, 하루 만에 만뷰의 조회수와 실시간으로 구독자가 늘어나는 경험을 했다.
그즈음 글을 처음에 나오는 이안과 술자리(?)에서의 대화를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유튜브 자체에서의 조회수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댓글도 없고 보통 우리 유튜브 채널에서의 조회수 200, 300 뷰 정도(200만 300만 아님 주의) 예전 같으면 편집에 쏟아부은 시간이 아까워 이래저래 섬네일도 바꿔보고 했겠지만, 이안의 말에 담긴 한국 이탈리아의 두 정서를 담은 시각을 담는 것이 주요 목적이기 때문에 조바심은 없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터졌다. 영상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대화를 짧게 편집해서 인스타그램 릴스로 올렸는데, 다음 날 조회수가 1만이 넘었다. 그리고 영상이 저장된 숫자가 10번이었다. 기존의 릴스 평균 조회수가 700 뷰 정도였고 유튜브의 경우 2019년 시작해서 지금까지만 뷰 넘는 영상이 3개 니 이 숫자는 엄청난 기록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일어나니 8만 뷰가 되더니 3일이 지나니 20만 뷰가 되고...... 관련된 영상들도 덩달아 만뷰가 넘어가더니 4일이 지나자 90만 뷰가 넘어갔다. 영상 저장은 2000건이 넘고 분당으로 팔로워가 늘고 스토리에 공유되기 시작하고 댓글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이안이가 영어 중국어 불어 스페인어 한국어 이탈리아어 일어에 대해 언급하는데 국내외 각 언어 전공자와 유학생들에게 엄청나게 노출이 되는 듯했다. 그런데 여기서 인상 깊은 것은 이안의 말에 열광하는 연령대가 20,30대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에 대한 답을 찾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영상은 자연스럽게 유튜브에도 연결되어 조회수와 구독자수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10월 현재 릴스 노출 이전보다 190명의 구독자가 늘었다. 이것이 얼마나 기념비적인 숫자이냐면 지난 1년간 주기적으로 영상을 올렸음에도 꾸준하게 구독자가 이탈되었고 독자 성장은 마이너스였기 때문이다. 영상을 올릴때마다 두 자리 숫자의 구독자 이탈이 일어났고 밤새워 영상을 편집해 거절당할 영상을 올리는 일은 아주 쓰라렸다. 이 같은 유뷰트 구독자 성장은 유뷰브 노출이 아닌 브런치 스토리와 인스타그램을 통한 외부유입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줌으로 유의미했다. 모든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글과 짧고 긴 영상의 변주로 동일한 색을 유지한다면 셋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로마가족의 이탈리아 내에서의 명랑한 일상을 글로 옮기고 이 글이 메인 대본이 된다.
그 글을 긴 영상으로 편집한 것이 유튜브
짧은 홍보영상이 릴스와 쇼츠
여기에서 더욱 깊은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탈리아 삶의 정수가 담긴 올리브 유를 전하고
현장에서 느끼고 싶다면 가신의 투어를 함께한다.
에세이는 민주의 책 [로마에서 살면 어떨 것 같아?][우리가 우리에게 닿기를]
그림을 글로 만나고 싶다면 가신의 그림책 [90일 밤의 미술관_이탈리아]
날 것의 대화가 궁금하다면 [모자문답집] 1,2
아이들 스스로 즐기고 싶다면 [로마가족의 유럽살이] 만화책 1,2,3 권
이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상호보완된다
불안, 조바심, 질투, 시기, 욕심, 욕망을 원동력으로 파닥파닥파닥 날갯짓을 했다. 날아오르려고 그러나 막상 날아오르자 더 높이 올라가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어느 정도 오르면 저 너머가 더 좋아 보여서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그런데 그 모두가 결국 하나의 숲이었다. 두 팔 벌려 바람에 몸을 맡기고 부유하고서야 비로소 보였다. 날갯짓을 멈추어도 쉼 없이 퍼덕이지 않아도 날 수 있었다. 숲은 민주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우거져있었다. 그리고 여러 숲이 연결되어 있음도 알았다. 그 숲 위를 날고 있는 다른 새를 발견했다. 이 숲들이 연결되면 어떤 모험이 펼쳐질까?
그리고 앞으로 매년 여름 로마가족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프로그램으로 확장해 가족이 모두 함께하는 캠프를 기획하면 어떨까?
나폴리 피자 전문 [폴베리]와 나폴리 피자 만들기
수제 그래놀라 [고마워서 그래]와 함께 그래놀라 굽기
[포포포 매거진]과 함께 잡지 만들기
[로마가족] 북토크와 글쓰기
[달리 운동장]과 함께 SNPE 척주 운동
어린이 전문 서점 [해피책방]과 함께 이탈리아 문화 탐방
와인 전문점 [구디즈엔 구르메]와 함께 여름밤 아페리티보
[창고살론 래퍼런서] 찬이님과 북토크
어른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여름 캠프를 함께 만들어보는 것이 다음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