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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Aug 17. 2020

커피따라 세계일주 - 바르셀로나, 오나 커피

Barcelona, Onna Coffee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다이내믹했던 바르셀로나였다. 인생 처음으로 9인실 호스텔에서 지내야 했고, 그 와중에 더운 날씨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예쁘게 꾸며진 시장과 맛있는 음식들, 아름다운 몬주익 분수, 도저히 말로는 설명이 안될 것만 같았던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있는 바르셀로나였고, 어느새 마지막 날이 되었다. 



(c)만얼 | (위) 그냥 걷다가 들어갔던 재래시장, (위, 아래 오른쪽) 몬주익 분수, (아래 왼쪽) 사그라다 파밀리아





마지막 날까지 카페를 한 군데밖에 둘러보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다행히 이 카페를 찾았다. 친구들이 숙소에서 쉬고 있을 때 혼자 밖으로 나와서 카페로 향했다. 나오기 전에 친구들과 저녁 식사 시간에 장소를 정해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가볍게 걸어갔다. 



(c)Onna Coffee Facebook | 카페 정면 사진



밝은 색 나무 느낌의 간판 아래로 통유리로 되어 있는 카페 입구로 들어가니, 해맑은 표정의 바리스타가 인사를 건넨다. 먼저 자리를 스캔하고 마음에 드는 구석 자리로 찾아갔다. 보통 카페에 가면 선호하는 자리가 있는데, 카페 전체가 잘 보이고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석자리이다. 그런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다른 손님들은 어떤 메뉴를 많이 먹는지, 어떤 표정으로 커피를 받아가는지, 손님 나이대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관찰하곤 한다. 그리고 바리스타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 각자가 어떤 표정으로 있는지 한 5분 정도만 보면, 카페 분위기가 바로 파악이 된다. 



(c)만얼 | 자리에서 보이는 바 쪽 모습



흰색 벽돌과 나무 상판으로 되어 있는 바에서 주문을 했다. 손님이 서있는 곳보다 바리스타가 서있는 곳이 위로 올라와 있는 일본식 바 형태라서 조금 신기해하며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했다. 곧바로 자리로 와서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벽에 창문이 크게 하나 있다.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오른쪽 벽에 작은 통로가 있는데 그곳에 있는 공간을 볼 수 있는 건가 싶었다. 



(c)만얼 | 창문인 줄 알고 유심히 봤던 커다란 거울



그런데, 아무리 봐도 창문이라기엔 이상하다. 손을 뻗어보니.. 창문이 아니라 커다란 거울이다. 


너무 신기해서 계속 쳐다봤다. 사진을 찍어보고, 일어나서 한 번 더 보고.. 그러다가 커피를 만들고 있는 바리스타와 거울을 통해서 눈이 마주쳤다. 민망함에 서로 웃기만 했다. 이후에 먼저 주문했던 사람들의 커피가 차례로 나온 후, 내 커피가 서빙되었다. 역시나 커피는 만족이었다. 에스프레소가 카푸치노잔 정도 크기의 흰색 잔에 나왔는데, 잔의 남은 공간을 향이 가득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c)만얼 | 주문했던 커피




커피도 와인처럼



이 카페처럼 에스프레소를 작은 잔에 가득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넉넉한 크기의 잔에 여유 공간을 둔 채로 담아주는 곳들이 있다. 마치 와인잔에 와인을 반쯤 채워주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어느 레스토랑을 가봐도 잔에 와인을 가득 채워주는 곳은 없다. 그리고, 와인을 마시기 전에는 꼭 잔을 한두 바퀴 정도 멋스럽게 돌린 다음 향을 맡고 나서 맛을 본다. 


왜 굳이 그렇게 귀찮게 할까? 왜 와인은 소주처럼 잔을 가득 채워, 한 입에 털어 넣지 않을까? 그 이유는 바로 와인이 가지고 있는 향에 있다. 와인 잔은 아래는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 안에 담긴 와인을 한두 바퀴 돌리면 와인에 있는 향이 발산되고, 그 향은 잔 안에 머물게 된다. 위쪽이 좁은 형태이기 때문에 향은 바로 날아가지 않고 조금 더 오랜 시간 동안 잔에 머물 수 있다. 


커피는 어떨까. 커피도 와인과 마찬가지로 꽃, 허브, 향신료, 견과류, 설탕, 초콜릿, 과일 등의 향이 세분화되어, 수십 가지의 향이 존재한다. 그래서 요즘엔 다채로운 향을 가진 커피도 와인처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카페처럼 조금 넉넉한 크기의 잔에 에스프레소를 제공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에스프레소는 반드시 데미타세(에스프레소 잔)에만 마셔야 해!라는 생각을 살짝만 내려놓아 보는 게 어떨까?






(c)만얼 | 새로 주문한 커피 한 잔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만 끝내기는 너무 아쉬워서 필터 커피 한 잔을 더 주문했다.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 시간이 점점 다가왔지만, 꼭 마셔보고 싶은 마음에 그대로 질렀다. 에스프레소를 가져다주었던 바리스타가 이번에도 필터 커피를 가져다주더니, 말을 건넨다. 



"커피는 괜찮나요?"


"네, 너무 맛있네요. 에스프레소가 맛있어서 이렇게 필터 커피도 마셔보고 싶었어요."


"바리스타죠? 어디서 왔어요?"


"예전엔 풀타임으로 일했는데, 요즘은 학생이라 파트타임으로만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왔어요!"


"오, 역시 바리스타일 것 같았어요. 바르셀로나에선 어디 어디 가봤어요? 여행 중이죠?"


"런던, 프랑스, 프라하, 로마를 거쳐서 스페인으로 왔어요. 오늘 밤에 마드리드로 넘어가면 마지막이네요. 다른 도시에도 좋은 카페가 정말 많았어요. 사진 보실래요?"



앞서 다녀온 여행지와 카페들의 사진을 같이 보면서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한 10분 정도 그 자리에서 같이 떠들었던 것 같다.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날씨 때문에 많이 다니지 못한 것에 함께 아쉬워해 주었고, 마드리드에도 좋은 곳이 많을 것이라는 응원을 듣기도 했다. 그리고 그 바리스타는 자기도 가보지 못했던 유럽의 카페들의 정보를 달라고도 했다. 


몇 마디 더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손님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이야기는 끝날 수밖에 없었지만 그의 친절함 덕분에 즐겁기만 했던 시간이었다. 나가는 길에는 내가 받았던 친절함과 행복만큼 팁 박스를 채우고 나왔다.


커피 맛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새롭게 만난 사람과 즐겁게 대화해보고 생각을 공유하며, 손바닥만 한 스마트 폰을 함께 들여다보면서 웃을 수 있었다. 이것 하나 만으로도 이 여행은 가득 찬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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