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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Dec 27. 2023


찻잔이 여행을 떠난 이유

- 청백원 찻잔,  보이차 찻잔-



정성껏 준비한 장작 가마 찻잔은 자주 깨졌다.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장작가마에서 구워낸 찻잔을 찻집에서  내놓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나만 깨질까봐 조마조마했지..손님들은 동행한 아기가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아도 무심했다.

또 마루와 돌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동선이 복잡한  한옥에서 차도구를 세팅해서 나르는  직원들도 자주 찻잔을 깼다. 설거지 하다가 조금만 세게  부딪혀도 금이 갔다. 하도 굴러서 멍이 들었는 데 눈에 안 보이니 그냥 뜨거운 물로 삶다가 깨지는 찻잔.




 깨지면 버리고 다시 주문해서 채웠다.  버는 돈보다 깨진 찻잔 교체하는 데 돈이 더 많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스트레스였다. 그러다 어느 날 직원과 손님이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아이가 찻잔을 깼는데 찻잔 값을 변상하라느니 변상 못하겠다느니 

다투고 있었다 .직원은 아이가 찻잔 못 만지게 조심해 주시라고 주의를 주었는데도 

깨면 변상하면 될 것 아니냐고 ,못 들은 척  가지고 놀게 한 손님이니 꼭 받아야 한다고

  손님은 첨부터 말투가 가르치려 했다면서  불친절 ,,, 하면서  못 내겠다고 실랑이를 했다


찻잔 값을 받아야 하나  안 받아야 하나? 


 비로소 현타가 왔다. 손님들은 찻잔의 꿈과 철학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구나.

향림서원 같은 고고한 풍경, 스님들의 선방 로망은 어디까지 내 개인자뻑 취향이고 

손님들에게는 그냥 돈에 맞는 서비스를 받고 차 한 잔 마실 공간을 원할 뿐이구나

 이 공간은 여유있는 남편 만난 부인의 취미공간이 아니다.인생 이막은 최소한의 내 생활비와 유지비는

벌어야 성공인 것이다. 오래 가기 위해서는 매출과 객단가를 따지는 자영업자로서의  태도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했다

찻잔이 깨져도 부담이 덜한 가격이 조금  저렴한 찻잔을 찾기 시작했다

발품 팔고 뒤져서 대구 청백원에서 대만산 흰색 찻잔을 찾았다 . 깨져도 조금 마음이 편하고 돈은 절약되었으나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찻잔은 볼 때 마다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것 뿐이 아니었다. 점점 유명해지면서  오시는  손님들이  늘어나자 또 문제가 생겼다.

영업공간은 가운데 대청이 있다. 그리고  대청 좌우에는  대나무 옆에 있다 해서 대나무 방, 감나무 옆에 있다 해서 감나무 방이라 불리는 빙 2개가 있다. 

그리고 아래채에  문간채와 행랑채를 옮겨 합한  큰 방과, 제일 작아서 연인들에게 주로 소개되는 작은방. 방 5개가 전부이다. 날씨가 좋으면 야외자리가 있어 커버할 수 있지만 ...  더울 때 추울 때는 야외는 불가였다  ,덩치는 크지만 사방이 넓은 마루로 되어 정작 쓸 공간은 좁은게 한옥이라  영업하기에는 비효율적이었다. 그래서 주말 휴일에는

손님은 손님대로 안고 싶은 자리에 앉지 못해 불만이었고 주인은 주인대로 공평한  자리 배정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더.더 힘든 것은 우리나라 차만 제대로 하는 찻집이 내 컨셉인데 그래서   

녹차, 황차. 찻잔만을  메뉴에 넣었다. 그러나

먼 길까지 온 손님들이 개운한 커피나  달달한 쌍화차, 오묘한 무이암차.... 다양한 차가

없다고 그냥  나가는 경우가 많아   손님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또 매출을 생각하면 손님 놓치는 것도

아까웠다

찻집이 점점 알려지자 말로만 듣던  유명한 찻잔들이 찾아  오기 시작했다. 

마치 무협영화의 검객들이 자기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천하를 떠돌며 차근차근  싸움을 하여

서열을 메기듯이  ...

그 중 유명한 차회 대표되시는 분에게 얻어마신  찻잔, 그 차 한잔은 잊을 수가 없다 .

큼지막한 명품 자사호 다관과 청대 찻잔들 ,,이 찻잔들이 진짜 청나라 때 오리지널..이라는데 

놀랍고 그 동그란 유리 숙우에 담긴 포도주빛 보이차 빛깔..지금 생각해  보니  노반장 5XXX쯤 쯤 되지

않았을까. 나 기죽일려는 과시용이라 생각했다. 과시용이든 어쨌든 이 찻잔과 차들덕분에 

내 찻잔이 얼마나 좁고 얕은지  공간에는 공간에 맞는 찻잔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찻잔여행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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