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사는 건 뭘까?
인생은 ‘개처럼 살아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나서였다. 니체의 ‘영원 회귀’라는 개념을 주인공의 강아지 ‘카레린’을 통해 보여주는 이 작품은, 내게 단순함과 행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영원 회귀란 지금 이 순간이 똑같이 반복되는 삶, 무한히 이어지는 생(生)을 뜻한다. 인생의 허무를 극복하기 위한 철학적 사상으로, 현재의 행복을 강조한다. 카레린은 매일 아침 잠에서 깰 때마다 새롭게 주어진 삶의 기쁨에 흠뻑 젖는다. 주인에게 달려가 뱅뱅 돌며 짖고, 안아달라며 환희를 표현한다. 그런 카레린을 보며 생각했다. "극단적인 긍정주의와 영원 회귀의 사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존재는 어쩌면 ‘개’가 아닐까?"
사실, 영원 회귀가 정말로 작동하는지는 죽어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을 단순하게 보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야 유한한 인생 속에서도 허무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막상 삶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하게 산다는 결심은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낳고, 생각은 복잡하게 만든다.
단순하게 살겠다고 결심한 이후, 나는 우선 집 정리를 시작했다. 단순하게 살려면 짐부터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이소로 가서 정리함과 청소도구를 사고, 하루 종일 물건을 분류하며 정리함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결국 몸살이 찾아왔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방 안의 물건부터 생활 습관,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하나씩 정리하려고 했다. 단순한 삶을 위한 시작이었지만, 어느새 내 일상은 통제된 일상이 되어 있었다. 아직 단순하게 사는게 사는게 익숙해지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문제는 이 통제된 일상이 행복하지 않고 짐처럼 느껴진 것이다. 내게 다시 물어야 했다 내게 단순한 삶은 무엇이고, 왜 그렇게 살고 싶은지 말이다.
단순히 ‘행복’해지려고 라는 추상적인 이유보다 구체적으로 명료한 답이 필요했다.
“나에게 단순한 삶이란 대체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모두가 다를 것이다. 나에게 단순한 삶이란 평온한 삶이다. 평온한 삶은 내게 안정감을 준다.
여기까지 정리가 되자 다시 내게 물었다.
”그 평온함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니,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몰입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나에게 행복은 몰입이구나. 이것이 내가 단순하게 살고 싶었던 이유구나.”
이 순간 머릿속이 맑아졌고,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막연히 ‘행복해지고 싶다’는 추상적 이유에서 벗어나, 나만의 구체적인 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몰입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단순한 삶의 첫 단계라는 걸 깨달았다. 청소와 정리를 시작점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기로 했다. 언제 몰입이 잘되는지, 어떤 것에 몰입하고 싶은지, 이를 위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질문하며 답을 찾아갔다. 그 과정은 더 이상 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강아지 카레린이 매일 아침 새로운 삶의 기쁨을 만끽하듯, 나 역시 내 삶을 진정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아직도 단순해지려 할수록 복잡해지는 일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복잡해진다는 건 내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나만의 단순함을 찾아가는 중이다.
단순하게,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해야 한다는 막연한 과제에서 자유로워진 기분이다.
당신에게 단순한 삶이란 무엇인가
그 단순함 속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