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은 찻잔을 부른다.해운대에서 시작된 찻잔 여행은 지리산 호중거로 이어졌다. 본디 호중거는 프라이빗하게 티코스를 즐길 수 있는 지리산 하동 찻집이다 .그러나 찻집 손님 만으로는 너무나 아쉬워 몇몇의 지인들과 아예 차 공부를 하기로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지리산 중턱 높은 곳에 있는 호중거 공간를 들락거렸다. 사계절 을 다 겪으며 일년을 보낸 셈 인데 도시에서나 있을 법한 교통체증으로 차들이 밀려오기 전에 일찍 길을 나서야 했던 날도 있었다. 봄 날 벚꽂이 만개한 계절이야기다.이 시골에 벚꽃구경하러 온 사람들이서울 명동 인파 못지 않게 많아서 ..날이 좋아서 도깨비 드라마 대사가 절로 나오는 봄날 ...그 호중거 야외찻자리 수업은 가끔씩 나 혼자 꺼내보는 내 최애의 원더플 인생 이미지이다.
찻자리에 툭툭 벚꽃이 떨어진다. 바로 눈앞에 지리산 산능선들이 안갯속에 꿈틀꿈틀.., 무협지 속 인물들이 무협지 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하다. 현실이 아닌 전생, 아니 오래된 중국 무협영화 한 편 속으로 들어온 듯 싶다 . 호중거 수업은
계절이 바뀔 때 마다 그 계절에 어울리는 차 , 다식 ,그 차에 어울리는 다관 찻잔이바뀐다.그날은
벚꽃 만발한 봄날 야외에 찻자리를 준비하셨다.
완성되어 가는 차
좀 부족하지만 지금 그 상태로 이미 완성된 차
보이차 보다 청차에 집중하신다는 이야기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일 년 정도 다녔었던 것 같다.사계절을 모두 경험한 찻자리였으니..
부산 해운대의 숙우회 찻잔이 버리고 버려서 본질의 이미지 딱 하나 그것을 가장 짧고 간결한
언어로 표현하는 일본 하이쿠 같은 시라면
지리산 호중거 찻잔은 한 잔 한 잔 직접 경험해 보고 그 느낌을 객관적이고 담담하고 정확하게
기록하는 산문 이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돈오돈수(頓悟頓修)로 단번에 깨달음에 오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돈오점수 (頓悟漸修)로 차근차근 깨달음을 위해 수행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숙우회 찻잔이 돈오돈수라면 호중거 찻잔은 단번에 보다는 차근차근 아니 깨달음이라는 목적의식도 없이
그냥 마시고 경험하다 보면 어느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깨닫게 되는 돈오점수 같은 찻잔이라고 생각했다
더 다니고 싶었으나 같이 다니던 멤버들이 하나둘씩 빠지게 되어.. 결국 아쉽게 끝나고 말았는데
차에 대한 과하지 않은 담담하고 객관적인 자세 ,편견없이 받아들이는 오픈 마인드,꾸준함,
겸손함을 배운 곳이다
.
좋아하는 것을 만나면 흥분하여 평상심을 유지못해 오버하고 능력도 없으면서 과잉 오지랍자락읕 펴는 내가 꼭 이생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종합세트로 있던 곳.이었다
이 호중거 차실 느낌과 정서는
호중거 샘이 추천한 저 윗 사진의 찻잔과 그 찻잔에 맞는
청차 들을 찻집 메뉴로 넣게 되었다.
문화공간 00 다실에서는 매월 혹은 계절별로 새로운 차를 한 가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다양하고 깊은 차의 세계를 경험해 보세요.
오룡
♤9월 10월의 차: 아리산 오룡♤ 대만의 해발 1600~1800m에서 재배한 차로 만든
아리산오룡은 발효도가 낮아 은은한 청향과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인 청차입니다.
운남 전홍과 이 아리산 오룡 차 메뉴와 저 사진 속의 찻잔은 순전히 호중거 찻잔의 영향이었다
지리산 찻잔 여행기는 차수업 기록일기로 대신 합니다
1. 첫 시간
청차는반발효차, 오룡차, 반발효 공정을 거쳐 형성된 녹엽홍변(푸른 잎과 붉은 가장자리)의 차로
푸젠 성 광둥 성 대만에서 생산되는 차다. 첫 시간에 배운 지식입니다. 민북오룡지역 푸젠 성 북부 무이산 일대의 무이암차들을 만나서 새로운 향과 맛을 보았던 것이 첫 수업이었습니다. 벽계관, 수금귀, 철라한. 야래, 대홍포, 수선, 육계 등을 처음 만난. 특별한 순간이었지요 녹차와 황차만 알던 제 찻잔 세계가 조금씩 넓어져 간다고나 할까
맛은 수선이, 향은 육계가 좋았고 마른 찻잎의 향은 수금귀가 깊고 오묘했습니다.
나 이외의 다른 세계를 알아가는 방법은 많습니다. 세상의 찻잔과 차의 세계를 알아가는 방법도 그렇습니다.
예절로 , 명상깨달음으로, 일상 탈출 힐링으로, 일상 아름답게 하는 미학으로 , 상상력의 원천으로.. 아주 다양합니다.
내 앞에 놓인 청차찻잔을 배우는 것은 편견 없이 정직하게 그냥 차를 마시고 차가
내게 주는 언어에 귀 기울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
2. 두번째 시간
오늘은 민남어룡차 , 본산. 횡단. 수선. 불수. 철관음을 만났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마시고 난 뒤의 찻잎들입니다.
솔직히 말해 구분할 능력은 없고 민남수선의 황색만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금목서 꽃향이 은은한듯하면서도 은근 화려한 30대 여자가 연상되는 황단과
약간 거칠고 남성적인 느낌의 락커 같은 느낌의 불수가.
첫 모금부터 향. 색 맛이 임팩트가 강하고 마무리를 구수함 뒤의 몰아치는 단맛.으로 끝내는...
그래서 보통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농향 철관음이 기억에 남으며
농향 철관음은 우리 차실에서 이 달의 차로 손님들께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나게 했다
새로운 차를 마시고 경험하는 것은 좋은 차를 고르는 안목을 기르기도 하고
내게 맞는 차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고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는 것 일터 ㅡㅡ 이론이나 지식은 몇 마디 없으시다. 그냥 좋은 차를 좋은 찻잔과 다구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