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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쓰지 않고 있다 보면 어느샌가 지나가있는 구름처럼 여름방학은 지나가버렸다. 고등학교 2학년도 새로운 반절이 시작되고 있었고, 다가오는 수능 날짜에 선생님들은 더욱 조급해지시고, 우리도 덩달아 조급해지고 있었다.
나는 학원 하나를 더 다니기 시작했다. 부족했던 과학탐구 점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과학탐구는 비교적 단기간에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과목이기에,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한두 등급 정도 올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리 넷 꼬리 하나 올챙이들은 하나둘씩 꼬리를 잃어 어엿한 개구리가 되더니 8마리 전부 개구리가 되었다. 기존의 개구리와 구별하기 위해서 이제 막 개구리가 된 개구리들을 아기개구리라고 불렀다. 나는 아기개구리들 때문에 몇 배로 바빠졌는데, 매일매일 아기개구리들에게 초파리를 뿌려줘야 했고,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은 새로운 초파리 배양통을 추가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나를 뒤쫓는 것 같다. 학교수업과 학원수업을 들으면서 귀뚜라미와 쥐며느리와 초파리와 올챙이와 개구리를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공부할 것은 많아지고 여유가 없어지자 생물들을 바라보는 것은 힐링보다는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했다. 야자를 하거나 학원 수업을 듣고 밤늦은 시간에 집에 오면 나는 자유를 느낄 새도 없이 생물들에게 내 피 같은 시간을 바쳐야 했다.
늘어난 스트레스 탓인지,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싶으면 꿈을 꾸곤 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개구리가 나오는 매번 같은 내용의 꿈을 꿨다. 꿈 속에서는 아기개구리 한 마리가 사육장을 탈출해 침대에서 대자로 뻗어 자고 있는 나에게 점프한다. 그러고는 몇 번 더 점프해 내 입 안으로 쏘옥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사육장 문은 분명 단단히 잠겨있고, 내가 정확히 어떤 식으로 자는지 잘은 모르지만 입을 열고 자는 버릇은 분명 없을텐데, 꿈 속에서 겪는 일이 현실일 리가 없는데, 아기개구리가 입 안으로 들어오고 목을 넘어가는 느낌이 너무 리얼해서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올챙이가 아기개구리로 된 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 나는 신기해서 아기개구리를 손가락 위에 올리고 만져보았다. 아기개구리는 차갑고 촉촉했다. 가죽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했다. 기껏해야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크기, 확실히 입 안으로 쉽게 들어갈 사이즈긴 하다. 하지만 개구리를 꽤 먹어본 나도, 날 것의 아기 새똥개구리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했다. 그 끔찍함은 날 것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것일까, 내가 알을 받아 키웠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일까. 어쩌면 두 사실의 시너지 효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히도, 나는 꿈 속에서 아기개구리를 씹지는 않고 바로 삼키기만 했다. 그 덕에 아기개구리는 터지지 않고 그대로 목구멍을 넘어갔고, 그 체액을 맛보는 것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기개구리의 피부 촉감은 악몽에서 깬 후에도 혀와 입과 목에 계속 남아있어 기분이 안 좋았다.
잠에서 깨면 흐리멍텅한 머릿속은 꿈과 현실을 분간하라고 나에게 지시하고 나는 아기개구리들 사육장 앞으로 가서 아기개구리의 마릿수를 센다. 안 그래도 찾기 어려운 새똥개구리들인데 아기라서 크기도 작다. 그래서 자다 일어나서 졸린 눈을 비비면서 이 녀석들을 찾으려면 억지로 정신을 차려야 해서 새벽에 각성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만다. 아기개구리의 마릿수를 세 보면 어김없이 8마리 그대로였다. 그럼 그렇지, 현실일 리가 없지 하는 생각이 들고, 나는 놀랐던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기개구리가 내 입으로 들어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잘 아는데도, 그렇게도 아기개구리를 신경 쓰는 건 사실 이유가 있다. 아기개구리는 다 큰 개구리보다, 올챙이보다도 훨씬 예민해서 잘 죽기 때문이다. 아기개구리 시절을 잘 보내야만 그 후로 안심할 수가 있다. 즉, 꿈의 내용이 아기개구리의 죽음을 암시하지는 않을까 나는 두려웠던 것이다.
새똥개구리는 야행성이다. 그러다 보니 밤에 내 방에서는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개굴 개굴 소리를 생각하면 안 된다. 새똥개구리는 생김새만큼이나 특이하게 운다. 픽! 픽! 픽! 부르다 만 호루라기 소리라고 하면 딱 적당한 묘사인 것 같다. 야심한 밤, 정신없는 각성상태의 나에게 들려오는 이 맥아리 없는 호루라기 소리는 경기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나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서 지겨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책이라도 펼쳐보지만 머릿속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채로 시간만 지나간다. 개구리꿈을 꾸는 날이면 결국 일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 그 날 밤은 다 잔 것이고, 아침 1교시 수업은 다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네 번째로 아기개구리를 먹는 꿈(사실은 아기개구리들이 제발로 먹히는 것이지만)을 꾼 새벽이었다. 그 날은 아침이 되기 전부터 학교에 가기가 싫었다. 아기개구리 한 마리가 움직이지 않고 작은 조각품처럼 굳어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