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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Jan 10. 2024

지리산  찻잔 여행

-호중거 찻잔-

찻잔은 찻잔을 부른다.해운대에서 시작된 찻잔 여행은 지리산 호중거로 이어졌다. 본디 호중거는 프라이빗하게 티코스를 즐길 수 있는 지리산 하동 찻집이다 .그러나  찻집 손님 만으로는 너무나 아쉬워  몇몇의 지인들과 아예  차 공부를 하기로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지리산 중턱 높은 곳에 있는 호중거 공간를 들락거렸다.  사계절 을 다 겪으며 일년을 보낸 셈 인데 도시에서나 있을 법한 교통체증으로 차들이 밀려오기 전에 일찍 길을 나서야 했던 날도 있었다. 봄 날 벚꽂이 만개한 계절이야기다.이 시골에 벚꽃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서울 명동 인파 못지 않게 많아서 ..날이 좋아서  도깨비 드라마 대사가 절로 나오는 봄날 ...그 호중거 야외찻자리 수업은 가끔씩 나 혼자 꺼내보는 내 최애의 원더플 인생 이미지이다.

찻자리에 툭툭 벚꽃이 떨어진다. 바로 눈앞에 지리산 산능선들이 안갯속에  꿈틀꿈틀.., 무협지 속 인물들이 무협지 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하다. 현실이 아닌 전생, 아니 오래된 중국 무협영화 한 편 속으로 들어온 듯 싶다  . 호중거 수업은

계절이 바뀔 마다 계절에 어울리는 , 다식 ,차에 어울리는 다관 찻잔이 바뀐다.그날은

벚꽃 만발한 봄날 야외에 찻자리를 준비하셨다.

완성되어 가는 차

좀 부족하지만 지금 그 상태로 이미 완성된 차

보이차 보다 청차에 집중하신다는 이야기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일 년  정도 다녔었던 것 같다.사계절을  모두 경험한 찻자리였으니..

  

부산 해운대의 숙우회 찻잔이  버리고 버려서 본질의 이미지 딱 하나 그것을 가장 짧고 간결한

언어로 표현하는 일본 하이쿠 같은 시라면

지리산 호중거 찻잔은  한 잔 한 잔 직접 경험해 보고 그 느낌을 객관적이고 담담하고 정확하게

기록하는 산문 이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돈오돈수(頓悟頓修)로 단번에 깨달음에 오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돈오점수 (頓悟漸修)로 차근차근 깨달음을 위해 수행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숙우회 찻잔이 돈오돈수라면 호중거 찻잔은 단번에 보다는 차근차근 아니 깨달음이라는 목적의식도 없이

 그냥 마시고 경험하다 보면 어느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깨닫게 되는 돈오점수 같은 찻잔이라고 생각했다  


더 다니고 싶었으나 같이 다니던 멤버들이 하나둘씩 빠지게 되어.. 결국 아쉽게 끝나고 말았는데


차에 대한 과하지 않은 담담하고 객관적인 자세 ,편견없이 받아들이는 오픈 마인드,꾸준함,

겸손함을 배운 곳이다

.

 좋아하는 것을 만나면 흥분하여 평상심을 유지못해 오버하고  능력도 없으면서 과잉 오지랍자락읕 펴는 내가 꼭 이생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종합세트로 있던 곳.이었다


이 호중거 차실  느낌과 정서는





  호중거 샘이 추천한 저  윗 사진의 찻잔과 그 찻잔에 맞는

청차 들을 찻집 메뉴로 넣게 되었다.



문화공간 00 다실에서는
매월 혹은 계절별로 새로운 차를 한 가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다양하고 깊은 차의 세계를 경험해 보세요.

오룡

♤9월 10월의 차: 아리산 오룡♤
대만의 해발 1600~1800m에서 재배한 차로 만든

아리산오룡은 발효도가 낮아 은은한 청향과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인 청차입니다.


운남 전홍과  이 아리산 오룡 차 메뉴와 저 사진 속의 찻잔은 순전히 호중거 찻잔의 영향이었다



  지리산 찻잔 여행기는 차수업  기록일기로 대신 합니


1. 첫 시간


청차는 발효차, 오룡차, 반발효 공정을 거쳐 형성된 녹엽홍변(푸른 잎과 붉은 가장자리)의 차로

 푸젠 성 광둥 성 대만에서 생산되는 차다. 첫 시간에 배운 지식입니다. 민북오룡지역 푸젠 성 북부 무이산 일대의 무이암차들을 만나서 새로운 향과 맛을 보았던 것이 첫 수업이었습니다. 벽계관, 수금귀, 철라한. 야래, 대홍포, 수선, 육계 등을 처음 만난. 특별한 순간이었지요 녹차와 황차만 알던 제 찻잔 세계가 조금씩 넓어져 간다고나 할까


맛은 수선이, 향은 육계가 좋았고 마른 찻잎의 향은 수금귀가 깊고 오묘했습니다.

