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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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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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몸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은 이성을 배반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내 이성은 그 비뚤어진 감각을 바로잡으려고 애를 썼다.


아기개구리 한 마리가 생명을 다 했다. 나는 새벽에 숨을 쉬지 않는 아기개구리를 손가락으로 건드려 봤다. 그 감각은 손가락에서 그치지 않고 내 손을 타고, 팔을 타고, 어깨를 타고, 목을 타고, 내 머리까지 와 머리를 울리고 마침내는 내 머리털을 곤두세웠다. 그것이 영혼이었을까? 아니다. 아기개구리는 내가 손가락으로 건드리기 전에 죽었다. 영혼은 아무리 늦어도 내가 건드리기 전에는 아기개구리의 몸에서 빠져나갔을 것이다. 영혼이라는 게 있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아기개구리의 영혼은 다른 곳으로 갔을까? 그랬다면 분명 세상은 어떤 식으로든 이전과 달라야 할 것이다. 아, 물론 영혼이라는 게 있다면 말이다.


학교에 도착해 교실 문을 열자 시끄럽게 떠드는 우리 반 아이들의 소리가 들렸다.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나만 우울한 것 같아서 심통이 났다. 한편, 세상은 놀랍게도 그대로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내 이성은 감각과의 전쟁에서의 승리를 확신하며 이성의 편을 들고 있던 나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하지만 나는 자만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달은 아침 조회 시간 출석을 부를 때 일어났다.


"송경수"


"픽!"


출석에 대답하는 "네" 대신에 새똥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입에서 나왔다. 나는 잘못 들은 것이라 생각하고 넘기려 애썼지만 그 노력은 다음 순간에 곧바로 무용지물이 되었다.


"어디 안 좋아?"


현수다. 새벽녘부터 이어진 침울하고 당황스러운 내 기분이 표정으로 드러났나 보다. 아침을 먹지 않아 힘이 없다고, 대충 둘러대려고 했다.


"픽! 픽픽! 픽... 픽픽 픽픽픽픽"


현수의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내뱉은 처음의 픽 소리에 나는 다시 한 번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픽 뿐이었다. 나는 몇 번의 노력을 더 했지만 계속 나오는 픽 소리에 어안이 벙벙해져 결국 말하는 것을 포기했다.


사람이 개구리 소리를 낸다. 아니, 개구리 소리밖에 못 낸다.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세상은 변했다. 그것도 아주 해괴하게. 이성은 감각에게 패배했음을 깔끔하게 인정해버렸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어 도망치듯 집으로 왔다.


집에서 엄마를 마주친다면 아픈 척을 하고 방으로 뛰어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장을 보러 갔는지 집에 없었다. 혼자 있게 되자 마음이 좀 진정됐다. 나는 그제서야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네 번째 개구리꿈이 문제였나? 혹시 꿈에서 아기개구리를 목으로 넘길 때 영혼이 같이 들어간 것일까? 아니, 영혼에 대한 생각은 제발 그만하자. 내가 손가락으로 개구리를 건든 것이 문제였나? 확실히 그 느낌이 아주 꺼림칙하긴 했으니까, 그 때 내 몸이 변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말이 안 되긴 하지만...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니까 말이 안 되는 근거를 가져와야 하는 것일지도...


나는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보기 위해 기억을 되짚어봤다. 오늘 학교에 오기 전에는 어땠지? 아침밥을 엄마 아빠와 같이 먹을 때 나는 기분이 안 좋아서 아무 말도 안했다. 버스에서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가만히 있었고, 조회 시간에 맞춰 아슬아슬하게 학교에 도착했다. 그러니 그 날 처음 한 말이 조회 시간의 '네!'다. 아니, "픽!"이지. 그 뒤에는 현수와 잠깐의 이야기를 나누고 멍해져서 바로 집으로 왔다. 잠깐, 내 '픽'의 나열에 현수의 반응은 어땠지? 뭔가 대답을 하긴 했던 것 같은데...


그 때 현수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의 평온한 표정이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현수에게서는 분명 그 어떤 놀람의 흔적도 없었다. 현수는 내가 한 말을 알아들었을 것이다. 즉, 현수 귀에는 내 '픽'이 한국어로 명확하게 들린 것이다. 그렇다면 내 귀에만 내가 하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 걸지도 모른다. 현수가 새똥개구리어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 결론에 다다르자 당장 확인을 하고 싶어서 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반복되는 발신음 위로 삑삑거리는 또 다른 전자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뿔싸, 엄마다. 엄마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사이 나는 걸고 있던 전화를 급하게 취소했다.


"아들, 오늘 학교 안 갔니?"


엄마는 현관에 놓여 있는 내 신발을 발견하고는 바로 나를 찾는다. 이런, 현수를 통해 내 가설을 확인할 시간은 없다. 지금 당장 엄마에게 대답을 하는 도박을 해서 확인하는 수 밖에.


"픽 픽 픽픽픽"


'몸이 안 좋아서 조퇴했어요'를 생각하고 말했다. 가설이 틀려 엄마가 내 말을 개구리소리로 들으면 나는 정신병원으로 끌려갈지도 모른다. 막다른 길에 선 자에게 던져진 운명시계, 그것이 시한폭탄일지 아닐지는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 째깍, 째깍, 2초가 흘렀을까. 짧은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고 긴장감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이고, 어디가 아파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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