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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Aug 24. 2020

커피따라 세계일주 - 마드리드, 토마카페

Madrid, TOMA cafe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같은 스페인이지만,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저가항공을 이용했다. 그런데, 비행기가 생각보다 많이 작고 아담한 크기였다. 비행하는 내내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은 흔들림을 느꼈는데 비행기가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한 후에 모든 승객들이 손뼉 치며 환호했다. 아마도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마드리드에서도 역시나 아침 일찍 밖으로 나갔다가 제일 더운 시간에는 숙소로 피신하는 루틴이었다. 해가 질 때쯤엔 다시 나가서 식사를 하고 야경을 구경하기도 했다. 미리 계획해둔 장소만 다니기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카페를 가기 위해서는 내가 고생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가장 더운 시간에 친구들이 숙소에서 쉬는 사이에 혼자서 카페를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c)만얼 | Caffe Bianchi Kiosko



TOMA Cafe를 가기 전에 잠깐 들렀던 곳이 있다. Caffe Bianchi Kiosko라는 작은 카페였다. 따로 검색을 해서 찾아간 건 아니었고, 지나가는 길에 슬쩍 들어가 봤다. 



(c)만얼 | (위)바쪽사진 (아래)여유롭게 늘어져있는 강아지와 커피 한 잔



여기서는 에스프레소 한 잔만 조용히 마시고 나왔다. 그냥 동네 카페에 온 것 같았고 큰 특징은 없었다. 방문했던 카페 중에 가장 작은 크기였고, 전체적으로 흰색 벽돌과 타일로 장식되어 있었다. 곧이어 흰색 잔에 에스프레소가 한 잔 나왔고, 크게 기억나지 않을 정도의 커피였다. 바리스타는 내가 오기 전부터 있던 손님과 이야기하느라 바빠 보여서 커피를 다 마신 후, 바닥에 쉬고 있던 강아지에게 작은 인사를 하고 조용히 나와, 원래 목적지인 TOMA Cafe로 출발했다. 





직전 카페에서 나와서 이름도 없을 것 같은, 물이 마른 지 오래된 것 같은 분수가 있는 광장을 지났다. 그곳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꺾어 들어가다 보니 TOMA가 나왔다. 이곳에선 그냥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기만 했다. 오히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두 개의 출입문 중, 오른쪽 문 바로 앞에 있던 노란 테이블에서 나른한 바람을 맞으며 앉아있었다. 공책을 펴서 글을 적었는데, 비엔나에서 만났던 친구와 연락하며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을 적었을 것이다. 신나게 카톡을 하면서 적었던 글 속에는 두 학생의 빛나는 꿈이 가득했다. 그때 썼던 글은 공책을 잃어버리면서 함께 사라졌지만, 당시에 두근거리던 기분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c)만얼 | TOMA Cafe


European Coffee Trip이라는 사이트에서 이 카페에 대한 정보를 얻고 찾아갔다. 사람들이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카페는 생각보다 평화롭고 조용했다. 정면으로 나있던 두 개의 출입문 중, 왼쪽으로 들어가 바 쪽으로 다가갔다.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니, 르완다와 볼리비아 두 가지 원두가 있다고 한다. 이번에도 르완다 커피를 마셔보기로 했다. 



(c)만얼 | 바 쪽 모습



커피를 주문한 후에 오른쪽 출입문 바로 앞에 있던 노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활짝 열린 문 바로 앞이라, 야외테이블인지 실내 테이블인지 헷갈릴 정도였지만, 안과 밖 모두가 잘 보였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자리였다.


커피를 기다리면서 카페 안을 둘러보던 중에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흰색 벽과 타일 사이에 있는 나무가 왠지 모르게 한옥집을 연상시켰다. 스페인 카페에서 한옥집을 떠올리다니..! 근데 그것보다 더 재미있었던 건, 바 뒤쪽 타일에 각국의 언어로 '화장실'이라고 적어놓은 것이었다. 아쉽게도 한국어는 이미 있었다. 그런데, 왜 굳이 저기에다가 화장실을 적어놨을까 했는데 아마도 화장실 위치 때문인 것 같았다.


보통 화장실은 안쪽 깊은 공간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하지만, 이 카페는 신기하게도 화장실이 바 뒤쪽에 있었다. 때문에 화장실을 가려면 커피를 만들고 있는 바리스타 바로 뒤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했다. 조금은 민망한 눈치를 보면서 화장실을 이용했던 것이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다. 



(c)만얼 | (왼) 각국의 언어로 적혀 있는 화장실 (오) 저 두사람 뒤쪽의 문을 열면 화장실이다.



화장실 외에도 손님 테이블이 있던 흰색 타일 곳곳에 손님들이 그려주고 간 것으로 보이는 그림들이 많았다. 솜씨 좋은 그림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커피가 서빙되었다. 커피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맛있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혈관을 채워주는 듯한 살아있는 과일주스의 느낌이었다. 억울한 것도 없는데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다. 빠르게 한 잔을 비워내고, 볼리비아 커피를 다시 주문했다. 




(c)만얼 | 연속으로 주문해서 즐겼던 르완다, 볼리비아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



두 잔의 맛있는 커피와 함께 나만의 시간을 실컷 가졌다. 글도 쓰고 지나가는 사람 구경도 하면서. 그러다 보니 어느새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가왔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언제나 조금은 아쉬운 것이 나중에 생각해보면 더 귀하지 않은가. 기분 좋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바리스타에게 잔을 가져다주고 잘 먹었다고 인사를 했다. 



"커피가 너무 좋았어요,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관광객인가요?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한국에서 왔어요. 유럽을 한 달 동안 여행했는데, 이제 내일이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요."


"그렇군요, 날씨가 더워서 많이 힘들었죠? 저도 이 정도 더위는 힘드네요.. 이제까지 이런 적이 별로 없었어요"


"왠지.. 뉴스를 보니까 그렇네요. 그래서 많이 쉬었어요. 고마워요! 다음에 스페인에 다시 오면, 이곳엔 꼭 다시 올게요"


"고마워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내일까지 즐거운 시간 보내길 바라요"



이렇게 스페인에서, 그리고 유럽에서의 마지막 카페를 나선다. 






커피따라 세계일주의 유럽 편이 끝났다. 새로운 유럽 편을 가지고 오려면 일단 코로나가 끝나야 할 텐데.. 그래도 미국과 대만의 카페들이 있으니 다행이다. 그곳에서도 유럽만큼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는데, 역시나 잊지 못할 기억들이다. 커피 단 하나로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양하던지!


본격적으로 미국 편으로 넘어가기 전에, 왜 내가 스페셜티 커피를 하는 카페만 찾아다녔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인테리어가 이쁜 카페도 많고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카페도 많고, 디저트가 훌륭한 카페도 많지만 굳이 스페셜티 커피를 찾아다녔던 이유 말이다. 가볍고 짧은 마무리인 동시에 다음 편으로 넘어가기 전의 마중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라 조금은 우울하고 답답한 느낌이 많이 들겠지만, 모두 함께 이 코로나가 얼른 종식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지도 못하고, 마스크 때문에 제대로 얼굴을 보기도 힘든 요즘, 이 글이 조금이라도 숨통을 트이게 해 준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c)만얼 | (위에서 아래로) 마드리드 왕궁 옆 데보드 신전 언덕에서 바라본 마드리드 전경, 데보드 신전, 레티로 공원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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