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태 Apr 23. 2020

17년간 삼성을 다니며 배운 3가지 진리

| 일(Work)이 가르쳐준 삶의 지혜




난 2003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해 올해로 17년째 근무 중이다. 


공채 신입사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전자에서 분사되어 디스플레이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17년간 수많은 임직원들과 함께 일을 했고, 협력사 임직원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제조업이다 보니 때로는 거칠고 체력이 요구되는 일을 했고, 때로는 사무실에서 분석 취합 정리하는 일을 했다. 말단 사원에서부터 중간관리자로 오기까지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삼성이라는 곳에서 참 많은 문제를 만들고 해결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할 시간 동안 회사도 나도 많이 변했다. 그 변화의 파도 속에서 나는 변화를 잊은 채 떠밀려 가기도 했고, 변화를 정면으로 부딪혀 통과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깨지고 부서지고 헤졌다.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만큼 회사로부터 돈을 받았고 그 돈으로 가족을 먹였다.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여행을 하고, 소소한 행복을 누렸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삼성에서의 회사생활이 이제는 끝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온 길이 과연 제대로 온 길인가? 그리고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은 보이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지난 회사생활을 정리하면서 책 두 권을 썼다. 물론 이 책은 회사생활뿐만 아니라 40 평생의 내 삶을 녹여 만들어낸 문장이었다. 인생이라는 것이 뚝하고 끊어서 이 부분이 어땠다고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유년기부터 학창 시절 - 대학생을 거쳐 직장을 갖고 독립을 하고 가정을 꾸린 현재까지 쭉 이어진 하나의 선에서 각각의 사건들이 생기고 해결해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각각의 건들은 내게 생채기를 남기기도 했고, 기쁨과 환희를 남기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내가 가장 오래 머물게 된 직장은 내가 가장 많은 인생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인재의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삼성이라는 대기업에서 나는 소위 명문대를 나온 인텔리부터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오퍼레이터까지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두루 만나 관계를 형성하며 내 인생의 스펙트럼을 넓혀갔고, 그 시간 속에서 오롯한 나만의 색을 찾아가고 있다. 이 세월 동안 삼성에서 내가 배운 3가지가 있다. 그것을 이 페이지를 빌려 써보려고 한다.






1. 그저 그런 사람은 없다


모두 다 저마다의 색이 있고 각자의 색으로 빛이 난다. 빛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삼성 이곳은 학벌이 많은 것을 지배하는 곳이다. 다시 말해 대학 졸업장에 찍힌 학교 이름이 중요한 곳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명문대를 나온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 어찌 보면 학벌이 충분조건 일수는 있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다.

임원으로 승진하고 경영진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은 아마 90% 이상이 여러분들이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유명한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다. 또한 학사를 넘어 석사와 박사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곳이다 보니 학벌에 주눅 들 것 같지만 실제 업무에선 그분들의 학벌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본질은 실력이다. 실력이 중요하며 학벌 좋은 사람이 확률적으로 실력이 좋을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친구 똑똑하던데... 알고 봤더니?? 대 출신이더라.” 경우가 많다. “?? 대라서 똑똑한가 보다.”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 대 출신이라는데 왜 저래?”의 경우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겉보기 등급과 달리 실제 함께 일을 해보면 한 명 한 명 모두 포텐셜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저 그런 사람은 절대 없다.

첫인상은 별로일지라도 각자의 일에 대한 명확한 목표와 이유만 깨치면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생각과 방법으로 해결법을 찾아낸다.


처음 신입사원 교육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작은 조직을 구성해 몇 사람을 모아두면 스스로 자신의 포지션과 일을 분담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는 모습에 놀라곤 한다. 이런 놀라운 팀워크는 다시없겠다 싶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마치 1학년 말 우리 반 친구들의 조합이 최고라서 2학년이 되기 싫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2학년이 되면 또 2학년 반 친구들이 최고가 되었던 것처럼,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고 각자가 빛나는 곳이었다. 나는 그 속에서 내 색이 틔지 않고 희미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너무 선명한 색을 가진 사람들보다 조금은 흐려 보이는 사람들이 조직의 협업에서 더욱 빛났다. 몰랐는데 헝겊으로 닦아보니 보석이더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일을 통해서 얻은 가장 큰 것은 아마도 “사람의 힘” 아닐까 한다.





2. 함께하는 것의 엄청난 힘


첫 번째 언급했던 “사람의 힘”과 연계된 것인데, 이번에는 팀워크에 대한 이야기다.


팀워크(Team Work)에 의한 퍼포먼스를 경험해 본 리더는 지속적으로 조직원들에게 팀워크를 요구한다.


처음 입사했던 시절에 삼성은 스타 CEO들의 무대였다. 진대제, 황창규, 권오현, 김기태, 윤종용,... 이름만 들어도 20~21세기 한국 산업계 위인전에 나올만한 사람들이 죄다 회사의 수장들이었다. 그때 이건희 회장의 경영방침이 바로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천재 경영”이었다. 걸출한 인물들이 기술을 리드하고 조직원들은 그들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빠르게 성과를 내는 조직. 선구자들의 통찰력과 결단에 의해 회사의 운영이 좌지우지되던 시기였다. 그들은 똑똑했고, 기술을 선도했고, 회사는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었다. 그들은 매년 수십~수백억의 연봉을 받았지만 회사에 벌어주는 돈에 비하면 과한 것이 아니었다.


