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두칠성의 두 번째 별
방향을 잃고서 헤맬 때
북극성이 우리들을 안내해 주죠
국자처럼 생긴 북두칠성
젤 먼저 찾아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기가 북극성이죠
"저 쪽이 북쪽이야
그럼 이 쪽이 집으로 가는 방향일 거야"
망망한 바다 지날 때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앞으로
전진 전진
- 북극성 찾아요 (우주동요) / 베이비버스(BabyBus)
임신을 확인하면 엄마 아빠는 태명을 지어준다.
매일 같이 볼록한 아내의 배를 어루만지고, 그 안의 작고 소중한 존재에 태명을 붙여 불러주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를 기도한다.
뱃속의 존재가 3, 4개월 정도 잘 자라주어 안정기에 접어들고, 초음파를 통해 심장박동 소리를 확인하고, 태아의 동글동글한 얼굴과 배를 눈으로 보고, 조금씩 자라나는 팔, 다리를 보면서 이제는 제법 사람의 형상을 한 태아에게 엄마, 아빠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진다.
나와 아내도 다르지 않았다.
뱃속의 감동이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일은 어쩌면 나와 아내가 감동이에게 해주는 첫 번째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감동이에게 잘 어울릴만한 이름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아기에게 좋은 이름을 선물해주기 위해 고된 헌법소원도 마다하지 않는 정도이니, 아이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부모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귀한 일임이 틀림없다.
감동이의 이름을 짓기에 앞서 나와 아내만큼 감동이를 기다려 온 아버지께 감동이의 이름을 지어주시겠냐고 여쭈었고, 아버지는 아기 이름이니 아빠, 엄마가 지으라고 하셨다.
(후에 아버지에게 감동이 이름을 ‘선호’라 지었다고 말씀드렸을 때, 다소 실망한 기색으로 ‘내가 지어주려고 알아보고 있었는데, 엄마 아빠가 잘 지었네.’라고 말씀하신 걸 보면 아버지께서 내심 섭섭해 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사촌동생 애기 이름이 도O이니까, 도윤이 어때?”
“조카 이름이 지O니까, 남매처럼 지내라고 지용이 어때?”
“지용이는 귀엽기는 한데, 혹시 훈훈한 느낌으로 지훈이 어때?”
아기의 이름을 지어주는 일이 정말 중요하지만, 막상 이름을 지으려고 하니 작명소에 가거나, 친지에게 부탁하거나, 돌림자를 참고해서 짓거나, 요즘 유행하는 이름이 뭔지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방법 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특별한 이름을 짓기 위해 특별한 작명 방법이 따라오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북두칠성을 처음 손으로 그려본 고대의 누군가처럼
그러던 어느 날,
침대에 누워 세이베베 어플리케이션에 저장된 감동이의 초음파 영상을 곰곰이 보던 중에,
이리보면 동글동글 부드럽고 선하게 생긴 얼굴이기도 하고, 저리보면 어딘가 단호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감동이의 얼굴을 보면서 문득 ‘선호’라는 이름이 떠올랐다(당시에 인기가 많았던 김선호 배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아내에게 이내 “감동이 이름 ‘선호’로 지으면 어떨까” 물었고, 아내도 감동이의 모습과 너무 잘 어울린다며 좋아했다.
다음으로, 나와 아내는 한자 이름을 지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선호’에게 어울리는 한자를 찾아보았다.
처음에는 선하지만 단호한 이미지로 ‘착한 호랑이’가 어떨까 싶었지만, 이름에 범호(虎)는 잘 쓰지 않는다는 말에 귀가 팔랑거려 후보에서 탈락했다.
그 다음에, 한자 찾기가 쉽지않아 작명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선’자와 ‘호’자 한문을 찾아보았고,
내 이름에 구술옥변이 쓰이니 구술옥변이 들어간 ‘아름다울옥 선’자를 써보면 어떨까 물었고, 아내도 아빠의 마음이 이어지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무수히 많은 별들을 중에서 고대의 누군가는 반짝반짝 빛나는 7개의 별을 찾아내고,
반짝반짝 빛나는 7개의 별들을 오랜시간 응시하다 보니 어느샌가 별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별들의 이야기를 따라 삶을 사랑하고 사랑을 노래하며 별들을 이어 별자리를 그려내고,
그려낸 별자리에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를 사랑하는 존재들에게 들려주었을 것이다.
나와 아내도 이와 다르지 않아,
선호가 몸도 마음도 건강히 자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삶을 사랑하고 사랑을 노래하며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호에게 ‘선호’라는 이름을 선물해 준 것이리라.
북두칠성(北斗七星)은 큰곰자리의 꼬리에 해당하는 7개의 별을 총칭하는 말로 그 모양이 국자 모양과 유사하다. 7개의 별 모두 2등 내외의 밝은 별이고 예로부터 항해 할 때 길잡이가 되었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별자리로 여겼다.
7개의 별이 국자 모양을 하고 있으므로 두(斗)자를 썼다. 모두 2등 내외의 밝은 별이고, 그 길이가 20°에 이르므로, 쉽게 식별할 수 있어 예로부터 항해가의 길잡이로서 친근한 별이다. β(메라크)로부터 α로 직선을 그으면 두 별의 각거리의 5배쯤 되는 곳에 북극성이 있어서, 두 별을 지극성(指極星)이라고 한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국자의 머리부터 차례로 천추(天樞)·천선(天璇)·천기(天璣)·천권(天權)·옥형(玉衡)·개양(開陽)·요광(搖光)으로 불렀으며,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별자리로 여겼다.
