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종례 08화

“어머니. 독립할 준비 하겠습니다.”

by 이소망

오늘 숙제는 퇴근하고 돌아오신 부모님 어깨 주물러드리기입니다. 부모님의 뭉친 어깨를 주물러 드리면서 하루에 있었던 일을 나눠어 봅시다. 여러분의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도 드리고 부모님께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경청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그리고 이야기가 무르익었을 때쯤 본론을 말씀드려 봅시다.


"어머니. 이제 독립할 준비 하겠습니다."


저번 시간에 여러분에게 우리는 시간이 많이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 잘 써야 되는데 저는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시간 중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으면 하는 공부 분야가 있습니다. 그것은 처음에 이야기했던 두 가지 공부. 국영수사과의 학교 공부와 자기 공부 중 두 번째 자신에 대한 공부입니다. 자신에 대해서 무슨 공부를 하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사실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자신을 공부하는 시간은 너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니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잘 알지 못한 채 행동하는 모든 것들은 방향을 잘못 잡고 열심히 뛰기만 하는 마라톤 선수와도 같습니다. 여러분의 본질은 북쪽에 있지만 남쪽을 향해 전력질주 한다면 오히려 여러분 자신이 원하는 것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을 생각보다 잘 모릅니다. 제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반대로 싫어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잘 모릅니다. 여러분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오죽했으면 그 옛날 델포이 신전 입구에 적어놓았겠습니까.


"너 자신을 알라"


여러분이 가진 시간의 많은 부분들을 여러분 자신을 배우는 시간으로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 자신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느냐. 그리고 자신에 대해 안다는 것은 무엇이냐. 철학적인 질문이 되겠네요. 차근차근 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학교에서 사춘기라는 말 들어보았죠? 중2병이란 말은 요즘은 잘 안 쓰긴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저는 중2병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병이라니. 중학교 2학년이 되면 걸리는 병. 그 중2병에 대한 이미지는 다 알다시피 자기 마음대로 하고 까칠하고 신경질을 부리고 나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중2병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성장하면 꼭 경험해야 하는 필수적인 시간입니다.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저는 학생들에게 항상 이야기합니다. 빨리 중2병에 걸려야 한다. 안 걸린 사람들은 빨리 중2병을 경험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반문합니다. '샘. 그럼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반항하고 자기 마음대로 살고 감정을 표출하라는 이야기인가요? 오예.‘라고 할 수 있겠지만 중2병에 걸릴 때 중요한 것은 제일 처음에 말했던 인간의 범주 내에서 중2병에 걸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지키면서 그 감정을 표출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2병이 아니라 짐승이 되는 거니까 말이죠. 저는 중2병.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 등 다양하게 표현되는 이 시기를 '나'라고 하는 존재의 등장이라고 정의합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초등학교 때까지 '나'라고 하는 존재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때까지 자신의 모든 세계에는 자신보다 부모님이 더 크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밥 먹자. 그러면 밥 먹고. 놀러 가자고 하면 놀러 가고. 공부하자고 하면 공부하고. 어릴 때는 부모님이 곧 자신의 세계입니다. 부모님에게 나의 모든 것이 맞춰져 있고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십니다. 하나부터 열을 다 챙겨주시고 또 챙김을 받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으로 충만한 것이 어린아이입니다. 부모님이 없으면 어린아이는 살아갈 수가 없죠. 그러다가 드디어 청소년이 되면 우리 머릿속에는 '나'라고 하는 존재가 태어납니다. 드디어 사춘기가 오고 질풍노도의 시기, 중2병에 걸리게 됩니다. 머릿속에 내가 등장했기 때문에 조금씩 자신의 의견을 내기 시작합니다. 부모님이 밥 먹자고 하면 '내 생각에는.... 지금 안 먹고 이 게임 끝나고 먹어도 될 거 같은데...' 어디 놀러 가자고 하면 '내 생각에는..... 오늘은 어디 안 가고 공부하면 좋겠는데...' 공부하자고 하면 '내 생각에는..... 공부는 지금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이렇게 부모님에 대항하는 자신의 생각이 태어나는 겁니다. 사실 이것은 너무 올바른 과정이고 여러분 인생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절차입니다. 이것이 없다면 우리는 나 자신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부모님께서 생각하시는 대로 생각하고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하게 됩니다. 아마 여러분이 사춘기를 맞아 여러분의 생각을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부모님은 충격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철수야 밥 먹자.” “지금 안 먹을래요.” ’헉. 얘가 내 말을 안 듣다니.... 어릴 때는 엄마말 잘 듣는 착한 어린아이였는데 갑자기 말을 안 듣기 시작한다. 친구들 때문이다. 게임 때문이다.‘ 하실 겁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씀드려야 합니다. “부모님. 지금 저의 의견은 저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부모님 말씀을 거역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나'라는 존재를 깨우는 중입니다. 제가 독립된 자아로 성장할 수 있게 의견을 존중해 주시고 도와주세요.” 이렇게 말이죠. 그럼 부모님께서 “안돼! 너는 부모님의 꼭두각시야! 내가 하라는 대로 해!”라고 하실 분은 없으실 겁니다.(만약에 있다면 저에게 연락을 주세요. 부모님 상담이 필요합니다.) 이게 여러분이 자신을 공부하기 위해 제일 처음 가져야 되는 순간입니다. ’나‘라는 존재를 깨우십시오. 드디어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나온 겁니다.

자 그럼 이제 나한테 말을 걸어봅시다. 말을 거는 것은 너무 쉽습니다. 다른 사람에 말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말을 하면 됩니다. ㅇㅇㅇ야. 뭐 하니? 무슨 생각하니? 그러면 여러분의 질문에 스스로가 답할 겁니다. 여기서 제대로 된 답변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과 장소입니다. 아무도 내가 나를 만날 시간을 방해하지 않고 영향을 주지 않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합니다. 계속 시간의 중요성을 제가 말하고 있죠? 그만큼 시간을 잘 써야 합니다.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을 만나려고 할 때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있습니다. 그것은 핸드폰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무엇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이 핸드폰이 정작 여러분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 너무 쉬웠고 당연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말을 걸 시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하는 멍 때리는 시간이라고나 할까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할 게 없는 겁니다. 티브이도 컴퓨터도 핸드폰도 없습니다. 그러면 사람은 무언가를 하게 됩니다. 책을 보던가 사색을 하던가 놀거리를 스스로 만들던가 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너는 누구냐? 넌 왜 사냐? 너의 존재 목적은 뭐냐? 너는 뭐를 좋아하냐? 한 개인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고 답을 내놓는 과정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알아갑니다. 하지만 지금의 여러분은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멍 때리거나 사색에 잠길 시간이 없습니다. 여러분의 정신을 고스란히 핸드폰이 빼앗고 있죠.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과 장소를 내주어야 하는데 핸드폰은 그 짧은 시간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재밌는 온갖 이야기들을 여러분 앞에 보여준단 말이죠. 마치 그 안에 있는 것들이 여러분 자신인 것 마냥. 그러다 보면 여러분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없어서 '나'를 만들 시간이 없습니다.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나를 만나는 시기는 여러분의 인생에서 반드시 찾아올 겁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이가 30, 40이 되어서도 나를 만나지 못했다. 나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면 너무 늦게 나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인생을 계획하는 데 있어서 너무 늦을 수도 있어. 그렇기 때문에 일단 여러분에 대한 공부 필요합니다. 그 첫 번째가 여러분 자신을 만나는 겁니다. 이해가 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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