시장이 다변화되고, 중국이 급성장하고, 스마트폰이 IT기업의 캐시카우가 되면서 천재 경영이라는 화두는 점차 퇴색되어갔다. 서로 함께 성장하는 교학상장이라는 사자성어가 회사의 경영방침에 자주 등장했고, 리더의 권한이 여전히 막강하긴 했지만 조력자들이 많이 부각되었다. 그러면서 큰 성과는 유연하고 단단한 조직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즈음에 포탈에 많이 등장하던 단어가 블루오션집단지성이었다.


그 시기를 거치며 말단사원의 시기를 벗어나 점점 중간 레벨이 관리자로 성장해갔다. 예전에는 혼자의 성과로 상위고과를 받을 수 있었지만, 조직의 중간자인 위치에서는 나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후배들이 물같이 움직일 수 있게 둑을 터주는 사람이 되어야 했고, 내 리더가 대외에서 빛이 나도록 아래에서 열심히 받쳐야 했다. 실질적인 운영/유지 업무는 후배들에게 맡기고 나는 자료를 취합하고 정리하여 조직이 빛날 수 있는 일을 해나갔다. 그때 내가 깨우친 사실이 바로 혼자서 10시간 할 일을 둘이 6시간씩 나눠하는 게 낫고(효율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둘이 6시간 할 일을 5명이 2.5시간 정도 분배해서 하는 것이 향후 조직원들의 성장을 위해 역량을 배분하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함께 일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배웠다. 같이 한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길은 흥겨웠고 걷는 걸음걸음에 힘이 실렸다. 앞으로 내가 삼성을 떠나더라도 작은 회사를 구성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고, 그들과 함께 할 미래를 상상하면서 마냥 즐거워했다.


이것이 내가 삼성에서 배운 두 번째 팀워크의 힘과 즐거움이다.





3.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마지막으로 삼성에서 배운 가장 고마운 진리는 바로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해오면서 때로는 내가 주도하고, 때로는 내가 참여하여 성과를 내기도 했고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일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때로는 무임승차를 해보기도 하고, 때론 독박을 써가며 혼자 끙끙 앓기도 했다. 매 순간이 힘겹지는 않았지만 버거울 때가 8할은 된다.


특이한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짐이 무거울수록 우리는 성장했다는 것이다. 100%를 만족하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다 보면 어느 날 70% 정도 달성을 하는 순간이 온다. 회사는 30%를 어서 하라고 하지 않고 150%를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요구했다. 70%를 개선했는데 80%의 과제를 더 주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미쳤다, 과하다, 불가능하다 손사래치곤 했지만 결국 밀어붙여 안을 만들고 실행을 하다 보면 결과는 100%를 넘어 120% 정도를 해낸다.


사람들의 고혈을 짜내어 만들어낸 성과다. 그러면 짜인 고혈 때문에 그들은 가루가 되어 부서졌는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과정의 치열함과 혹독함을 통해 단련되었고,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들려는 노력 덕분에 기존의 틀을 부수어내는 혁신을 생각해내곤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단련되어 단단해졌다. 그리고 결과의 열매를 통해 성장과 함께 두둑한 성과급도 챙기게 되었다. 예전에는 회사에서의 자아실현은 귀엣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지금 나는 회사에서 배운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꿈꾼다.


지금 내가 글을 쓰는 것도,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요약정리하는 것도,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도 모두 회사일을 통해 배웠다. 내가 한 것은 그 일을 그냥 남의 일처럼 흘려보내지 않았고, 그것을 통해 내 삶의 발전을 생각했다는 것뿐이다. 이 생각의 차이가 일을 집중하게 만들었고, 내 삶의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에도 이 방법으로 접근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들었다.


책을 쓰게  것도 마찬가지다.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기술 서칭을 하듯 관련 도서와 교육을 서칭 했고 그것을 정리해 하나씩 파고들었다. 관심이 가는 부분들을 스크랩했고 그중 필요한 것들을 취사선택 한 뒤 좀 더 깊숙이 빠져들었다. 계획을 세우고 뼈대를 잡고 글을 쓰고 고치는 과정은 회사 보고서를 만드는 방식과 유사하게 리뷰-수정-리뷰의 반복 과정을 거쳤다. 점 하나 찍는 것, 띄어쓰기하는 것까지도 고민하려고 노력했다. 나 스스로 뼈와 살을 갈아 넣어 그렇게 책을 썼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일처리 방식이 나를 그렇게 하게 했다.


두 권의 책을 만들어내면서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세상에 출간된 책 중에 그냥 저절로 나온 책은 없다. 저자가 있는 책은 모두 저자가 혼신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정체다. 아마도 나보다 몇 십배 몇 백배의 노력을 들인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스테디셀러로 세상에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말 세상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지금 당신은 어떠한가? 자신의 일에 만족감을 얻고 있는가? 일을 통해 자아실현이 가능하다고 믿는가?


믿고 있다면 그대로 쭉 걸어가라. 믿지 못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일을 통해 정말로 당신이 얻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돈, 사람, 만족감, 자신감, 자존감, 성공, 권력,...


당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배울  있다. 단지 당신이 배울 것이 없다는 편견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 편견의 색안경을 걷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시작이 바로 오늘이기를 응원한다.


#자기계발 #자아실현 #샐러리맨 #직장생활 #글쓰기 #삼성맨


(이 글을 영상으로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를 클릭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_mAvRIcm7Xk&t=1s


이전 13화 회사를 다니고 있었지만 책을 써야만 했던 절실한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