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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돈이 벌릴 구석은 보이지 않고

by 리뷰몽땅

전업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입니다. 사람일이 참 신기하지요? 마음을 먹자마자 전업으로 매달렸던 일들에서 수익이 낙엽 떨어지듯 우수수 떨어집니다. 매번 따박따박 들어오던 고정수익이 빠지니 매일 불안감에 가슴이 콩닥콩닥. 이러다 심장이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


뭘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할까. 고민을 안해본 건 아니지요. 워낙 앉아서 끄적거리는 일을 좋아하다보니 아마도 그러고 살고 싶은거겠지요. 미래가 마땅히 그려지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 됐으면 하고 싶은대로 살아도 되겠다는 마음에 결정을 내리긴 했는데 오늘도 벌써 50만원이 빠져버렸습니다.


평생 집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며 살아왔어요. 휴가를 제외하고는 쉬어본 적이 없는데 이제 딱 석 달 뒤면 이 일을 손에서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하달까요.



마음이 불안하니까 일을 손에서 놓는 날이 없어요. 오늘은 아침부터 네이버 클립에 올릴 영상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너무 잘 만들었다 싶지만 이걸 또 내놓으면 금새 기가 죽어버립니다. 다들 왜 이렇게 솜씨들이 좋은지. 그런 날은 종일 우울하기도 해요.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 왜 욕심만 많고 결과물은 이럴까.


의기소침해 지니 또 일이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블로그를 세 개난 만들어 놓고 하나씩 일단 써 놓고 나면 이제는 뭘해야 할까 몹시도 불안해요. 이걸로 내가 먹고 살 수 있을까. 이렇게 해서 벌려놓은 일들을 마무리할 수는 있을까. 남편도 프리랜서라 그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것 같아요.


불안한 마음에 전화기를 붙들고 친구에게 신세한탄을 합니다. 한참을 듣던 친구는 그럼 네가 정말 하고 싶은게 뭐냐고 물어요. 그냥 글만 쓰고 싶은거냐고 묻는데 글쎄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돈을 벌 수 없는 일을 하기에는 평생을 먹고살 만큼 모아둔 돈도 없고요. 오히려 작년 전세금 폭락 때문에 급하게 빌려놓은 대출금만 남아 있으니 앞으로 갚아나가야 할 돈도 있고요.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돈 벌릴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는게 딱 정답이겠지요. 이렇게 벌어서는 아마도 다음달부터 구멍이 빵빵 뚫릴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기왕 마음 먹었으니 밀고 나가보려 합니다. 쓰면서 돈을 벌겠다 마음 먹었으니 미친 듯이 뭐라도 써야 할테구요. 가만히 있는데 일거리가 들어오지는 않을테니 또 여기저기 기웃거려 봅니다. 하루에도 몇 번 기분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다보니 프리랜서로 일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모은 돈이 없으면 또 모아보면 되겠지요. 언제는 모아둔 돈이 있어서 이만큼 살아왔겠어요. 나도 저작권을 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 그 날까지 또 열심히 써 보면 되겠지요. 평생 열심히 꾸준하게 하는거 말고는 달리 능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니 붙들고 늘어지는 것만큼은 자신 있으니까요.


일단 급하게 빌리는 바람에 남들보다 더 비싼 대출이자만 메워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설마 그 정도는 벌 수 있지 않을까요? 타로를 잘 보는 친구는 걱정 말라고 합니다. 바로 눈 앞에 거대한 황금은 없지만 곧 나타날 거라고요. 도대체 곧이 언제냐고 우스갯소리로 냅다 소리는 질러 보았지만 조바심 내면서 기다리는 일이 어디 한 두번이었던가요. 지금처럼 꾸준히 걸어가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조만간에 곧 황금덩어리가 툭 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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