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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pr 29. 2023

인류 멸망 시나리오 2

초단편소설

신은 애초부터 인간들의 소원 따위는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피조물을 창조할 뿐 간섭하지는 않는다'라는 룰은 오래전부터 신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묵계였고 얼마 전 열린 신들의 비엔날레(God-Biennale Show: 2천 년에 한 번씩 열린다)에서도 다시 확인된 바 있다.

그런데 하루는 교회당에 귀여운 소녀 하나가 와서 무릎을 꿇었다. 너무나 착하고 순수한 그 소녀의 모습을 보자 신은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참 귀엽네. 귀여운 김에 소원 하나만 들어주자. 딱 하나만.'

소녀는 고사리 같은 손을 모아 빌었다. "하느님. 세상에 거짓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소녀가 자그마하게 소원을 중얼거리자 옆에서 기도하고 있던 엄마 아빠를 비롯한 세상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소녀도 사라졌고 인류는 멸망했다. 신은 공연히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나, 하고 약간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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