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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에 문제는 없다. 다행이다. 내 귀에만 내 목소리가 거슬릴 뿐, 생활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현상의 본질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이 변한 게 아니라 나만 변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죽음을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봐 왔다. 개구리가 귀뚜라미와 쥐며느리를 사냥할 때도, 아기개구리가 초파리를 사냥할 때도, 하다못해 올챙이가 이끼를 뜯어먹을 때조차도, 늘 죽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본 죽음만 해도 그 정도인데,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죽음이 있겠는가. 그리고 죽는 대상이 아기개구리라고 해서 다른 죽음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 모든 상황에서 영혼이 빠져나간다면 아마 이 세상은 영혼들의 교통정리로 혼란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영혼 가설은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 과학자들에게 체택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영혼의 문제는 그렇다 치는데,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혼자서 '아에이오우' '가나다라마바사' 소리를 내 보려 했지만 계속 내 귀에 픽픽거리기만 하는 이 새똥개구리 소리가 설명이 안 되는 것이 문제였다.
현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 부재중 전화를 보고 전화한 모양이다. 나는 새똥개구리 소리에 대해서 일단은 숨기기로 했다. 아무도 내 얘기를 믿지 않을테니까. 나는 현수에게 몸에 열이 심하게 나서 집으로 급하게 왔다고 둘러댔다. 현수는 나를 걱정했고 담임선생님께 잘 말해주겠다고 했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좋은 분이시다.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싶은 태도로 학생들을 대하신다. 게다가 나도 현수도 학교에서 착실히 지내면서 담임선생님께 좋은 모습을 남겼기 때문에, 나는 별 문제 없이 조퇴 처리가 되었다.
하루종일 멍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학교수업을 빠진 탓에 오랜만에 여유가 생겼다. 어차피 오늘 하루는 공부하기는 그른 것 같은데, 해결이 안 되고 이해조차 되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머리를 싸매는 것 보다는 자유 시간이라는 것을 즐겨보기로 했다. 혹시 아는가? 밤이 지나고 내일이 되면 다시 사람 말을 할 수 있을지?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면 일단 먼저 생물들을 관리해야 했다. 개구리는 낮 시간이라 가만히 있었다. 올챙이도 평소와 같이 빨빨거리다 멈추고를 반복했다. 아기개구리는 자신의 친구가 죽었는데도 무심하게 초파리를 향해 뛰어 다니고 있었다. 생물들 먹이를 다 챙겨주고 부엌에서 슈퍼칩을 가져와 뜯었다. 컴퓨터를 켜고 슈퍼칩을 와그작 와그작 씹으면서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몰아봤다. 친구들이 학교에서 하루종일 얘기하는데, 나는 아직 안 봐서 대화에 끼지 못했던 드라마다.
드라마는 짧은 시리즈라서 금방 몰아봤다. 솔직히 재미없었다. 어느새 하늘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고, 나는 무심결에 개구리 사육장을 봤다. 야행성인 새똥개구리가 슬슬 활동을 시작할 시간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새똥개구리와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픽픽(안녕)"
사육장을 열고 개구리들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개구리들은 평소처럼 지내던대로 자기들끼리 픽 픽 거리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기대한 내가 바보 같았고 아쉬움 뒤로 상실감이 남았다.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있구나.