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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피는 꽃

by 매너티연


기후 위기 때문인지 봄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그 탓에 벚꽃이 듬성듬성 핀다.

꽃의 개화시기가 마치 사람이 뜨고 질 때 모습 같다.


벚꽃이 일찍 개화하는 나무는 반갑다. 봄이 시작되었다는 총성을 알린다. 개화되지 않은 나무들 사이로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영원하지 않다. 다들 개화할 시기 꽃이 일찍이 진다. 사람들의 관심도 금방 꺼져 버린다.

때맞춰 피는 벚꽃 나무는 여기저기 피어있으니 돋보일 일이 없다. 그러나 조화로움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낀다.

늦게 피는 벚꽃 나무는 유난히 돋보인다. 다들 질 때 한 그루의 나무만 피어있으니 희망적이다.

지는 시기를 보내려는 아쉬운 마음을 잡아준다.


그러나 이 나무 저 나무 빨리 피던 늦게 피던 모두 여름이 되면 초록잎을 꺼내

너나 할 것 없이 하나가 되고 겨울이 되면 잎이며 꽃이며 져서 누구도 찾지 않는다.


당신이 늦게 피는 꽃이라면 조급해하지도 말고 슬퍼하지도 말며

일찍 만개하여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면 모두가 초록잎이 될 때까지 기다려라


당신의 개화시기가 당신을 구분 지을 수 없다.

너나 할 것 없이 누가 더 우월한지 구분 지을 필요도 없다.


우리는 결국 다르게 시작하여 같은 곳에서 진다.


—매너티 연


사진: Unsplash의 TOMOKO 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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