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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마닐 Nov 19. 2020

많이 싸우지는 않아?

Part2. 어떻게 단 한 번도 안 싸울 수가 있어 _ intro

인트로 : 몇 가지 오해




둘이 맨날 같이 놀고 재밌겠다!


 친구와 함께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질문들을 하기 마련이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역시, 둘이 같이 놀아서 재밌겠다!라는 말이다. 그럴 때면 우리 둘은 굉장히 애매한 미소를 짓고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해준다. 첫 3년은 각자 심신의 여유도 없고 연애에 몰두했다. 오죽하면 한 해에 함께 외식한 날이 열 번을 채우지 못할 정도였다. 간격을 유지한 채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 지금 사이가 좋은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같이 산 지 7년 차가 되어서야 함께 놀기 시작했다. 이성애를 버리고 비혼을 선언하고 나서였다. 지금은 네이버 캘린더까지 만들어서 주말 일정을 공유한다. 둘이 차를 타고 교외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친구들을 더 모집해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집에 틀어박혀서 음악을 틀고 요리를 해 먹고 집안 대청소를 하기도 한다. 연애보다 훨씬 재밌고,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이다.






많이 싸우지는 않아?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많이 싸우지 않아?”


 다들 룸메끼리 살면서 싸우는 경우를 많이 보고 들었던 것일까? 사실 우리에게는 이상한 질문 중 하나다. 드라마며 온라인 게시판이며 실제 상황에서도 부부가 싸우는 것에 대한 말은 많지만, 그 누구도 신혼부부에게 많이 싸우냐는 걱정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참 좋을 때'라는 말로 불만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만 있을 뿐이다. 이렇게 기존 가부장제 틀 안에서의 관계는 끊임없이 좋은 것, 꼭 해야 하는 것으로만 비춰지고, 고통스러운 면은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일'로 축소된다.


 신혼부부에게 "둘이 사는 것 힘들 텐데, 많이 싸우지 않아?"라는 질문을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참 생소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룸메 사이에 대해서는 그 질문이 실례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여자들이라면 으레 살면서 치고받고 싸우고 참 안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느 것이든 정상가족 프레임을 벗어나면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깔려 있는 상황이다.


 아무튼 놀랍게도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처음 같이 살 때부터 지금까지 언성을 높이거나 토라지거나 하는 상황이 생긴 적이 없다. 첫 일 년 동안은 이 친구가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서 터뜨릴까 봐 불안했었다. 이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니 룸메도 같은 불안이 있더라는 말을 했다. 서로 오해가 풀리고 크게 한번 웃고 그 이후로는 걱정한 적이 없다. 우리 둘이 하늘에서 내려준 인연이라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 방식 덕분이다. 이 파트에서는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은 비결을 공개하려고 한다.






생각했던 룸메의 이미지가 아니야!


 같이 산 지 10년째, 이제 서로의 친구를 소개해주는 사이가 되었다. 첫 만남에서 꼭 듣는 얘기가 있다. 생각했던 룸메의 이미지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같이 살고 사이가 좋다고 하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룸메와 나는 키도, 체격도, 시시콜콜한 식성도, 성격도, 사고방식도, 심지어 가족 환경조차 다르다. 친구들은 우리가 이렇게나 다른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늘 신기하게 여긴다.


 그래서 우리 집에 온 친구들은 뜻밖에도 둘이 꽤나 조화롭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친구인 김지연 작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우리는 퍼즐 같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각자 튀어나오고 들어간 곳이 다르게 생긴 퍼즐 두 조각 같아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멋진 말이었다. 우리 둘은 색깔이 다른데 애매하게 섞이지 않고 각자 선명한 사람들이다. 성인은 독립된 존재라 아무리 닮았어도 하나로 합쳐질 순 없어서, 자기 존재가 선명하고 그걸 서로 존중하면서 지내면 오래 잘 지낸다. 똑같은 사람 둘이 똑같이 산다기보다는 각자 영역이 확실해서 오히려 둘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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