나 이외의 다른 세계를 알아가는 방법은 많습니다. 세상의 찻잔과  차의 세계를 알아가는 방법도 그렇습니다.

예절로 , 명상깨달음으로, 일상 탈출 힐링으로, 일상 아름답게 하는 미학으로 , 상상력의 원천으로.. 아주 다양합니다.

내 앞에 놓인  청차찻잔을 배우는 것은   편견 없이 정직하게 그냥 차를 마시고 차가

 내게 주는 언어에 귀 기울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


2. 두번째 시간


오늘은 민남어룡차 , 본산. 횡단. 수선. 불수. 철관음을 만났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마시고 난 뒤의 찻잎들입니다.

솔직히 말해  구분할 능력은 없고 민남수선의 황색만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금목서 꽃향이 은은한듯하면서도 은근 화려한 30대 여자가 연상되는 황단과

약간 거칠고 남성적인 느낌의 락커  같은 느낌의 불수가.

첫 모금부터 향. 색 맛이 임팩트가 강하고 마무리를 구수함 뒤의 몰아치는 단맛.으로 끝내는...

그래서 보통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농향 철관음이 기억에 남으며

농향 철관음은 우리 차실에서 이 달의 차로 손님들께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나게 했다


새로운 차를 마시고 경험하는 것은 좋은 차를 고르는 안목을 기르기도 하고

내게 맞는 차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고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는 것 일터 ㅡㅡ
이론이나 지식은 몇 마디 없으시다. 그냥 좋은 차를 좋은 찻잔과 다구들을

이용하여 정성스레 우려주실뿐,,

 중국차를 소개하고 유학까지 다녀오셨으나

차도구들과 찻잔들은 우리나라 작가들을 발굴하셔서 쓰신다.
선생님의 차도구들과 차도구 사용법을 보노라면

은 우리나라 숨은 고수들의 작품들을 어떻게 그렇게

찾아내셨는지....

숨 막힐 정도로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도구들, 낮고 조용한 목소리 느낌의 아주 작은 찻잔

감동이다



 


3.  세 번째 수업
봉황단총을 첨으로. 만난
이 날은 날씨가  안 좋아서 샘이. 우리. 차실로 출장오셨다ㆍ
첫눈이 오시는 중이었다
선생님의 운전길이 걱정이었는데
의외로 아래지방은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나 보다
무사히 도착하셨고

준비한 찻자리가
한 폭의 심플한 겨울수묵화!!!
눈처럼. 하얀 직사각 흰색 다지 (茶池 다관받침명칭)의 밋밋함을 적당히 네 귀퉁이를 접어 변화를 주었으며 바닥은. 한 폭의 설경.





타임슬립하여 먼먼 중국 송나라 서호 근처 찻집에서

조용히 맘에 맞는 차친구들과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차 향과. 맛을 음미하는 ㆍ그런 장소로

시공간 이동하는 느낌

새삼 선생님의 섬세한 감성에 감탄한다! 오늘 맛과 향을 경험하게 해 준 찻잎들


행인향, 야래향단총, 육계향 , 황지향 , 밀란향마지막으로 오래 묵은 단총노차를 마셨다

대체로 맛이 강해서 연하게 우려 주신다 했는데 봉황단총은

봉황수선의. 품종 중에서도 우수한 단주를 단독으로 채엽하여. 만들어진 오룡차



좋은 단총차는 향 (香 ) 활( 活) 감( 甘)을 가지며 향은 청향 화과향. 활기는 매끄럽고 시원한 쾌감 이 있고 후감이 맑다 감미는 회감이 빠르고 강하며 맑고 시원하며 달고 부드럽다


오늘 배운 지식이다

탕색이 참 맑고 빛나는 황색이었으며


산속의 맑은 비구니스님을 상상하고 나갔다가

세속에서 오욕칠정을 겪어내면서. 승화시킨

삼십 대 여자의 농밀한 분위기와 향을 만난 느낌

귀하고 고급스러운 느낌


특히. 야래향 ㅡ

잊지 못할 향이다

편하게 운동복 바람으로 나대다가

문득 우아하게 여성스럽게 변신하고 싶을 때

봉황단총. 야래향 한잔

근데 고가란다

다음 시간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만차


편견 없이  정직하게 그냥 차를 마시고 느끼고 차가 내게 주는
언어를 귀 기울여 들으라는 자세

호중거 찻잔 여행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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