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만얼 Aug 10. 2020

커피따라 세계일주 - 바르셀로나, Satan's

Barcelona, Satan's Coffee


비엔나를 떠나 유럽여행의 마지막 순서였던 스페인으로 왔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각각 3일 동안 머무르는 일정이었다. 아마도 그 6일 동안은 여행으로 보낸 시간보다 휴식하는 시간이 더 길었을 것이다. 너무나도 화창하고 구름 한 점 없는, 그런 날씨 때문이었다. 낮 최고기온은 섭씨 40도가 넘었고, 그 덕에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도 뜨겁기만 했다. 아침 일찍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지치면 다시 숙소에 와서 휴식한 후에 해가질 때쯤 다시 밖으로 나가곤 했다. 





Satan's Coffee는 바르셀로나에서 방문한 첫 번째 카페였다. 카페 이름을 처음 봤을 때, 스펠링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볼 정도로 놀랐지만, 그 단어 'S A T A N' 이 맞았다. 그리고 얄궂게도 카페 근처에는 큰 규모의 성당이 2곳이나 있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카페의 창립 배경도 이름처럼 특이한데, 바르셀로나의 부적응자와 음악가, 그리고 날라리인 4인이 모여서 만들었다고 한다. 



(c)만얼 | Satan's Coffee 입구





초콜릿 냄새가 환상적인 유명한 프레첼 가게를 지나서 사람들 사이를 헤쳐가다 보니 카페가 보이기 시작했다. 빠르게 문 앞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전체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는 짙은 파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고, 구석구석에 독특한 오브젝트가 많이 있었다. 벽 한쪽으로는 검은색 철망에다 스페인어로 된 메뉴판과 명함 같은 것들이 붙어있었다. 


(c)만얼 | (위)바쪽 정면 (아래)벽면에 붙어있는 메뉴판과 명함 등



누군가의 집에 놀러 가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보인다고들 한다. A의 집은 흰색과 옅은 갈색의 이케아 가구가 있고, 바닥엔 깔끔한 러그가 깔려 있으며, 침구가 반듯하게 정돈되어 있다. 반면, B의 집은 먹다만 배달음식이 바닥에 깔려있고, 벗어놓은 옷가지와 정돈되지 않은 침구들 때문에 소파와 침대의 경계가 모호하기까지 하다. 자, A와 B의 성격은 어떨 것 같은가?


A는 차분한 성격에 조용하지만, B는 활달한 성격에 말이 많은 타입일 것 같지 않은가? 프라하에서 방문했던 카페들이 A 같았다면, 이곳은 B 같은 공간이었다. 본인들이 바르셀로나의 부적응자라고 이야기하며 카페를 창립한 것처럼 그 자유로움이 마음껏 표현되고 있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카페에 자리가 없어서 바 맞은편의 간이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에 바리스타가 손님이 빠진 자리로 안내해주었다. 메뉴를 미리 정해두었기 때문에 자리로 가기 전에 카운터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했다. 앉아서 매장 안을 둘러보니 특이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구조였다. 



(c)만얼 | 자리에서 바로 보이는 바 안쪽 모습


많은 카페가 음료를 제조하는 공간을 잘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다. 손님들에게는 최대한 깔끔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음료를 만들 때 깔끔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스팀을 넣으며 이리저리 튀는 우유와 샷잔을 타고 흘러내리는 커피, 그리고 에스프레소를 만들 때 바닥에 떨어지는 커피 찌꺼기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한창 손님 러시가 지나고 나서 뒤돌아 보면 쓸고 닦는 게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잘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곳은 완전하게 개방되어 있었다. 심지어 바로 옆에 있는 테이블의 손님은 뒤돌아 앉기만 해도 바리스타와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 




오늘의 최고

그렇게 바리스타가 일하는 모든 공간이 오픈되어 있었기 때문에 내 커피가 나올 타이밍을 눈 앞에서 재볼 수 있었다.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를 추출해서 맛을 보고 버리는 것을 두 번쯤 반복하며, 만족하는 표정이 나타나고 나서야 커피가 서빙되었다. 나도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있을 때는, 에스프레소 주문이 들어오면 몇 번씩 추출해서 맛을 보며 테스트를 해본다. 내가 만족하는 커피 흐름과 맛을 확인하고 '지금 이 상태로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 오늘의 최고다'라는 생각이 들면 손님에게 커피를 제공했다. 


아메리카노나 라떼나 모카 등 대부분의 메뉴는 늘 '최고'의 상태의 커피를 제공하기 어렵다. 한 잔 한 잔을 추출할 때마다 버려가면서 테스트를 해볼 수 없을뿐더러 물이나 우유, 시럽 등이 어느 정도 커피 맛을 가려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는 추출을 잘못했을 때에 나타나는 결함이 직접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웬만하면 최고의 상태로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커피 추출을 잘못했을 때 맛에서 결함이 나타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 요인에 대한 결과는 대부분 시간당 추출량의 차이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매번 평균적으로 25초에 30g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했을 때 가장 맛이 좋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25초에 40g이나 50g이 나온다던가 하는 경우는 결함이 있다고 본다. 그때는 원두의 상태를 점검해보고, 커피의 맛도 테스트해본다. 원두가 평소와 비슷한 상태라고 가정했을 때, 맛에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면, 분쇄도를 조절하거나 해서 다시 평소의 상태로 복귀시키려고 한다. 맛에 결함이 생기는 이유는 그 날의 수압이나 물의 성분 차이, 원두 차이 등등이 있을 테지만, 가장 손쉽게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분쇄도이기 때문이다. 


 



(c)만얼 | 몇 번의 테스트 후에 받은 에스프레소




(c)만얼 | 독특한 창문 인테리어



바리스타가 꼼꼼하게 테스트해서 커피를 준 만큼 그 커피는 매력적이었다. 더운 날씨에 커피가 괜찮을지 걱정했던 것과 정반대로, 맛이 선명하고 뚜렷했다. 무더위를 피해서 들어온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까지 금상첨화였다. 이때부터는 굳이 바리스타에게 다른 카페를 물어보려고 하지 않았다. 여행의 막바지였고, 체력이 조금씩 지쳐갔기 때문에, 적당히 알아놓은 곳만 가보자는 이유였다. 그래도 이다음날에 바르셀로나에서 카페 한 곳을 더 가볼 수 있었고, 그곳에서는 바리스타가 먼저 말을 걸어와서 긴 수다를 떨기도 했다. 


유럽에서의 커피여행의 끝이 조금씩 다가온다.

만얼 소속 리을빌딩세입자1F
구독자 482
이전 15화 커피따라 세계일주 - 피렌체, 디타 아르티지아날레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커피따라 세계일주 -유럽편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