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학급이요? 60명은 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

by 마마뮤

나는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일제 강점기 황국 신민의 학교라는 의미로 국민학교라 칭하게 된 건데, 일제의 잔재 청산 목적으로 1996년에 초등학교로 공식 명칭이 변경되었다. 상황이 이렇기에 우리는 국민학교 졸업생과 초등학교 졸업생으로 또 하나의 세대 경계를 긋게 되도 한다.


점점 출산율이 떨어지는 중이다 보니, 국가적으로 염려되는 문제들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사실 그 문제를 학교에서 바로 체감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 딸아이는 내가 졸업한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유독 이 동네에는 오랜 세월 거주 중인 사람들이 줄곧 정착해 있는 경우가 흔해서, 나 말고도 아이들 학부모 중에 같은 학교 졸업생이라 손드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예전 나의 초등 동창도 한동안 이 동네에 거주하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 갔는데, 그 친구 역시 아이를 모교에 보냈었다. 당시 친구가 하는 말이 이 동네는 아이들 수가 너무 줄어서 한 학년에 두 개 반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무슨 시골학교도 아니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학교에서 그게 웬일이냐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난해 우리 아이가 입학하는데 한 학년에 6~7개 반이 있는 것이다. 그새 왜 이리 아이들이 늘었을까 의아했지만 생각해 보니 주변 재건축으로 인해 아파트 단지가 재정비되면서 대거 이사를 들어온 것이 그 원인인 듯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우리 집에서 좀 가까운 곳에 또 다른 대단지가 재건축에 돌입했다. 그 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들어온다며 소위 초품아* 자랑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교육청에서 초등학교 시설 건립 인가를 취소했다는 것이다. 향후 아이들 수 감소를 고려하면 새로 학교를 지어 운영하는 것이 실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럼 그 많은 가구에 살게 될 아이들은 어디로 학교를 다녀야 할까? 당연히 기존에 존재하는 주변 학교들일 텐데,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도 조금 넓은 지역의 아이들을 커버하고 있다 보니, 한 반에 학생 수가 대략 25명 정도 달하는 듯하다. 올해는 조금 더 정원수가 늘어날 예정이라 교실 수가 부족한 상황까지 갈 것 같다며 교장 선생님이 걱정 어린 말씀을 하셨다. 이렇게 되면 과밀 학급이 되어 선생님들도 힘들고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에게도 손해가 간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잠깐! 과밀학급이라고?


한 반에 60명이 앉아있던 국민학교 시절 학생은 다소 뜨악하긴 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과는 물론 비교할 수 없지만, 그땐 정말 그랬다. 한 반에 최대 60명까지는 기본이었고, 키 순서대로 자리를 정했기에 늘 맨 뒷자리가 내 예약석이었던 탓에 항상 불만이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오전반과 오후반이 따로 있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많으면 오전 오후 나눠서 등교를 해야 했을까.


교실 안 책상은 늘 다닥다닥 붙어 있었기에 뒷자리 친구가 책상을 밀고 오면 소중한 내 공간 확보를 위해 뒤로 가라며 짜증 내는 아이들도 있었고, 옆자리 짝꿍과는 결코 넘어서는 안될 38선을 선명하게 그어두고 넘어왔다며 투닥거리기 일쑤였다. 참으로 시끄럽고 번잡했다. 그러니 지금 한 반에 스무 명 대의 아이들이 함께 한다는 건 그야말로 아름다운 그림이다. 그러나 그 환경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아이들에겐 서른 명이란 그야말로 내 시대 60명만큼이나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 교실의 모습은 정말 이랬다.(이미지 출처: 구글)


사실 대한민국 내 다수의 문제들이 지역 간에 고른 발전을 이루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들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수는 줄어드는데 특정 지역으로만 몰려서 이렇게 과밀학급의 문제로 진통을 앓는 학교도 있으니 말이다. 학교뿐만이 아니라 사실 여러 지역이 고루 발달해 편리한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면 자연스레 분산 정착이 이루어질 텐데, 그게 뭐 그리 말처럼 뚝딱 되는 일이 아니니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원래 건물이 아주 큰 곳이 아닌데, 이렇게 아이들이 더 몰려온다니 오죽하면 운동장 한 구석에 모듈러 교실을 설치하여 학급 교실 이외의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실 지난해 학교 건물 투어를 해볼 기회가 주어졌었는데, 내가 다니던 시절보다 훨씬 좋아진 상태였다. 없었던 체육관도 지어졌고 내부도 많이 손을 봐서 오래전 내가 접했던 환경과는 아주 많이 달라진 상황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급식 때문에 학교가 좋다고 할 정도인데, 급식실 환경이 너무 좋아서 보내는 학부모 입장으로서 마음이 놓이고 좋다.


아이가 2학년에 올라가 맞이하게 될 학교의 상황이 어떨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많은 아이들 사이에서 아이가 좀 더 강하게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테고, 부정적으로 보자면 그야말로 과밀한 반에서 아이가 응당 받아야 할 관심과 교육의 양을 놓치게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여하 간에 시대가 변하면 기준도 모두 변하기 마련이니, 무엇보다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환경에서 아이가 잘 배우고 자라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초품아-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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