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a웨이 Jan 03. 2024

찻잔  검객을 만났다                 

-숙우회 찻잔-

내 뒷 목 가장 그늘진 곳에  냉혈 뱀 한마리  스윽 지나가면

지나가는 자리마다 서릿발 서고

소리도 먹어 버린 칼날이  날아온다.


몸을 낮추어 칼날은 피하고  몸을 돌려 찻잔은 집어 던지고

텅 빈 벽에 찻잔이 부딪힌다.

평균대 오르락내리락 한 체조선수 내공 4년이

 짧은 몇 분 단 한 번의 시연으로  판정 되어 실수 한 번에 얄짤없이

탈락하는 올림픽선수처럼

허망하다.


사부님의 찻잔은 날아가는 것은 봤는데 자세히 보려니  없고

 벽에 부딪히는 소리는 들었는데  흔적은 없다 분명 내 뒤에서 한 발 한 발

거리를 좁혀오던  자객들이 역시 뒤돌아 보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몇 명? 무기가 진짜 칼인가? 완전히 철수인가?

 동료 자객들을 부르러 갔을까?

내가 헛 것을 봤나? 온몸이 오소소 해지면서 파란 소름이 돋는다.


와락  두렵다. 그들이 강해서가 아니라 그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서.

두려움은 상대를 모르는 데서 온다


내 몸, 목숨을 노린 건지

내 맘, 희망의 싹을 자르러  온 건지.


예전에 넷플릭스에서 한참 열심히 보았던 "사부, 영춘권 마스터" 영화 흉내 내서

잠시 찻잔이 날고 깨지는 찻잔무협을 상상해  본다.

 무술영화 덕후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영화. 과장 없이 힘 빼고 쿨한 영화라는


사람은 자기 앞에 갑자기 낯설고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두려움을 느낀다.  일단 상대방을 인천공항  출국검사

장 소지품 스캔하듯이 잽싸게 훑은 뒤에 자신이 만든

자신만의 틀을 적용한다. 갑이 되어 상대방을 제압하여

종으로 부릴 것인지

을이 되어 상대방의 수족 같은 종이 될 것인지

자신의 태도와 자리를  정한다

그런 후에 안심하고 마음을 연다

 그러다  스캔이 불가능한 특별한 사람들도 간혹 나타나는데

상대방이 침묵까지 하면 그게 가장 두렵다.


나이, 직업, 자산, 사는 곳의 주소, 입은 옷 , 안경

, 머리 스타일, 가족의 하는 일, 나온 학교 ,

모두 스캔해도 여기에 전혀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싸워야 할 적을 모를 때는

우선 나 자신이라도 잘 알아야 한다.

혼자 자신 안으로 들어가 자신을 단련하는 것.



이 영화 주인공 영춘권 사부는 15세부터

 날마다. 오백 번씩 칼 연습을 한다

 그렇게 내공을 키웠으나 그의 인생은 실패로

끝난다. 자기의 진짜 적이 누군지 정확히 몰랐으므로


내공 (內攻)...


청나라 찻잔에 보이차 한잔 들고  나와 검법 한 수 겨루자는  찻잔을 쫒아서 나선 참이었다 



대학 졸업 후 해볼 만한 일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차 茶를 좋아했다. 다방을 해야겠다 싶어 부산 시내에 소화방 素花房이라는 다방을 차렸다. 다방은 물장사에 속한다. 물장사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그때가 80년대 초반이었다. 범인이 쉽게 갈 수 없는 길로 접어든 것이라고나 할까. 하루에 수백 개의 찻잔을 수건으로 닦는 일이 주된 일과였다. 그 찻잔들을 닦으면서 내면을 응시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점차 차에 몰두하게 되었고, 다법 茶法의 세계로 나아갔다.

- 조용헌 선생님의 백가기행에서-


밥그릇이 몸의 욕망이 흘러간 유적지라면

 찻잔은  마음들이 흘러간  유적지이다.


젊은 시절은 평생 동반해야할 자기의 몸을 먹여살리기 위한

밥그릇에 관해 큰 고민을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 만으로는 살 수 없으니까...

대부분 보통 일이라고 하는 직업적인 일로 찻잔 든

남자는 전무한 시절 이 었을텐데  찻잔을 들었다는 것은 용기

와 함께 외로운 길이었을 것이다


세상의 찻잔에는 어떤 마음이든  마음이 담겨있다 .

과시의 마음, 아부의 마음, 주인의 마음,손님의 마음,

연인들의 애정, 외로움,이별,기쁨,축하,위로.....

그래서 찻잔을   들여다 보면 세상이 보이고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서 구석에서 찻잔 닦는 것이

세상 어딘가를 정화시킨다는 것도 깨달았으리라.

닦았던 찻잔들을 찬찬히 지켜보고


찻잔의 형태는 한 가지가 아니고

천변만화 가지가지입니다

맛이 또 각각이고요

거친 것, 냉정한 것, 바보스러운 것, 샤프한 것...

매력없는 것 하나도 없습니다



사진의 사발들은 손에 쥐면

즉각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에 휩싸입니다

평생을 날을 세우고 살아야 했던

사무라이들이 조선사발에 환장했던

이유가 있지요-


찻잔의 내공이 쌓이지 않은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표현을 했으리라.


홍차 찻잔을 들고 도를 깨친 마르셀프루스트가

영국에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이런 찻잔 내공자가

계시다.


 80년대 초, 저 시대는 맨 정신으로 살기에는

참 힘든 시대였다. 특히 자기 목소리대로 조용히

사는 사람들에게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부담감을 주던 시대




차는 명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사부님의   찻잔은


차 한잔의 여유, 취미를 즐기는 풍류객도 ,

차의 성분, 영양, 실리를 따지는 학자, 상인도,

차의 감성을 즐기는 예술인도,

차를 감별하는 차감 평사도 자신의 길이 아니었다


명상을 통한 깨달음(禪)이었다


올드하지 않고 아름다운 의복 , 내 로망인 스님들의 선방

같은 공간 , 소름 끼칠 정도로 간결하고 품격 있는 찻자리

에 끌려 보이지 않는 그러나 있는 궁극의 내 찻잔

 찾아서 ..하나씩 문 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내가 바라는 건

다법을 각 자의 깜냥대로 해석.

다법을 각자의 시선으로 봐주는 것

 사부님의 마지막  멘트이다


이 길은 하나의 길이 아니다.

아무도 가르쳐 줄 수 없고

각자  자기 혓바닥을  직접 찻잔에

넣어봐야 알 수 있는 길이다


내 첫번 째 찻잔 여행지는 부산 해운대 숙우회 였다


찻잔 내공은 찻잔 10000개 이상의 찻잔설거지로 부터 시작되는 거라는 것을 배운 곳


*****내공 (內攻)***

훈련과 경험을 통해 안으로 쌓인 실력과 그 기운

본디중국권법의 용어로, 내가(內家)의 공부(功夫)를 줄인 말이다. 호흡을 통해 힘을 내는 기술을 의미하며, 스포츠 과학에서 호흡으로 근력을 높히는 방법과 동일하다.



이전 07화 찻잔이 여행을 떠난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