[네이버 지식백과] 북두칠성 [北斗七星] (두산백과) 참조
북극성은 작은곰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α UMi). 북극성은 지구 자전축의 북쪽 방향 연장선이 하늘 면에 닿는 지점인 천구의 북극점에서 겨우 0.7도 떨어져 있다. 그러므로 안시 관측하면 북극성은 밤하늘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다른 별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번 도는 운동, 즉 일주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북극성 [Polaris] (천문학백과) 참조
북극성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특성 덕분에 과거부터 캄캄한 밤, 물 위를 운행하는 뱃사공들의 나침반이 되었다고 한다.
시각 정보를 통해 사물을 파악하는 것이 익숙한 현대인들은 장노출 사진을 통해 수백개의 원이 하나의 밝을 빛을 감싸고 있는 사진을 통해 북극성을 간접적으로 접할 뿐이다.
핸드폰에서 나오는 밝은 불빛이 밤하늘의 별빛을 어둡게 만들고, 나의 시선을 빼앗아 돼지처럼 땅만 보며 살아가는 요즈음, 도시에서 별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진 탓도 있다.
그나마 핸드폰 충전이 어려운 상황이거나, 핸드폰을 두고 왔거나, ‘좋아요’ 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요금이 엄청나게 발생할 게 뻔한 여행지에 있을 때, 가끔 고개를 들어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하늘을 볼 때 반짝이는 별들을 볼 뿐이다.
2018년에 아내와 팔라우에서 바다낚시를 체험한 적이 있다.
체험을 하며, 캄캄한 밤하늘 아래에서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뱃사공이 의지할 수 있는 건 밤하늘의 별빛과 인간의 감각뿐이겠다고 생각했지만,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 중에 움직이지 않는 별, 북극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생각해보면 ‘움직이지 않는 별’을 찾기 위해서는 움직이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한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인데,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바다 위에서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별을 찾아 헤매는 것은, 가위가 필요해 가위를 샀는데 새로 산 가위를 쓰기 위해서는 가위가 필요한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북극성은, 북두칠성의 첫번째 별(Dubhe)과 두번째 별(Merak)을 이은 후에 Merak 별에서 Dubhe 별의 방향으로 직선을 긋고, 그 직선 상에 두 별 사이의 거리의 다섯배 만큼 떨어진 곳에 있다.
옛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보러가기 위해,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저 하늘의 별이 된 사람을 추모하러 가기 위해, 캄캄한 밤바다 위에서 간절한 마음을 담아 7개의 별을 이어 북두칠성을 그려냈고, 그렇게 그려낸 북두칠성을 통해서 북극성의 위치를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북두칠성의 7개의 별들이 수십광년 전부터 이 땅의 절박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나를 따라오면 북극성을 찾을 수 있어!’-를 비로소 번역해 낸 것은 아닐까.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천문학이 우주와의 시각적 연결만을 강조하게 된 것은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한 하나의 징조였다. 고대 사람들이 우주와 관계 맺는 방식은 이와는 달랐다. 그들은 어떤 도취의 상태에서 우주를 경험했던 것이다. 도취야말로 우리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 그리고 가장 멀리 있는 것을 스스로에게 확신시킬 수 있는 경험인 것이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과 가장 멀리 있는 것은 항상 함께 확인된다. 그 중 하나가 없다면 다른 하나는 결코 확인되지 않는다. 이 말은 취함의 상태에서 우주와 소통하는 일은 반드시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일방통행로ㅣ사유이미지> / 발터 벤야민 지음ㅣ김영옥 윤미애 최성만 옮김 / 162쪽에서 163쪽 ‘천문관 가는 길’ 중 발췌>
북두칠성의 두번째 별(Merak)을 동양에서는 천선(天璇)-하늘의 아름다운 구술-이라고 불렀다.
아들 선호의 이름에 쓰인 한자가 북두칠성의 두번째 별(Merak)을 의미함을 알았을 때, 선호의 이름에는 아빠, 엄마의 소망이 이미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이 그저 홀로 밝게 빛나는 것에 그친다면, 그 별은 그저 외롭고 아름다운 존재일 뿐 어떠한 아름다운 이야기도 들려줄 수 없다.
그러나 별들이 하나의 연대를 이루어 별자리가 그려지면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고, 변치 않는 진실된 무언가에 이르는 길을 알려줄 수도 있다.
우리 선호도 스스로 밝게 빛나되 단지 홀로 외로이 빛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연대를 이루어 삶을 사랑하고 사랑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겠다.
훗날 선호가 커서 아빠 엄마랑 매콤한 로제떡볶이를 맛있게 먹는 날,
“아빠, 내 이름은 왜 선호야?”, “아빠, 내 이름은 무슨 뜻이야?”라고 물어보는 상상을 해본다.
선호야,
선호 이름은 아빠가 지었는데…
…
…
그리고 그 이름에는 아름다울 옥 선자가 쓰였는데,
북두칠성이 있잖아?
그리고 북극성이 있는데,
막 밤에는 북극성이 잘 안보이는데,
북두칠성의 두번째 별은 메라크 별인데 그게 동양에서는 천선이라고 불렀거든?
그 천선이 있잖아
…
…
…
아빠,,, 혹시 박찬호야?
아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