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이의 방학 2주 차에 접어든다. 방학을 하면 엄마들은 일단 한숨이 나오지만, 유난히 추웠던 지난 12월에는 아침마다 등굣길에 이젠 차라리 좀 방학을 하면 좋겠단 생각마저 들었다. 굴리면 또르르 구르겠다 싶을 만큼 아래위로 잔뜩 껴입은 채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은 참으로 둔탁하고 추웠다.
학교에 당도하려면 골목길을 걸어가야 한다. 가뜩이나 인도와 차량 통행이 딱히 구분 지어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골목길 사정은 그야말로 자그마한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까지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저학년 학부모들은 매일 아침 아이들과 학교까지 동행하는 것을 불사해야만 한다.
어른인 내가 걷는 중에도 차들이 참으로 부주의하게 다니는 경우를 많이 발견한다. 대한민국 도로 위에 사람 먼저라는 인식은 애초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순간 아찔함을 느낄 만큼 차들이 가까이서 쌩~ 지나가는 건 일상 다반사이고, 사람이 있는지 확인도 안 한 채 마구 후진해서 온다거나, 사람이 서 있는 건 아랑곳하지도 않고 엄청나게 큰 소리의 클랙슨을 울려 깜짝 놀라게 하는 건 그야말로 일도 아니다.
어른인 나도 이런 위험하고 불편한 상황을 시시각각 겪을진대 하물며 아직 사리분별이 빨리 되지 않는 어린아이들은 오죽할까. 차 조심하고 다니라는 염려의 말은 크게 의미 없는 잔소리에 그치게 될 뿐이다. 그러니 아이가 조금 더 자랄 때까진 단순히 나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실제 안전을 위해 보호자들이 바삐 쫓아다니는 수밖에는 답이 없다. 소위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는 곳에 살고 있지 않은 이상 말이다.
바로 지난해 말에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다. 강남의 한 초등학교 앞 건널목에서 3학년 아이가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건너는데 만취한 운전자가 아이를 쳐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그곳은 번잡한 거리도 아닌 바로 학교 앞이었다. 학교 앞 속도 규정은 30Km/h이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기어가야 하나 싶을 만큼 느리게 운전해야 한다. 그런데 그 정신 나간 운전자는 어쩌자고 술까지 퍼마시고 학교 앞에서 사고를 냈을까. 학교에 보낸 아이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은 아이를 키우는 같은 부모 입장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부모의 심정을 떠올려보니 억장이 무너졌다.
조그만 아이들은 사실 차 안에서 잘 안 보이기 일쑤다. 아이들은 상황 판단력이 빠르지 않아 차가 오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쑥 뛰어나오는 것도 아이들에겐 예측 가능한 잘못의 상황도 아니다. 물론 안전교육을 통해 위험 상황을 열심히 알려주지만, 아이들이 다양한 경우의 수를 모두 예측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그저 사리분별이 가능하고 그런 상황을 예상해볼 수 있는 어른들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운전자들 상황은 어떠한가? 골목길 교차로에서 속도를 줄이며 반대편에서 차량이 오는지를 살피는 일조차 안 하는 운전자들이 대부분이다. 차량이 오는지도 확인 안 하는데 사람이 오는 건 확인할까? 실제 보행자 교통사고의 75%가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목숨을 길에 내어놓고 걸어 다니는 현실이다.
누군가는 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부모를 탓한다. 근데, 그건 아이를 키워보지 않고 그냥 던지는 탓일 뿐이다. 부모가 아무리 관리해도 애들은 애들이기 때문이다. 골목길은 비단 아이들만의 이슈가 아니지 않은가. 제발 사람을 존중하고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 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안전한 나라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